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Kong (2005)
Flamboyant, foolhardy documentary filmmaker, Carl Denham, sails off to remote Skull Island to film his latest epic with leading lady, Ann Darrow. Native warriors kidnap Ann to use as a sacrifice as they summon "Kong" with the local witch doctor. But instead of devouring Ann, Kong saves her. Kong is eventually taken back to New York where he searches high and low for Ann, eventually winding up at the top of the Empire State Building, facing off against a fleet of World War I fighter planes.
Production Status: | Released |
Genres: | Action/Adventure, Romance, Thriller and Remake |
Running Time: | 187 min. |
Release Date: | December 14th, 2005 (wide) |
MPAA Rating: | PG-13 for frightening adventure violence and some disturbing images. |
Distributors: |
Universal Pictures Distribution |
Production Co.: |
WingNut Films |
Studios: |
Universal Pictures |
Filming Locations: |
Wellington, New Zealand (Campertown Studios - Stone Street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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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in: | United Stat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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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 (Naomi Watts) and Kong (performed by Andy Serkis) in Universal Pictures' King Kong -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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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mi Watts as Ann Darrow in Universal Pictures' King Kong -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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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 (Naomi Watts) in Kong's grip in Universal Pictures' King Kong -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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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큰 고릴라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석양을 보는 게 일과였다. 망망대해에 홀로 솟은 작은 섬. 그 꼭대기에서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바다는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선명한 수평선 안에 갇혀 있었다. 한 뼘밖에 되지 않는 세상. 그 저편으로 넘어가는 붉은 해를 넋 놓고 보다가 어두워지면 그놈도 잠들었다.
아침이 되면 저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먹기 위해, 먹히지 않기 위해 아귀 같은 짐승들과 싸워야 한다. 그렇게 하루치 배를 채운 뒤 산에 올라오는 일을 매일같이 되풀이하면서도 그 고릴라는 자기가 왜 이곳에 오는지 몰랐다.
여자와 산에 올랐던 날은 고릴라가 유달리 많이 싸운 뒤였다. 육식 공룡들과 싸우며 온몸에 피를 흘렸고 화가 정점까지 치솟아 마지막 한마리 공룡은 주둥이를 찢어 죽였다. 산꼭대기에 올라 앉은 고릴라는 상처의 피가 굳는 속도 만큼 천천히 숨을 골랐다. 저열한 생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때 붉은 노을이 지는 그곳에서 여자가 고릴라를 향해 손으로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했다. 아름답다고.
인간들에게 붙잡혀 뉴욕까지 끌려온 고릴라는 거기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나 뉴욕의 가장 높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느덧 새벽이 됐다. 조만간 비행기들이 고릴라를 죽이러 날아올 것이다. 아직은 조용한 가운데 여명으로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고릴라가 여자를 향해 손으로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고릴라는 알게 된 거다. 아름답다고 부르든 어떻게 부르든 삶에는 먹고 먹히는 싸움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다는 것, 스스로 몰랐지만 전부터 석양을 보러 산꼭대기에 올라온 게 실은 그 무엇 때문이었다는 것, (느끼함을 무릅쓰고 좀 더 부연하면) 그 무엇의 존재감을 네가 일깨워줬고 지금은 그걸 너와 함께 느끼고 있다는 것을.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킹콩〉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흔히들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감정의 초심을 잘 그려내고 있었다. 자기 존재의 누추함을 새삼 알게 되면서 좀더 의미있고 숭고한 가치를 좇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의 상태랄까. 무인도의 석양과 맨해튼의 여명을 거치면서 〈킹콩〉의 고릴라가 그런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이 놈이 사람보다도 더 실존적인 결단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고릴라가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게 어떤 선언처럼 읽혔다. 새롭게 알게 된 소중한 가치를 모른 척하고 저열하고 비루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 수는 없다는 …. 그렇게 비극을 준비하는 모습이 슬프고 아름다웠다.
저열하고 비루한, 약육강식의 전쟁터이기는 인간 사회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고릴라가 만난 여자가 사는 1930년대 뉴욕의 중하층 사회는 서로 등쳐먹기 바쁜 잔인한 곳이었다. 여자는 거기서 삼류 배우, 무용수를 전전하며 살고 있었다. 맨해튼 꼭대기에서 고릴라는 알았을까. 아침이 되면 여자도 저 밑에서 아귀 같은 인간들과 싸워야 한다는 걸.
영화를 벗어나 지금 이곳으로 눈을 돌려도 얘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잇속을 좇는 목소리 앞에 가치를 추구하는 말들이 묻힌다. 국익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이런 현상이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것처럼 얘기되던 게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그건 한국 사회가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주둥이를 서로 찢으며 외치는 짐승들의 고함과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세밑새해 해질녘에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 고릴라처럼 숨을 고르자. 1년 동안 싸우면서 생겼던 상처를 달래자. 그리고 거기서 초심을 찾아보자.
임범 문화부장 isman@hani.co.kr
http://www.hani.co.kr/kisa/section-008003000/2005/12/0080030002005122017445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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