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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15 호> "빛의여백"

by e-bluespirit 2001. 7. 7.
사랑받는 행복

"누구에게 사랑을 받기 위하여 존재한다면 그것이 행복이지"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되뇌어 보고 또 되뇌어 본다.
한겨울 마음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며 따스해지기 시작하여 온 몸으로 번져 가는
물무늬같은 사랑의 형태학적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자신은 부처님에게 사랑받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노스님은 나의 물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성당을 다닌다. 천주교 신자라는 이야기인데
주일을 잃어버리고. 고해성사를 받은 지도 오래되었다.
혹시라도 어느 누가 나에게 천주교 신자인가 물어온다면
나는 자신있게 "예" 라는 대답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영세받고. 견진받아 몇 명의 대자도 두고 있다.
하지만 불교에 대해서는 그 포괄적 사상이 좋아
한동안 부처님의 말씀을 원숭이처럼 흉내를 내어 보곤 하였다.
지금도 나는 절에 갈 기회가 있다면 부처님에게 절을 올린다.
내가 따르는 종교가 상대방과 다르다고 하여
상대를 부인 한다는 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공자님을 만나면 공자님에게도 나는 절을 하며
어느 신전을 가더라도 그 신에게 마땅한 예의를 차린다.
그것은 상대를 인정해야 나도 인정받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렇게 절을 찾아 다닐 때
인생역학에 대하여 많은 공부를 하신 노스님을 만난적이 있다.
"스님 제 인생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언제쯤 결혼하구.
돈도 많이 벌구 늙어서도 잘살 수 있을까요?"
"그것 알아서 뭣하려구?
10년 후에 거지가 된다면 지금부터 거지연습 할래?"
그래. 난 그걸 알아서 무엇에 사용하려 했을까?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어리석음의 대표적 질문이 아닌가?

칼빈이던가?
인간의 운명 예정설에 대하여 거부했던 기억이 난다.
인간의 운명은 결코 예정된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고...
예정된 대로 꼭 그렇게 된다면 어리석기만 한 우리 인간들의
이세상을 사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하고 한탄하던...
우리가 태어나며 약속된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면
열심히 살아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신부님이나. 수녀님. 그리고 스님을 보면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저 들은 어떤 운명을 타고 태어났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와
홀로 가야만 하는 고독한 길을 행복으로 택한 것일까 하고.
나는 혼자라고. 외롭다고. 아프고 쓰리다고 소리지르는 길을
이 길이 행복의 길이라고 선택하여 스스로에게도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운명에는 혼자서 스님이 되어서. 신부가 되어서
외로움과 동반하여 고독하게 살 운명이라고 이미 정해져 있는 걸까?
하지만 우리들이 보기에 그것이 그들에게 당연한 행복으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삶의 모든 것이라면 오히려 그것을 부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 분들에게 행복이란 어떤 것이라고 말 할 필요가 없다.
행복이란 스스로가 선택한 길을 가는 것.
자신의 절대자에게 사랑받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 자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원하고 바라 온 것이다.
어떤 사람이던 그 사람의 현재 보이고있는 모습은 그 사람이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스스로가 만들어 온 것이란 말이 있듯.
또 그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일은 꼭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내가 불행하다면 그건 내가 그 불행을 선택해 온 것이고
내가 행복하다면 그건 내가 행복해지기를 선택해 온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생을 살 것인지를 정하고
태어난다는 말을 나는 절대적으로는 믿지 않는다.
어려운 인생은 어려운 대로 쉬운 인생은 쉬운 대로 겪어야 하며
그것이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면서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의 영혼이 바라는 것은 지금의 생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고
이 생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다 배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음 생에서 다시 배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개척해 가는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택하는 내 운명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운명은 내 마음속의 나를 추스려 어려움을 겪어 내며
결국은 나 혼자의 수고로움으로 넘어야 할 큰 산인 것이다.

그대에게 다가오는 그대 인생의 습관과 사고 방식들 그대로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서
" 결코 그것은 아니야 "
하고 소리치는 그대 영혼의 목소리가 너무 크지 않은가?
그것을 모른 척 하기에는 우리의 의식이 너무도 명료하다.

(김붓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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