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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cultivate—culture

훈훈하게, 따스한 입김처럼 - 이제니

by e-bluespirit 2011. 11. 26.

 

 

 

 

 

 

 

 

 

 

 

 

 

 

 

 

 

 

 

 

아마도 아프리카 - 이제니

 

 

 

분홍 설탕 코끼리

 

 

분홍 설탕 코끼리는 발에 꼭 끼는 장화 때문에 늘 울고 다녔다. 발

에 맞는 장화를 신었다 해도 울고 다녔을 테지. 어릴 때부터 울보였

고 발은 은밀히 자라니까. 두 번째 분홍 설탕 코끼리가 말했다. 그렇

다고 코끼리가 두 마리 있는 건 아니었다. 언덕도 없었지만 분홍 설

탕 코끼리는 오늘도 언덕에 누워 설탕을 먹고 분홍에 대해 생각했

다. 코끼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아니, 있었나. 아주 오래

전 일이라 잊었나. 설탕, 하고 발음하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바보,

모든 설탕은 녹는다. 뚱뚱해지는 건 시간문제. 계절이 지나자 분홍

설탕 코끼리는 분홍 설탕 풍선이 되었다. 아니, 그건 잘못된 말이다.

분홍 설탕 꼬끼리는 분홍 풍선 풍선이 되었다. 아니, 그것도 잘못된

말이다. 분홍 설탕 코끼리는 풍선 풍선 풍선이 되었다. 할 짓이 없구

나. 네, 그럼요 그럼요. 풍선 풍선 풍선은 이름이 바뀌었는데도 자신

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서운했다. 친한

사람들끼리 그러듯 막 대해줘도 좋을 텐데. 풍선 풍선 풍선을 일부

러 잃어버린 장화 한쪽을 손에 들고 이미 녹아버린 설탕을 음미하면

서 하늘에 떠가는 분홍 설탕 코끼리를 바라보았다. 구람 같았고 추

억 같았고 눈물 같았다. 불지 않는 바람의 깃털 사이로 풍성 풍선 풍

선의 없는 꼬리가 한 번 나부꼈다. 안, 두 번 나부꼈다. 분홍설탕코

끼리풍선구름. 멋진 이름이다. 어제부터 슬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

기로 했다.

 

 

 

 

 

 

 

 

 

 

 

 

 

 

 

http://news.korean.go.kr/online/feel/delicious/delicious.jsp?idx=22

http://www.for-munhak.or.kr/idx.html?Qy=book3&nid=8080

http://bandinbook.egloos.com/5536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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