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예요!(Superb)”
6일 오후 7시 반(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있는 피콕 극장에서는 환호가 멈추지 않았다.
한국의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가 유럽 공연의 중심지인 웨스트엔드에서 드디어 10주간의 긴 여정의 막을 올린 날이었다.
개막일인 이날, 런던에서는 공교롭게도 한국축구대표팀과 그리스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린 탓에 한국 교민 관객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고 980석의 객석은 대부분 현지 관객들로 채워졌다. 관객들은 태권도 쿵후 택견 등을 구사하는 할아버지 엄마 아빠 딸 예비사위 삼촌으로 구성된 별난 무술 가족이 집에 침입한 두 도둑을 물리치는 이야기에 배꼽을 잡았다. 제목 그대로 배우들이 무대에서 붕붕 뛰어오를 때는 감탄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비언어극이지만 “Clean Up!(청소해)” “Continue Training!(훈련해)” 등 중간 중간 나오는 짧은 대사는 모두 영어로 처리됐다. 극중 삼촌이 술에 취해 흥얼거리는 노래도 런던 공연에 맞춰 비틀스의 ‘렛 잇 비’로 바뀌었다. ‘매트릭스’ ‘맨 인 블랙’ ‘007시리즈’를 패러디한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일간지 가디언에 ‘점프’의 리뷰를 쓰기 위해 왔다는 평론가 산조이 로이 씨는 “코믹하고 과장된 음향이 배우들의 빠른 무술동작과 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타이밍이 무척 인상 깊었다”며 “리뷰에 별 네 개(별 다섯 개 만점)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점프’를 본 뒤 올해 또다시 보러 왔다는 관객 리젤 클라크(20) 씨는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고 웃긴 데다 코미디와 애크러배틱, 그리고 무술을 섞은 형식이 무척 독창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공연의 메카인 런던 웨스트엔드에 처음 진출한 ‘점프’는 지난해 피콕 극장에서 3주간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10주간 공연을 시작으로 장기공연의 시험대에 오른다.
피콕 극장이 소속된 공연장 그룹인 새들러스 웰스의 아리스테어 스폴딩 극장장은 “우리 극장에서 한 공연에 파격적으로 10주간 공연장을 내 준 것은 ‘점프’가 최초일 만큼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우리 극장에서 7년째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선보이는 인기 레퍼토리 ‘스노우맨’도 5주만 공연한다”고 덧붙였다.
새들러스 웰스와 ‘점프’의 제작사인 ‘예감’은 이번 공연이 성공할 경우 매년 봄(2∼4월) 고정적으로 ‘점프’를 무대에 올리는 ‘시즌 레퍼토리’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올해 ‘점프’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전체 티켓의 40% 이상이 사전 판매됐다.
새들러스 웰스의 홍보담당자 안나 윌슨 씨는 “‘점프’ 공연의 객석 점유율은 피콕 극장의 평균 객석 점유율을 10% 이상 웃돌 정도로 인기”라고 귀띔했다. 새들러스 웰스 극장은 324년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와 ‘가위손’ 등이 초연된 곳이다.
지난해 ‘점프’ 공연이 성공을 거두면서 계약 조건도 유리해졌다. 예감의 김경훈 대표는 “올해 받는 개런티는 회당 3200파운드(약 640만 원)로 좋은 조건”이라며 “배우들의 공연 개런티 외에도 올해부터는 공연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순간부터 우리가 순익의 10%를 가져오는 러닝 개런티도 함께 체결했다”고 밝혔다.
‘점프’는 올 상반기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을 마친 뒤 하반기에는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 오프브로드웨이 진출의 구체적인 공연 일시와 극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런던=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sjkang@donga.com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209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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