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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 잘가오 그대

by e-bluespirit 2009. 7. 11.

 

 

 

 

 

 

 

 

 

 

지난 5월 23일 서거로 온 겨레를 슬픔의 도가니로 빠지게 했던 '고 노무현 전대통령 49재(7월 10일) 추모집'이 발간돼 주목을 끌 전망이다. 박노해 시인, 김명신 교육운동가, 김대중 전대통령, 명진 스님 등 문화계․정계․시민사회계․종교계․학계 등 주요 인사 33명이 펴낸 <노무현, 부치지 못한 편지>(도서출판 퍼플레인, 2009년 6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져다 준 교훈을 가슴 깊이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의 생전의 주옥같은 어록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은 한국 역사상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우공이산'의 '외로운 권력자'의 길을 걸어갔다. 지역패권정치와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며, 부당한 족벌수구 언론권력에 맞서 임기 말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지방이전을 과감히 추진했다. 어렵사리 10․4남북정상선언을 해내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아 화해와 협력, 평화통일정책을 폈다.

 

그러는 중에도 이 시기, 그와 시민들 사이의 불편한 오해는 계속되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 속으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오해도 남아 있고 그가 남겨준 숙제도 산적해 있다. 서둘러 자리를 비켜준 그에게 우리는 할 말이 남아 있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가 계속되는 한 우리에게 '노무현'은 현재 진행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그를 향해 부치지 못한 편지를 부친다"면서 "아직은 '굿바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10년 이어달리기를 해온 형제에게 김대중 대통령이 꼭하고 싶었던 말들이 수록됐고, 안도현․ 김진경 시인의 노제 헌시, 박노애․백무산․김준태 시인의 추모시, 명진 스님의 경복궁 영결식의 영가축원문,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조기숙․임종인․백원우․전대원 등 노무현의 옆모습,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느낀 서거가 가져준 교훈, 그가 제시한 어록(비전)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책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살아생전 평소 지녔던 비전을 ▲자주군사강국· ▲수도권만이 아닌, 온 지역이 사는 ▲공권력을 조심히 다루는 ▲국가가 저지른 어두운 역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당당히 대응하는 등의 대한민국으로 요약한다.

 

특히 눈길을 끈 저자들의 글귀가 가슴을 울리기도 한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죄가 그토록 많았던 것일까? 하긴, 그에게는 정말 죄가 많았다. 추모 사이트에는 그의 죄상을 열거한 글들로 넘쳐난다. 들어보라. 사람들이 외치는 그의 죄다.

지역주의, 보스정치, 계파정치에 맞선 죄. 무엇보다 권위주의에 도전한 죄.

평균물가 상승률을 3.0%로 막은 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시킨 죄. 경제규모 1조 달러를 넘긴 죄.

주가 2,000P를 돌파하게 만든 죄. 수출 3,000억 달러를 돌파한 죄.

외환을 2,600억 달러나 모아놓은 죄. 국가 정보화 순위를 세계 3위로 만든 죄.

국가 신용등급을 A+로 올려놓은 죄.

이전에 1만 명 남짓이던 남북 간 왕래인 수를 20만 명 이상으로 늘린 죄.

대통령이 집권당을 장악하지 않은 죄.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고 했던 죄.

학력 차별을 철폐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나선 죄.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을 대통령의 수족으로 삼지 않은 죄.

친일파 청산을 시도한 죄. 금권선거를 단절시킨 죄.

복지예산을 대폭 늘린 죄. 국방예산을 대폭 늘린 죄.

단기부양책을 쓰지 않은 죄. 암환자 건강보험 보장률을 70%에 이르게 한 죄.

제도언론과의 결탁을 거부한 죄. 재계와의 유착을 거부한 죄.

국가 균형발전을 시도한 죄. 대통령직 중간평가를 받으려 한 죄.

국민이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 죄.

미국 대통령, 일본 국왕에게 굽실거리지 않은 죄…"

 

-본문 김갑수 문화평론가의 '노무현의 죄' 중에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보수 세력들이 말했던 '잃어버린 10년'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10년을 잃어버렸고, 경찰은 시위대를 한껏 두들겨 팼던 10년을 잃어버렸고, 대기업은 무분별하게 탈세하며 사업을 확장했던 10년을 잃어버렸다. 보수언론은 세무조사 받지 않고 기사를 마음대로 썼던 10년을 잃어버렸고, 정치인들은 마음껏 돈다발을 뿌리고 다녔던 10년을 잃어버렸고, 군인은 아무 생각 없이 태평스럽게 국가안보를 남의 나라에 맡겨 놓은 10년의 좋은 세월을 잃어버렸다."

 

-본문 이종필 기자의 '누가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나' 중에서-

 

 

"참여정부 교육 정책을 비판한 내 판단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도 후회됩니다. 그래서 그분께 너무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깨닫다니요. 지금도 그분 죽음에 대해 같은 단체 내에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긴 합니다. 그러나 그분 혼자서 고초를 당할 때 소가 닭 보듯 무엇 하나 노력해보지 못한 것도 개인적으로 깊은 후회로 남습니다."

 

-본문 김명신 교육운동가의 '이제 부엉이바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삽니다' 중에서-.

 

 

이 책이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말머리에 나오는 그의 어록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국회의원 시절, 대통령 재임시, 퇴임해 봉화마을 주변에서 활동하면서 남긴 주옥같은 어록이 눈길을 끈다.

 

 

"월남전 생각이 납니다. 월남전에 대해서 온 세계가 비난을 하고 민족의 자유성을 들어서 비난하는 견해가 있었을 때, 정부는 슬그머니 여론을 이렇게 조성했습니다. 월남전에 참여해서 벌어온 돈으로 우리의 경제가 발전되었노라고, 이렇게 사람들을 속이려 했습니다. 바로 이 발상이야말로 돈이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나라 백성 몇만 명이든 죽일 수 있다는 끔직한 발상입니다. 저는 이렇게 묻겠습니다. 그런 발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파이를 크게 해야 된다는 사람들에게, '니네들 자식 데려다가 죽이란 말이야! 춥고 배고프고 힘없는 노동자들 말고 바로, 바로 당신들 자식 데려다가 현장에서 죽이면서 이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킵시다.'"

 

-본문 1988년 .7월 8일 제142회 국회 19차 본회의 '사회문화에 관한질문'중에서-

 

 

"저는 국민의 정부 이래 일부 정치인들과 유력 언론이 우리 경제에 끝없는 저주를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꾸역꾸역 깨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 경제에 자신감을 가집니다."

 

-본문 2007년 1월 23일 '신년기자회견. 중에서-

 

 

"이기고 싶죠? 저도 초등학교 때 열심히 겨루고 열심히 뛰었는데, 항상 꼴찌 아니면 꼴찌 앞장을 섰어요. 선거에서 내가 7번 선거를 해서 4번을 졌거든요. 그런데 대통령도 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인생은 항상 겨루기지만 반드시 항상 이기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니고, 진 사람도 다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한 번 겨루기해서 진 사람도 다음 겨루기에서 또 이길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 아니겠어요?"

 

-본문 2008년 5월 2일 '모교 운동회에 참여해 후배 초등학생들에게' 중에서-

 

 

다음은 이 책을 쓴 33인의 저자들이다.

 

전현직 정계

 

김대중 전대통령, 백원우 국회의원, 이용섭 국회의원, 임종인 전국회의원, 정범구 전국회의원 조기숙 참여정부 홍보수석, 전대원 전수행비서

 

문화계

김갑수 문화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김준태 시인, 김진경 시인, 도정일 문학평론가, 박노해 시인, 백무산 시인, 변선희 소설가, 안도현 시인

 

시민·사회계

고재열 <시사IN> 기자, 김동이 시민기자, 이상미 시민기자, 이종필 기자.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 임재성 시민기자, 조동섭 시민기자, 홍행소 시민기자, 김명신 교육운동가,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 김철관 배재대 겸임교수,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장은주 영산대 교수, 오순정 세무사, 정재형 변호사

 

종교계

명진스님

 
 
 
 
 
눈물 훔치며 “가지 마세요”…3만명 ‘마지막 배웅’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안장식 치른 봉하마을

 

 
유골 옮길때, 묘소 묻힐때 울음바다
안장식 끝난뒤에도 참배객 줄이어
“고인 정신 기려 민주성지로 불러야”

 

 

10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와 노 전 대통령의 유골 안장식을 보려는 조문객들과 묘소에 참배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객들과 참배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정말 다행이다”며 안도의 말을 내뱉었다. 평일인데다 간밤에 거센 바람이 불고 큰비가 내린 탓에 노 전 대통령의 49재와 유골 안장식이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새벽부터 거짓말처럼 날이 개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모차에 탄 아이들과 노인들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약 3만여명이 다녀갔다.

 

봉하마을은 이날 ‘차없는 마을’로 선포됐다. 자원봉사자들이 마을 들머리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했지만 조문객들은 약 2㎞의 도로 양쪽에 매단 노란풍선과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문구를 적은 펼침막과 검은 만장을 보며 봉하마을까지 걸어서 들어왔다. 걸어오는 도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농로와 오리농법으로 농사가 이뤄지고 있는 논을 보면서 희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토원 49재

 

 

 

 

‘잘가오, 그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

 
 
 
 
 

봉하마을 곳곳에는 지난 5월 국민장 이후 사라졌던 풍경이 재연됐다. 인터넷 동호회 누리집 ‘82쿡’ 회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주먹밥과 생수를 나눠줬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운영하는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검찰이 벌인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공개 청문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낮 12시께 시작된 유골 안장식에 앞서 오전 9시부터 49재가 열린 사저 뒤쪽 봉화산 정토원의 마당은 사저 옆 등산로와 봉화산 뒷길로 올라온 조문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49재를 마친 유족들이 오전 11시께 봉하마을 사저 근처 유골 안장식장으로 가기 위해 정토원 법당 안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을 밖으로 가지고 나오자 법당 앞에서 49재를 지켜보던 조문객들은 엉엉 소리 내며 울거나 “가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1000여명의 조문객들은 유골을 실은 리무진을 따라 정토원에서 안장식장까지 3~4㎞가량 뒤따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유족들은 49재와 유골 안장식이 열리는 동안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하지만 법당의 유골을 꺼내고 유골 안장식 도중에 고인의 일대기를 담은 추모 영상이 나오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유족을 대표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49재가 끝난 뒤 “많은 분이 와줘서 힘이 많이 됐다. 앞으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토원에서 49재가 열리는 동안 마을회관 앞 광장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이곳의 조문객들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를 부르자 눈물을 닦으며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오후 1시40분께 유골 안장식이 끝나고 유족들이 사저로 돌아가자 조문객들은 참배객이 돼 노 전 대통령이 묻힌 묘소에서 묵념하고 헌화했다.

 

봉하마을이 서울의 4·19묘지나 광주시 5·18묘지처럼 민주주의의 성지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충남 계룡시에서 온 김낙규(44)씨는 “노 전 대통령의 삶 자체가 민주주의로 걸어가는 길이었으므로 그분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뜻에서 봉하마을을 또 하나의 ‘민주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김광수 박수진 기자 kskim@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5134.html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60757&PAGE_CD=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