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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e—echo—bluespirit

여름속의 봉하마을

by e-bluespirit 2008. 8. 21.

 

 

여름속의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휴가가 끝남에 따라 봉하마을도 다시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마을 테마식당도 잠시 휴가를 즐겼고 처음으로 오리농사 짓는다고 많은 애피소드를 남기던 마을 주민들도 오리들 식구 절반을 먼저 전남 순천과 부산 강서로 시집보내고 잠시 한가함을 누린다. 일년 농삿일 일정을 보면 지금은 휴식기다.

 

특히 봉하마을은 벼의 튼튼한 착근을 위해 논에 물을 빼고 오리 돌보는 것 이외에는 큰 일이 없어 가끔은 마을 입구 느티나무 밑에서 더위를 식히는 시간도 있다. 농군정호로 널리 알려진 김정호 비서관의 긴급호출이 있을 때는 예외이긴 하지만...

 

지난번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김정호 비서관이 '행님' 으로 부르는(김 비서관은 마을을 다니거나 일을 하다가도 동네 남자들을 만나면 부르는 호칭이 반 이상은 '아재'이고 나머지는 '행님'이다) 김호문 봉하 테마마을추진위원회 위원장도 나무그늘 한자락을 잡고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 봉화산 등산로 옆에 있는 소 축사를 허물고 있었는데 다른 계획이 있냐고 물었더니 "몇년 간 소를 키웠는데 이제 소농사는 접었고 더우기 마을을 찾는 손님도 많으니 미관상 좋지도 않고 냄새도 나서 허물었다" 고 한다. 그 자리에는 테마공원이 들어설 지도 모른단다. 논에는 이미 연꽃을 심었고 밭에는 특이한 꽃 같은 것을 심어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요즘 연꽃공원은 탐방을 위한 데크 설치작업이 한창이다. 연꽃공원이 마련된 이 곳에는 옛날 4-5개의 웅덩이가 있었다고 한다. 작년에 마을사람들이 여기에 백련을 심었는데 토질이 점질토라 별다른 소출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연(蓮)은 사토(沙土)가 좀 있어야 잘 자라고 연근도 상품성이 있다는 것이 김정호 비서관의 설명.

 

그러던 것을 볼거리도 만들고 연농사도 겸해 생태연못으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생태연못은 모두 6개로 되어 있다.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이 백련. 연꽃차와 연근을 이용할 수 있다. 다음이 홍련. 주홍색을 띠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흔히 동양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연못입구 왼쪽에 심겨져 있는 연이다. 수련을 심은 웅덩 양 귀퉁이에는 좌완연이 자라고...

 

봉하마을의 생태연못에는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에 있는 연도 있다. 지난번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서 옮겨온 남개연과 왜개연이다. 작고 이쁜 노란 꽃이 피고 남개연은 꽃의 암술머리에 붉은 색을 띤단다. 가시연은 유일하게 씨앗번식을 하는 것으로 잎 지름이 2m까지 자란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잎사귀 가운데에서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운다는 것. 우포늪에서 증식허가를 득한 전문가가 200주를 기증했는데 이 연을 키우기 위해 봉하마을도 환경청에서 증식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토요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연못주위를 돌며 연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연못으로 내려오는 길목에 돌로 1.5m 넓이의 탐방로를 만들면 아주 아름다운 생태연못이 완성될 거라고 자랑하던 김정호 비서관은 어느새 맨발로 낫을 들고 연못속의 생장이 시원찮은 연잎을 정리한다. 자식 돌보듯 가시연의 잎에 묻은 흙을 정성스레 물로 �어냈다. "지난번에 피라미, 민물새우, 납자루, 참게, 미꾸라지, 물방개, 붕어 등을 연못에 넣었습니다. 또 함평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30여종의 수생, 수변식물들을 심기도 했구요. 내년에는 주변에 넝쿨나무와 덩굴식물을 심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볼거리가 많아진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되겠지요".

 

그는 이번 일요일(17일)이면 남은 오리들을 논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전통테마식당에서 별식요리를 개발하여 관광객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얼굴 보고 정이 든 놈들이라 차마 도축장으로 보내 요리재료로 만들 수가 없었단다. 지금으로는 당분간 마을 앞 수로에 풀어 그 놈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즐기게 할 생각이란다.

 

 

 

 

오리들이 헤집고 다니던 봉하마을의 논에도 이제 벼가 패는 것이 보인다. 뜨거운 여름햇살과 가을바람에 익고 추수가 되면 전국적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일을 마치고 생가 건너 편 가계를 지날 무렵 김 비서관이 부른다. "식혜나 한잔 마시고 가지요". 일행들을 불러 쭈욱 한잔씩 권하고는 용감하게 "외상" 으로 그어 달란다. 그 때 마침 승구봉 화포천지킴이 단장이 나타났다. 지난 비에 동네입구 소류지에 쓰레기가 많이 차여 치우러 가는 길이란다. 트럭에는 고무보트가 실렸고 그 일행들은 인사가 끝나자 마자 휭~하니 떠나 버렸다.

 

생가 옆 만남의 광장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그들이 타고 온 승용차, 버스 등으로 주차장은 이미 만원. 조금 후 와~~~하는 환호소리가 일었다. 그날 노 전 대통령이 들려준 주제는 '교육' 이었다. "옛날에는 공부 잘 하는 놈이 시험을 잘 쳤지만 요즘은 돈 많은 아버지를 둔 아이가 시험을 잘 친대요". 사교육비를 걱정하는, 이미 뒤틀려진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관광객들이 치는 또 한번의 박수와 웃음소리가 마을을 덮었다. 차창 밖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생태연못의 데크로 남녀 관광객 몇 사람이 채 다 피지 않은 연꽃과 주변의 부처꽃을 구경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비쳐 왔다.

 

http://www.yndaily.co.kr)

이균성 기자 kslee473@y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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