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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feature—film

Hero 英雄 Ying Xiong 영웅 (2002)

by e-bluespirit 2004. 9. 5.

 

 

 

 

 

 

 

 

 

 

 

Movie review: 'Hero'



4 stars (out of 4)

Swooningly beautiful, furious and thrilling, Zhang Yimou's "Hero" is an action movie for the ages. Based on the historical legend of China's first emperor--the same tale that inspired Chen Kaige's "The Emperor and the Assassin"--"Hero" is a wild and lovely fantasia: a feast of lavish visuals and a heart-stopping explosion of cinema pyrotechnics and fight choreography that, in scene after scene, leaves you almost breathless.

Zhang's movie is set 2,200 years ago, during the reign of the King of Qin (Chen Daoming), the emperor who united China and built the Great Wall. And it's about the three master assassins--Broken Sword (Tony Leung Chiu-wai), Flying Snow (Maggie Cheung) and Sky (Donnie Yen)--who threaten the emperor's life and the nameless hero (Jet Li) who kills them all.

As stoic as the Japanese samurai of centuries hence, Nameless tells the Emperor of his adventures as they face each other in the King's vast anteroom over a fiery bank of candles. He describes in detail (and flashback) how he out-dueled and killed all three. Apparently, he bested Sky by sheer brute athleticism and the tempestuous killer-lovers Broken Sword and Flying Snow by a mix of swordsmanship and psychological cunning--and lessons learned from Broken Sword's other great art, Chinese calligraphy.

But the Emperor is wary. At war with the six other Chinese kingdoms for decades, he trusts no one, especially not this fearsome, quiet warrior. As their conversation continues, the story deepens and changes and, as in Kurosawa's "Rashomon," more and more layers of illusion and reality are peeled away, while a mass of warriors gathers menacingly outside.

"Hero's" framework comes from history, but this film isn't remotely realistic. In the Hong Kong-style fight scenes, combatants sail and swoop through the air like swordsmen-eagles, leaping over mountains and lakes (and deserts that remind you of "Lawrence of Arabia"), while storms of arrows rain from the skies. Sky, Nameless, Broken Sword and Flying Snow all engage in deadly gravity and logic-defying battles and so does Moon (Zhang Ziyi), the latter duo's dangerous maid.

Everything is wildly out of scale, loony and exaggerated--yet so masterfully deigned and executed, by Zhang in the dramatic scenes and action director Tony Ching Siu-tung ("Chinese Ghost Story") in the duels and battle scenes, that you're always firmly in this film's grip.

It's a genre movie of the best kind, packed with completely unrealistic yet hypnotically entertaining scenes, a dazzlingly intricate color design and big star personalities (martial arts superstars Li and Yen, Hong Kong dramatic aces Cheung and Leung and prize-winning Chinese TV actor Chen) playing outsize super-hero, super-villain roles. These are actors who are so expert in realism or fantasy (or both), they can convince us of almost anything.

Li, by now a Hollywood regular and international superstar, plays Nameless with the simmering charisma of the three actors who probably inspired the part: Tatsuya Nakadai in "Hara-kiri," Toshiro Mifune in "Yojimbo" and Clint Eastwood in his Leone films. But the other five principals have tremendous screen presence as well; Ziyi, especially, is an unforgettable hellcat.

"Hero" may seem a radical departure for Zhang, China's prime international festival prize-winner, known here primarily for pictorially magnificent period tales ("Red Sorghum," "Raise the Red Lantern") and poignant realist dramas ("Not one Less," "The Story of Qiu Ju"). Yet the same psychological acuity, romantic lyricism, aesthetic brilliance and deep humanity that infuse Zhang's other films permeate "Hero"--and also his more recent Cannes triumph, "The House of the Flying Daggers." Those strengths mesh splendidly with the action-choreography genius of Ching, melding together into a seamlessly lyrical whole.

"Hero," the biggest domestic grosser in Chinese film history (where it was released in 2002), was far more popular with Asian audiences than the huge U.S. martial arts epic hit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That movie was damaged overseas by Cheung's and Chow Yun-Fat's accented Mandarin dialogue, a problem solved here by mass dubbing.) And though "Hero's" huge Chinese success won't be duplicated here, art-house audiences are still in for a thrilling, passionate, sublimely well-executed treat. Life and history were never like this, and neither were heroes and heroines--except in our dreams. But, as "Hero" shows, maybe they should have been.

"Hero" ("Yingxiong")

Directed by Zhang Yimou; written by Li Feng, Zhang, Wang Bin; photographed by Christopher Doyle; edited by Zhai Ru, Angie Lam; production designed by Huo Ting Xiao, Yi Zhen Zhou; music by Tan Dun (violin solos, Itzhak Perlman); action scenes directed by Tony Ching Siu-Tung; produced by Bill Kong, Zhang. In Mandarin Chinese, with English Subtitles. A Miramax Films release; opens Friday. Running time: 1:39. MPAA rating: PG-13 (stylized martial arts violence and a scene of sensuality).

Nameless - Jet Li
Broken Sword - Tony Leung Chiu-wai
Flying Snow - Maggie Cheung
Sky - Donnie Yen
King of Qin - Chen Daoming
Moon - Zhang Ziyi


 

http://metromix.chicagotribune.com/movies/mmx-040825-movies-review-mw-hero.story

 

 

 

 

 

 

 

 

 

피의 대지와 검붉은 하늘 속에서 살아 남으려 검을 들었을 뿐이다...
나를 향한 엄청난 칼부림에 살고 싶어 내가 먼저 베어야할 뿐이다...
영웅이라 불리고 싶지 않다...
이름도, 가족도, 고향도, 갈 곳도 없는 난... 외로운 떠돌이일 뿐이다.

 


춘추전국시대

기원전 475년에서 221년까지의 중국 대륙은 전국 7웅이라 불렸던 진(秦), 초(楚), 연(燕), 제(齊), 한(韓), 위(魏),조(趙)의 일곱 국가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 왕국들의 치열한 세력다툼으로 인해 전국 시대라 불렸던 그 시기는, 끝없는 살육의 전쟁과 고통으로 얼룩진 참혹한 시기였다.
전쟁은 지배적인 삶의 방식이었고 통제가 불가능해진 평민들의 사회 또한 무법천지로 전락하였다. 그 어떤 무기라도 소지할 수 있었고 수많은 살인이 난무하였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혹은 부와 명예를 위해 무예를 연마하게 되었고 무예에 출중한 자는 무사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새로운 질서를 낳았다. 이전 시대에는 귀족이 전차를 이끌고 전쟁을 수행했지만, 평민 출신의 무사들이 이를 대신하여 전장 일선에 투입되는 대신 지휘관은 전략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돈에 검을 드는 떠돌이들도 무수히 생겨나게 되었다.
또한, 춘추전국시대에는 봉건제도가 굳건하게 정착되었다. 각 국가들은 정권을 장악하려는 지방 호족들의 봉건 왕조를 추대했다. 끝없는 전쟁을 종용하는 대부분의 왕과 나라는 대체적으로 권위적이었고 포악했다.
그 중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무자비하고 악랄하기로 소문난 왕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영정이었다. 전국7웅 중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던 진의 왕이었던 그는 결국 다른 나라들을 차례로 멸망시키고 천하통일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 첫 황제로 등극하고 진시황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영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사게 되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암살 시도를 받은 인물이 되었다.
영화 [영웅]은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영정과 돈을 위해, 이념을 위해 그를 암살하려는 전설적인 자객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름 없는 장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대.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인인지 말 할 수 없었다. 영화 [영웅]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영웅의 의미를 확실하게 새겨주고 있다.

 

 


Colors


 

 


Red

붉은색은 질투와 격렬한 감정을 나타낸다. 파검과 반목하는 비설의 모습은 오만을 나타내며 서로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모습은 질투와 격렬한 애증을 나타낸다. 비설을 향해 검을 들이대는 여월의 모습은 질투와 슬픔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Blue

푸른색은 희생을 나타낸다.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무명을 위해 파검과 비설 중 한 사람은 자신을 포기해야 된다. 이를 위해 파검과 비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아픔을 견뎌야만 한다.

 

 

 



White

흰색은 절실한 사랑을 나타낸다. 영정을 죽이려는 비설과 막으려는 파검. 생을 도외시한 채 영정을 죽이려는 비설은 좀처럼 파검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자신의 절실한 사랑을 표현하기 하기 위해 파검은 비설의 검에 몸을 던지고, 결국 그 슬픔으로 비설마저 죽음을 택한다. 여월은 파검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눈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Green

녹색은 회상을 나타낸다. 과거 파검과 비설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진나라의 군대를 물리치고 왕궁에 침입하던 옛 모습을 보여준다.

 

 

 



Black

검은색은 진나라를 상징하는 색상이다. 진나라의 강한 군사력과 확고한 통치력을 상징하는 색으로 진나라의 병사들이 움직일 때면 검은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다.

 

 


Special Scenes



심내전(心內戰)

끊임없이 내리는 빗물, 빗물 사이를 타고 흐르는 아름다운 현의 울음. 검과 창을 내려놓은 두 영웅은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건만 그들 사이에서는 살을 노리고 뼈를 헤집는 살기가 폭발하노라...
영웅에서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액션이 나온다. 특히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은모장천과 무명의 대결은 무협 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둘은 몇 합의 검을 겨룬 뒤 다시 서서 눈먼 악사에게 음악을 청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결에 돌입하는데 이제부터의 대결은 실제로 검과 창을 맞대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둘은 마음속으로 비무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로 부딪히는 것처럼 치열하고 격렬하다. 비록 마음속이지만 이 대결에서 진다면 자칫 호흡이 흐트러져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생명을 걸고 하는 전투나 마찬가지이다. 두 배우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정만으로 결투의 진행을 표현했고, 마음속의 결투는 흑백장면으로 교차해서 나타내었다. 아름다운 동양의 미를 표현하고자 한 장예모 감독은 얘기로만 전해지던 심안무를 스크린으로 옮겨 동양적인 내공의 힘과 무명과 장천의 높은 무공의 수위를 표현하였다.


 


수상비(水上飛)

물위를 걷는 절정의 신법으로 호수를 가르며 펼쳐내는 검기. 살에 물이 닿으면 지는 대결이건만,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아내야 하노라...

이 장면은 [와호장룡]의 가장 유명했던 장면인 대나무 대결신보다 훨씬 더 동양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냈다. 그야말로 정중동의 의미를 완벽하게 살려낸 아름다운 무술 대결은 한편의 산수화를 감상하는 듯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특히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결투를 펼치는 세계적인 두 배우의 몸짓은 춤사위처럼 신비롭고 화려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결투 방식이다. 이들은 서로의 몸에 상처를 내어 승부를 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서로의 높은 무공을 인정하고 있기에,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새로운 방법을 택한다. 그것은 살에 물이 닿으면 지는 것이었다. 둘은 검으로 물방울 튕겨내며 힘을 겨루지만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튄 물방울 하나가 비설의 얼굴에 닿았고, 파검은 자신의 연인의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낸다. 이를 보고 심기가 뒤틀린 무명은 물에 빠지지만 승리는 이미 무명의 것이었다.

 


화폭풍(花暴風)

황금 폭풍 휘몰아치는 검 날은 죽음조차 황홀하게 감싸안고 두 여인의 수려한 몸짓에는 사랑과 증오를 담았으니, 칼을 맞댄 여인들 사이에는 회한만이 묻어나노라...

모든 액션 장면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웅]의 장면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장면은 장만옥과 장쯔이가 나뭇잎이 눈발처럼 휘날리는 곳에서 싸우는 신이다. 눈처럼 내리는 은행나무 잎은 결투가 진행되는 내내 흩날려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특히 장만옥이 검술을 펼치면 황금색의 폭풍이 되어 아름답게 휘몰아친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한 스텝들의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이상적인 배경을 찾기 위해 그들은 수백 킬로미터를 여행했으며 결국 찾아냈지만 이제부터가 더 힘든 작업이었다. 한 사람이 남아 잎들을 매일 같이 관찰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일일이 비디오로 촬영했다. 그리고 반정도가 노랗게 되었을 때 전 스텝들이 그 장소로 이동하였다. 심지어는 나뭇잎 분류 시스템까지 만들어 1급의 잎들은 배우들 앞에, 2급의 잎들은 그들의 뒤에, 3급의 잎들은 땅바닥에 흩어지게 했다. 이렇게 나뭇잎들을 분류한 다음에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또한 촬영이 끝나면 다시 잎을 모아 분류한 다음에 다시 찍는 미련한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박증에 가까운 이런 노력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영화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아름다운 무술신을 만들어냈다.

 

오색화(五色畵)


오색 빛 어우러진 검무는 황홀경에 이르렀고, 진실과 시기, 오만과 분노를 오가는 영웅들의 마음은 세 가지 색으로 가슴을 두드리노라

[영웅]을 보고 나면 놀라운 액션에 감탄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화려한 영상미에 감동받게 될 것이다. 빨강, 파랑, 초록, 검정, 흰색의 완벽한 표현으로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멋진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완벽한 영상의 표현은 아카데미 의상상에 빛나는 에미 와다의 공이 크다. 그녀는 겨우 30가지의 색깔을 사용하여 수작업으로 각각의 샘플에 대한 염색을 시도했다. 그녀의 욕심은 대단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색깔이 받아들여지고 나서도 좀 더 나은 색을 찾기 일수였다. 결국 스텝들은 영국과 일본에서 염색제를 사와서 지하수를 이용해 몇 가지 천에 염색을 했다. 이런 천이 수 천 미터에 이르고 나서야 맘에 드는 색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완벽한 의상 처리는 붉은 옷에만 55가지 색이 포함될 정도였다. 게다가 액션을 위한 이 모든 의상은 발레복처럼 가볍게 제작되었다.

 

 

 

http://www.movist.com

 

 

 

<영웅>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무협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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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영화는 세계 영화계가 새삼 주목하고 있는 장르다. 그 진원은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었다. 이 시정으로 충만한 무협영화는 비평적 찬사 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무협영화를 재발견하게끔 만들었다. <영웅>이 관심을 모아온 것도 우선은 무협영화라는 점 때문이었다. 여기에 <붉은 수수밭> <국두> 등의 영화로 국제영화제에서 개가를 올려온 장예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도 궁금증을 일으켜왔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이연걸을 비롯해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등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국계 스타들이 주연 자리를 나눠 가졌다. 또한 제작진도 훌륭하다.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탄 둔이 참여했으며 <화양연화>로 칸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도일도 합류했다. 정소동이 무술감독을 맡은 점도 미더웠다.

<영웅>은 일곱 국가들이 지배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가 배경이다. 훗날 진시황이 되는 진나라의 왕 영정을 살해하려는 조나라 출신의 자객들이 주인공. 장천(견자단), 파검(양조위), 비설(장만옥)이 그들이며 장수인 무명(이연걸)이 이들과 뜻을 같이 한다. 허나, 영화는 이들 넷이 영정에 맞서는 과정을 따르리란 범상한 예측을 벗어나 일종의 ‘진실게임’으로 서두를 연다. 어느 날 무명이 영정을 찾아와 자신이 자객들을 모두 죽였노라고 말한다. 무명의 자초지종을 들은 영정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나름의 추리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들려준다. 이런 식으로 무명과 영정이 사실에 가 닿기를 두어차례.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고 무명은 영정을 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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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는 방한해 갖은 시사에서 <영웅>을 ‘시(詩)적인 영화’라고 자평했다. 이 표현은 이 무협 판타지를 이해하는 데 좋은 힌트가 되어준다. 시인으로서 장예모는, 물론 지독한 탐미주의자다. 테마에 따라 스크린을 번갈아 가면서 수놓는 붉고 푸르고 하얀 색깔들은 동색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색을 고르고 골라 사용한 듯 보인다. 자주 침묵하는 이야기도 간결하기 마련인 시를 닮았달 수 있는 부분. 영화의 진행방식도 시에 빗댈 수 있는 구석이 있다. 영정과 무명에 의해 매번 재구성되는 이야기는 시의 형식 중에서 각 연을 연상케 한다. 변주에 변주를 거듭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시심을 심어 놓은.

우선 <영웅>이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기막힌 액션이다. 영화 속 무술씬은 하나같이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무명이 영정한테 들려주는 첫번째 이야기에서 무명과 장천은 각각 검과 창을 가지고 결투를 벌인다. 마침 이 결투의 추임새는 가야금을 타는 노인네의 몫이 된다. 이때 둘은 따로 놓여진 두대의 가야금이 아니다. 결투를 벌이는 그 모습이 마치 한대의 가야금에서 줄을 나눠 가져 ‘연주’하는 것 같다. 음악이 무술이 되고 무술이 음악이 되는 경지를 보여준다. 이때 등장하는 ‘심안무’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마음 속에서 무술을 겨룬다는 것은 무협영화다운 허세가 가공해낸 설정. 그런데도 실소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미 빼어난 무술에 몰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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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설과 여월(장쯔이)이 은행나무 밭에서 벌이는 대결도 첫손에 꼽을 만한 명장면. 붉고 노란 잎새들 사이에서 칼부림하는 두 여인의 모습은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허나, 뭐니뭐니 해도 <영웅>의 백미는 파검과 무명이 호수 위에서 벌이는 싸움이다. 호수 위를 날아다니고 물방울 하나까지 되받아치면서 공중에 사방 무늬를 그려대는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입 밖으로 찬탄이 새어 나온다. 대부분의 액션은 한껏 멋스럽게 찍혔으나 몇몇 장면은 객석에 즉통을 안기기도 한다. 진나라 군대가 대규모로 화살을 쏘는 장면에서 그러한데, 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채 날아오는 화살을 보면 잠시 객석을 모면하고픈 생각마저 든다. 이처럼 <영웅>이 펼치는 다종다기한 무술의 향연은 보는 이의 넋을 쏙 빼놓고도 남음이 있다.

<영웅>의 라스트는 조금 난데없이 느껴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만리장성을 보여주며 끝나고 있는 것. 저기 중국 관객들에게야 감개무량하게 느껴질 법하다.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감정은 내던졌던 영웅들로 말미암아 지금의 중국이 있겠거니 생각할 것이다. 영화 스스로 프롤로그에서 “이 이야기는 많은 전설 중 하나”라고 운을 떼 <영웅>에 등장하는 인물들 말고도 숱한 영웅들이 그들 역사에 존재해 왔음을 은근히 자랑삼은 터였다. 하지만 오락거리를 찾아 극장을 기웃거린 여기 이국의 관객에겐 그저 여흥을 깨는 에필로그에 다름 아니다. <와호장룡>의 나중을 장식했던, 상승하듯 추락하던 용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불만도 이 놀라운 엔터테인먼트에 감히 흠집을 내지는 못한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 한 가지, <와호장룡>과 <영웅>같이 종래엔 비련으로 마감하는 무협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욕망하는 것일까?



 
맥스무비 / 김영창 contact@maxmovie.com

 

 

 

 

 

http://hero.freero.com

 

 

 

 

 

 

 

 

 

Yiruma - For Everything...

(There Is A Reason For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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