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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mid—monolog

어머님께 드리는 글...

by e-bluespirit 2005. 10. 21.

 

 

 

 


                         ♧ 어머니의 길 

                                                 박정만

 

저 휘황한 등잔불의 갓머리,

삼십대 후반에 소슬한 머리칼로 밤잠을 함께

해버린

그분의 잔정도 눈에 보이고

그 겨울의 차디찬 설날, 바늘귀에 눈을 붙이고

내 옥색 조끼 만들던 기억도 눈에 선한데.

너무 쉽게 세상과 작별을 했네.

내 새 어머니 오시어 무던한 고생도 했고

어린 동생 코 풀고 새우잠 자는 것 사랑했지만

저 못 말리는 꽃구름 어떻게 하리.

모든 일 다 가슴 속에 바늘로 남아

저 세상 가는 길엔 터진 옷솔기 하나라도

물굽이 잘 흐르듯이 꿰맬 일인데

손톱만한 단추 한 알 내겐 없으니

그립다, 내 사랑, 내 어머니,

볼품없이 이 세상에 한 목숨 누워 살다가

풀꽃들의 어린 키만 보고 살다가

속절없이 저 세상의 한켠으로 돌아갔으니.

아마, 세상은 자고로 이럴 거야.

착한 이는 선으로 이 세상 마지막 별꿈을 꾸고

한밤내 별의 꿈만 내처 꾸다가

한숨만 머리채에 이고 가는 것은 아닌지.

오늘 밤은 너무 눈물이 흔해빠져서

존댓말로 내 어머님 무덤 가에 홀로 앉아서

가던 길 한참은 멈추고 먼 산도 보고

산굽이의 찔레꽃도 다시 한번 보고 싶구나.

나 또한 예정대로 그 길에 들어섰으니.

 

 

 

♧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내 유년의 윗목

 

 

 

♧  어머니 ♧

 

                          한하운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배가 아파서 울으셨다.
어머니
나를 낳으신 뒤
아들 뒀다고 기뻐하셨다.
어머니
병들어 죽으실 때
날 두고 가신 길을 슬퍼하셨다.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신
말이 없는 어머니.

 

 

 

♧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

 

 

곤히 잠을 주무시는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저는 왠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언제나 하루하루를 힘겹게 넘기시고
행여나 저의 배가 빌까봐서
온갖 고통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하지만 이런 한없는 사랑을 이해하진 못하고
저는 더욱더 모난 돌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어머닌 이런 저마저도
깎아 다듬고 싶어서는 석수장이가 되고 싶답니다.

날마다 보면서 정을 대 고 날마다 망치를 두드려서
반듯하게 만들고 싶어하십니다

이제야 전 깨달았습니다
전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난 자식을 다듬고 싶어하시는 어머니를

저는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 어머니 ♧

 

주름진 손을 문득 바라보며는 그저 눈물이 흐르죠
수많은 세월을 내곁에 있어주신 그런 나의 어머니

나의 수많았던 방황들의 끝에서 항상 외로움으로
나를 지켜주시며 조용히 안타까운 마음에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던 나의 어머니

세상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 어머니
제게 주신 사랑이죠


이젠 제가 눈물 곁에 머무를게요
어머니 제게 주신 사랑으로
이젠 다시 미소 잃지 마세요
이세상이 끝나는 날 까지 영원히

 

 

 

 

어머니  

 

                    유 철

 

육순 넘으신

어머니를 뵈면

절로 눈물이 난다.

내가 채워드렸어야 하는

生의 여분을

당신께서 지금껏 나를 위해

거꾸로 된 삶을 살게 한

연유에 더욱 그렇다.

머리는 허옇게 쇠시고

몸도 뜻대로 안되시며

마음마저 쇠약해지셨다.

내 탓이라 돌이키지만

늦었구나.

왜 그리 예전에

느낄 수 없었을까 恨하지만

가실 길이 없구나.

그리도 아닌 길 일러주셨지만

듣지 않던 고집에

어머니는 얼마나

멍들었을까

후회는 안하히라던

내 마음에 어머니 아픈 가슴

그늘진다.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흐른 세월 속에 이제라도

어머니 자리찾아 자위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통곡할 일만 남았구나

가슴칠 일만 남았구나.

남의 얘기 하나 틀리지 않다더니

결국 나도 걸어가는 길

뭐 그리 잘나 나를 챙겼을까?

어머니 앞엔

용서청함도 외람되리라.

끝없이 쏟아부으신

어머니 사랑의 마음

주워담을 길 없는

내 지금 처지가

마냥 섧기만 하구나.

꽃다운 청춘

나 하나만으로 바라고

사셨던 어머니

이제사 기억하며

홀로 눈물짓는다

염치없는 마음을 달래본다.

 

 

 

♧ 어머니의 웃음

                               이상화

날이 맞도록

왼 데로 헤매노라

나른한 몸으로도

어둔 부엌에,

밥 짓는 어머니의

나보고 웃는 빙그레웃음

내 어려 젖먹을 때

무릎 위에다,

나를 고이 안고서

늙음조차 모르던

그 웃음을 아직도

보는가 하니

외로움의 조금이

사라지고, 거기서

가는 기쁨이 비로소 온다.

 

 

 

♧ 어머니

 

              장석주 

주검보다 더 외로운 저녁이 또하나 지나간다.

웃고 떠들던 친구들은 모두 돌아가고

천장을 뛰어다니는 쥐들과 함께 잠들어야 한다.

아직도 내 핏속에는 적의가 불치의 병처럼

시퍼렇고

그러나 풀과 같은 육체는 덧없이 시들리라.

늦은 밤 추억처럼 흰눈이 내려 자꾸만 내려

병든 젊은 마음은 어둡고

늙은 세상은 저렇게 번쩍이는데

지우지 못한 희망과 망각의 날들을 지운다.

고향의 옛집에는 누가 아직도 기침을 하고

있는가?

어머니, 아직 안 주무시고 듣고 계신가요?

거칠어지는 바람속에서 잦아드는 아들의 울음

끝을

평생의 무거운 짐 벗고 누우신 땅은 차겁지는

않은지요.

마침내 돌아가요, 고향의 옛강 흐르는 그곳,

어머니 누우신 땅으로, 바람 속을 뚫고라도

가요,

꼭 가요, 죽음으로라도 가요, 무덤의 봄풀이

푸르러지기 전에.

 

 

 

 

♧ 어머니

                          이인수

 

너무나

잘아는

안방

건너

얼룩진

가로닫이

이제 나는 다시 또 다른 무엇이 아니다

너무나

잘아는

안방

건너

펄럭이는

가로닫이.

 

 

 

 

♧ 어머님

                   김추인

어·머·님

몽당 빗자루만한 우리 어머님

열 다섯 콩각시 땐

낭자머리 고운 꽃각시

육십 년 된 시집에

정지 문턱 고방 문턱 어머님 발뒤꿈치로 무지러져

유월 가뭄 논바닥으로 갈라져

스물 넘는 식솔들 보리쌀 함박

치대는 손등 핏물로 터져

보리뜨물 속으로 펑펑 쏟던 눈물

아전촌 큰애기

양반가 시집온 죄

핫옷 베옷 푸새빨래 하루해가 쉬 넘어

설움 한 가닥 그리움 한 가닥도

솥 설거지 단 숟갈보다 오래 무지러져

엉그름 성그름 간 조막손이

호랑이 시아버님

하이칼라 서방님

소리 못낸 육십 년에

성 한 귀퉁이 무너져

그분들 떠난 지금도 말이 샌다

말이 못 된 바람이 샌다

 

 

 

♧ 어머니의 기억

 

                             김용국

기억이 안 난다 말씀하시면서 어머니는

옛 이야기를 하면 눈물을 흘리신다

너희들은 머리가 푸르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는 거냐

센 머리칼을 뜯으시며 다시 눈물을 흘리신다

눈물을 흘리도록 잘 기억하시면서

어머니는 왜 과거를

저만치의 정적으로 밀어 놓으시는지

나·는·알·수·없·다

어머니는 빛나던 생애의 일부도

건져 올리시지 않는다 당신 속에

또 다른 당신이 계신 것처럼 부인하신다

화까지 내고 도리질하며 안 난다 안 나

세월이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가시처럼 일어나는지

어머니의 송진 같던 얼굴-

우리의 과거를 왜 어머니만 지려는 것일까

청상으로 육 남매 보내고 신석같은 세월을

어머니의 몫으로만 남기겠다는 것인지

우리 식구 한곳에 모여 지난 날 얘기 꽃 피우면

어머니는 헐어 무너지는 이빨로 울먹이며

안 난다, 안-나! 생각이

 

 

 

♧ 어머니

                         강인봉

 

비록 삯을 기다리는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복은, 초록빛 오랜 인내에서 오는 것이라고

조용히 웃는 법을 가르쳐주신 뒤

당신은 가만히 등을 밀고 계셨지.

저 과원에도

들길에도

노을을 밟고 피곤히 돌아오면

싱그런 과일을 닦고 있는 어머니,

거기서 나는 문득

달을 만나고

당신은 달에서 물을 길어올리시고.

거울은 닦을수록 솟아나는 샘이 있어

두고두고 반복하는 한도 고운 그 인연의

고요히 타오르는 사랑의 불 받드시고

밤 깊어 더운 초롱한 그 눈매.

우리들 어쩌다 철이 들어

그 속에 몰래 들어가면

아, 벌서 다 알고

소리없이 흐르는 한 줄기 눈물이여.

아무리 문질러도 때도 안 묻는

그 깊은 신앙의

지금도 우리들 강을 건너면,

저 은은히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 어머니

                    

                         곽재우

풋콩 두 되

고사리 한 이엉

토란 몇 됫박을 내다 팔아도

자식놈 월사금은 거리가 멀어

저문 갈퀴날 비수 되어

창포물 먹인 봄 햇살을

싹둑 자르셨네

잘난 자식 둔 죄로

약 한 첩 못 끓이고

서천 거지별로 떠돌더니

잘난 자식놈은

장안 제일 허름한 골목의

어둠에도 당황하는

팔푼 쇠비름풀이나 되었네

 

 

 

 

♧ 사모곡

                         김선영

잡은 손 놓으시니

나는 이만큼

이승에 떨어진 돌멩이입니다.

별빛 눈 겹겹이 닫으시고

단단한 꽃봉오리 같으시더니

고요의 홑이불 걷어

두 손에 받쳐 본 임의 얼굴

요즈음 봄 사월

피어나는 목련이옵디다.

다시 두 손 모아

죽음의 향기 어린 당신 입술에

난생 처음으로 영원의 작별 인사

입을 맞춰 드렸읍니다.

목련은 싸늘한 향기이옵디다.

목련은 눈인사도 숨긴

져내리는 하늘의 그믐달이옵디다.

잘 가셔요 어머님

극락정토 꽃비 숲을 걸어가셔요.

당신의 내생을 당겨 강기슭을 헤매이니

눈 앞 한 송이 목련이

지금은 저만큼 저승 뜰입니다.

두 손

두 발

젓가락처럼 모으시고

이 밤 달 흐르는 쪽으로

가시는 임이여

햐얀 달배 타고 가시는 임이여

달밤에만 가시지 말고

아름다운 슬픈 소슬한 추억

긴 잠의 수정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어

더러 더러 햇빛에도

비춰 보며 가십시오.

빛나리다

무섭게 어여쁘리다.

잡은 손 놓으시니

당신은 한 알 모래이옵디다.

이미 먼 설악에 누우신

눈빛이요

제일 맑은 바다가 늘어뜨린

치마끈이옵디다.

내 언제

여름산 산빛깔을 다 지내고

겨울산 꼭대기 뉘엿뉘엿 걸어 올라

흰눈인 당신 부드러운 잔등에

하이얀 몸으로 가비얍게 업히리

먼날을 녹여녹여

바다에 또한 펼치실 푸른 당신은

아름다운 우리 가을

하늘빛 물자락.

그 출렁이는 끈에 언제 닿아서야

가느다란 내 허리 질끈 동이리

그런데 지금은

어머님

어머님 하고 부르는 이름이

저승 바다에 떠 있는

찾을 수 없는 섬입니다.

 

 

 

♧ 겨울

                -어머니 

 

                       박의상

 

이제 어머니가 보여요 어머니

나 가난하니

늙은 어머니 이제 보여요

버렸던 것 잊었던 것

이제 보여요

병든 것 늙은 것

이제 보여요

어머니

나 추우니

나 가난하니

먹을 것 입을 것 보다

먼 것

나보다 더 멀리서

나를 기다리는 것

어머니가 이제

보여요

어머니처럼 가난한

이 땅

두 손등 다 얼어터진

이 땅이 보여요

이 하얗게 트인

먼 겨울발 멀리

저 멀리.

외가집

이동순

슬하에

딸 넷뿐이라

절손 끝에 집도 무너져버린

달성군 현풍면 못골

태어나서 처음 와본 외가댁 마을은

인적 끊어지고

잡초와 풀벌레 소리만이

초가을 햇살 속에 쓸쓸하였다

실날같이 이어져 있다던

외할아버지 산소로 가는 길은 지워지고

고속도로가 보이는 멧등에 올라

나는 물끄러미 서흥 김씨의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나를 낳으시고

내가 첫돌이 되기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어머님은 그 지긋지긋한 시집 살림 다 떨치고

어린날의 고향으로 바람결 되어 돌아가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친정부모

무덤 곁을 혼자서 지키며 다니셨을 것이다

강산이 네 번씩 변하도록

이승 저승으로 갈라져 살아온 이 아들을

어머님은 알아나 보실까

방금 불어간 바람결이

너 왔구나 하고 반기시는 어머님 손길이라 생각하니

나는 그제서야 왈칵 눈물이 솟구친다

 

 

 

♧ 어머니의 강바닥

                                   김여정

하동 양보면 우복리에

누워 오늘도

진주로 부산으로 서울로

가슴의 물길 나누어 보내시며

치맛자락 걷어

연신 눈물 훔쳐내고 계실

어머니

생전에 우리 삼남매가 훑고 지나간

그토록 깊은

어머니의 강바닥을

미처 알 리 없던 우리들은

오늘 진주로 부산으로 서울로

흘러드는

어머니 가슴의 더운 물길에

가슴이 잠기고

목이 잠기고

우리 삼남매가 철없이 훑고 지나간

어머니 강바닥엔 패인 상처가

그토록 깊은 깊이에서도

환히 보여

치맛자락 걷어

연신 눈물 훔쳐내고 계시는

어머니 모습

환히 보여

오늘

하동 양보면 우복리의

하늘 바라보며

어머니 강바닥의 상처 굽어보며

어머니께 사죄의 절을 드린다.

 

 

 

 

♧ 어머님 웃음 곁에선

                              신광호

 

책을 읽고 계심

산책 나가심

-가슴이 답답하고 갑갑하다

어제 편안히 주무시고 일어나시어서인지

기분이 좋아지시다

-입맛이 없고 가슴이 답답하다

(입 주위가 부르트심)

-기운이 없고

가슴이 답답하며

눈뜨기도 귀찮다

-가슴이 답답

더웁다

(말씀하시는 것이 매우 힘이 없으심)

재봉틀 메고 가 삭바느질 하시고

수복 후엔 다시 국민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셔 제자의 아들 딸까지

길러내시다가 정년,

일찌기 서러움 배웠던

못난 저

지금 서럽지 않습니다

어머님 웃음 곁에선.

 

 

     

♧ 엄  마

                   김종삼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 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거랑 입을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어머니

이영유

나는 돌이요

나는 넋이요

나는 물이요

나는 흙이요

나는 바람이니

나는 돌아갈

뿐,

웃다가 보면

눈물도 나옵디다

 

 

 

♧ 어머니

 

                   김초혜

꿈에

울고 난 새벽

가슴에 묻힌

어머니 무덤에

무슨 꽃이 피었던가

뒷산골에

부엉이 울다 가면

그 산에 가득한

어머니 얼굴

현이 끊기고

말았던가

하늘빛이

변했던가

꽃필 날

다시 없을

뿌리가 뒤집힌

나무들은

생명이 병보다

더 아프단다

 

 

 

 

♧  어머님 전 상서

                             이경아

 

빗물로 움푹 패인 밭이랑 사이로
어머님 당신 얼굴 주름이 보입니다.
날(日) 접어 깍두기 칼칼하게 담궈놓고
외로움에 며느리 기다리던 잔정까지
푹 절여 담궈놓으신 햇김치하며
손수 개어놓으신 빨래를 바라보면서 그땐
정말 정인 줄도 몰랐습니다.

받아놓은 오일 휴가 첫날 새벽
미역국 앉혀놓고 마주한 주검 앞에
차디찬 오열로만 스러져 가던 날

그 밤도 장대같이 억센 비는 내리고
하관예배 준비하는 발걸음따라 어머님
당신은 웃으며 같이 걷고
걷다가 또 하늘 노여움을 푸셨습니다.

에미야 잘 살어라 육성도 없이
속살 헤집는 당신의 정념은
우뢰와 같이 오는 벼락이 되어
내 안의 이기와 아집을 치고
나는 귀신나간 육신과도 흡사하게
피를 흘리며 스러져갔습니다.

무덤 앞에
무덤 앞에
통곡하면서 찬송가로 묵도하고 돌아오는 길
어머님 당신은 외로움에 젖어
노을 대신 또
또 우시고 계셨지요

서울에는 그 눈물로 장마가 지고
벽지에선 그 눈물로 떠내려가는
집이며 전답이며 내 썩은 정신이며
어머님 당신의 그 눈물 앞에 저는
홀딱 젖어서
모든 옷을 다 벗고 이기와 편협과 아집과
나태를 벗고
불효한 이 못난 것에게
어머님 남겨두신 축사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새기다가 못 박으면서
그 손길 그 솜씨를 그리워해야 하는
모신 고문을 설탕처럼 받아야 했습니다

어머님
이제 당신 떠나시고 삼백 팔일째
추운 겨울 보내고 여름 오는 길목에서
어머님 내내 안녕하셨는지요

두달 있으면 탈상이라 자손 모여 기도할 제
어머님 그 마음 통째로 받으셔서
빗물 한방울도 떳떳되이 맞도록
하늘 한 구름도 꼿꼿하게 보도록
용서를
용서를 하여 주옵소서


 


 

♧어머니, 당신은 지금

                              조병화

어머님, 당신은 지금

사람의 눈으론 보이지 않는 세상에 계시옵니다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

제 곁에 항상 계시오며

하얀 제 생각 속에 계시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지금

사람의 귀론 들리지 않는 세상에 계시옵니다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

제 곁에 항상 계시오며

햐얀 제 혼자 속에 계시옵니다

얘, 순리대로 사는 거다

매사 탁 풀고 사는 거다

마음 상할 거 없다

아파할 거 없다

당하는대로 사는 거다

늦추며 늦추며 자연대로 사는 거다

아리게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순리대로 사는 거다

잠간이다, 하시며

어머님, 당신은 지금

사람으론

갔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세상에 계시옵니다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

제 곁에 항상 계시오며

햐얀 제 눈물 속에 계시옵니다.

 

 

 

♧ 어머니 

              정한모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 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내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진주를 다시 쓰린 눈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 노모

                   신달자

 

다 가라앉았다.

바람 불어도 흔들릴것이 없다.

그림처럼 적막한 잠자리에

지난 긴 세월

바람으로 되돌아와 수근대지만

어두운 두 귀는 다 열려 있느니

가끔은 저승의 눈발 하나 둘

흩날리는가

사락눈으로 내리는 아픈세월.

이승의 이불 한자락 끌어 덮고

어둑한 방에 곰팡이처럼

하얗게 피어있다

 

 

 

♧ 어머니 강물

                                    최하일

 

불볕의 모래 속으로 붉은 해 잠기고

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날아가는 저녁이면

얼마쯤의 안식이 우리 곁으로 와

우리 심신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고통, 고통,

본래 모습으로 어머니 강물이 흘러갔다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검은 강물이

언덕과 마을을 스쳐

깊은 침묵으로

침묵으로……

 

    

 

 

♧ 꿈에도 그리운 내 어머니

                                     

                                     심상순

 

내 유년의 뜨락에

말갛게 내려앉은 햇살

울 너머 길게 뻗은 신작로엔

장에 가신 어머니 긴 그림자

 

당신보다 먼저

문지방 살짝 넘던

빛 고운 옥색 고무신

살포시 풍기는 어머니 향기

그리운 어머니 내음

 

부엉이 벗삼아

등잔불 심지 돋우고

화로에 인두 꽂아

밤새워 바느질하시던

꿈에도 그리운 내 어머니

 

눈감으면 보일까

못 잊어 찾아간 꿈길엔

안개 같은 실비가 내리고

젖은 초가 굴뚝에선

그리움이 피어났다

 

삶에 힘겨워 눈물이 나면

먼 옛날 그 날로 돌아가

풍덩 뛰어들어 안기고 픈

어머니. 어머니 품 속

 

 

 

 ♧ 나의 어머니

                             브레히트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 어머니

                         - 이성복 -


1
어머니 찾아가는 길 잡초 우거져
길 못 찾겠네 어머니 내 지금
못 가면 우리 어머니 내 걱정에
잡초 헤치며 날 찾아오실 텐데
공중에서 길 흩어져 어머니와
나는 잡초 거츨은 숲속을 밤새내
헤맵니다

2
달빛 없는 수풀 속에 우리 어머니
혼자 주무시다가 무서워 잠을 깨도
내 단잠 깨울까봐 소리없이
발만 구르시다가, 놀라 깨어보니
어머니는 건넌방에 계셨다

어머니, 어찌하여 한 사람은
무덤 안에 있고 또 한 사람은
무덤 밖에 있습니까


 


 ♧ 어머니 치고계신 행주 치마는

 

                                       - 나태주 -

어머니 치고 계신 행주치마는
하루 한 신들 마를 새 없이,
눈물에 한숨에
집뒤란 솔밭에 소리만치나 속절없이 속절없이…….

봄 하루 허기진 보리밭 냄새와
쑥죽먹고 짜는 남의 집 삯베의
짓가루 냄새와 그 비린내까지가
마를 줄 몰라, 마를 줄 몰라.

대구로 시집간 딸의 얼굴이
서울서 실연하고 돌아와 울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박혀 눈에 가시처럼 박혀
남아 있는 채,
남아 있는 채로…….

이만큼 살았으면
기찬 일 아픈 일은 없으리라고
말하시는 어머니, 당신은
오늘 울고 계시네요
어쩌면 그렇게 웃고 계시네요.


 


♧ 어머님의  마지막 생신..

                                     

생신을 찾으러 
아들네 집에 오시네
택시비를 아끼려
일찍 버스타고 기차역으로 나와
오랫동안 기다리시어
열차를 타셨네


아들 딸에게 주려고 
청국장이며 
곶감 참기름등을 
보자기에  차곡 차곡 여미어
아픈 다리 참으며 오셨네

그 생일이 마지막 생일이라는 것을 
그 누가 알았겠나

생일 축하 노래부르고
촛불을 끄셨다네

마지막으로 
아들 딸 손자들을 뒤로하고
열차에 몸을 실었네

 어~이!

                  어~이!

                  그모습이 마지막 모습일줄
                  누가 알았겠나
 
                   (2002년1월25일)

 

 

 

 

 

 

 

http://rudfo.com.ne.kr/poet/mama.htm

 

 

 

나의 어머니

 

                          신달자

 

  한 송이 꽃인가 하고 다가서면
  차라리 한 그루 나무
  한 그루 나무인가 하고 다가서면
  차라리 한 덩이 바위
  한 덩이 바위인가 하고 우러르면
  듬직한 상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꽝꽝 언 대지 안에
  사랑을 품고 키우는 겨울 뿌리
  얼음 속에서도 얼지 않는
  생명이셨읍니다

  달 빛 받는 외짝 신발처럼
  홀로 울음을 가누는 고독한 聖者
  눈물과 땀과 피 남김없이 흘리시고
  그 마지막 죽음까지 뿌리에게 주는
  한 잎 가벼운 낙엽이셨읍니다
  완전한 봉헌이셨읍니다


 

 

              A prayer for our mother

 

  Dear Lord,

  Now that our mother is getting older please care for her with the same love and tenderness she held for us.

  Let each of us continue to welcome her into our daily lives with the joy and compassion she gave us.

  Let her aches and pains and all her unknown suffering be eased, for we know how unselfishly she gave to us.


  Let not distance nor death diminish our devotion and love as we try our best to return

  what she has given to us from the cradle to the grave.

 

 

  http://my.dreamwiz.com/junewlee/essay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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