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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live—Library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by e-bluespirit 201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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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왜냐하면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처형당하던 서른세 살의 사형수 예수

 

 

 

 

 

 

삶과 죽음, 선과 악, 죄와 벌 그리고 진정한 생의 의미에 대하여...
공지영 소설의 한 절정을 보여주는 7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등단 17년... 세상에 대한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통찰, 한 문장 한 문장 읽는 이를 매료시키는 감응력, 그리고 잊혀진 시간들과 버려진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연민과 애정으로 공지영의 문학은 이미 우리에게 하나의 특별한 개성으로 자리잡았으며, 그녀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작가 스스로 아프게 건너왔기에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한때는 빛났으나 이제는 퇴색해버려 반성 없이는 뒤돌아볼 수 없는 80년대라는 시간과 여성이라는 이름이 가혹한 멍에로 덧씌워진 이들에 대해 작가는 오랫동안 그의 문학적 공력을 쏟아왔었다.
그리고 7년, 전작 장편으로는 《고등어》 이후 11년 만에 일곱 번째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들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80년대를 치열하게 건너온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억눌린 여성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작가의 작품에서 오랫동안 똬리 틀고 있던 사람들의 영역을 훌쩍 넘어선, 전혀 새로운 소설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보다 깊고, 보다 넓게 확장된 그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불우한 사형수와 불안하고 냉소적인 젊은 여자가 만나 어긋나버린 자신들의 삶을 처음으로 들여다보고 힘겹게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세상의 빛으로부터 차단된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는 충만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들 모두를 포함한 우리 자신에게 진정한 생명과 삶의 이유를 묻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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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사악한 것은 한 가지뿐이지.

그건 당신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야

˙

찰스 프레드 앨퍼드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보다 넓고, 보다 깊게,
세상과 사람 속으로 스며드는 공지영 소설의 새로운 매력

약 10년 전쯤, 작가는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 앞에 절박하게 맞닥뜨렸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면으로 다가온 거부할 수 없었던 질문 하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를 진정 살아 있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무엇인가?’
차마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그 질문을 오랫동안 끌어안은 채, 세상과 사람들을 응시하고 그들의 삶과 상처를 들여다보며 작가 스스로 성숙해가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안으로 가득 채워져 더 이상 담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충만해진 다음, 또다시 긴 취재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두 달.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나온 문장들과 소설 속의 인물들은 마치 눈앞에 살아 있는 사람인 양 그들 스스로 걸어나와 몰아치듯 그녀의 소설을 완성하더라고 했다.


“대체, 무슨 힘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나 외에 또다른 어떤 힘이 있어서, 함께 써낸 것 같아요.”
취재기간 내내 요동치는 마음을 다스리느라 몹시 힘들었다며,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는 말 끝에,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그렇게 덧붙였다.
소설가 공지영은 이번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통해, 마침내 삶과 죽음 선과 악 죄와 벌 그리고 사랑과 용서라는, 인간에게 주어진 오랜 질문을 깊이 있게 아우르며 자신의 문학적 영역에서 한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희망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작은 불씨 하나를 인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서 찾고자 하는 그의 섬세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은 더욱 농익어, 소설 전체를 넉넉하게 감싸고 있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진정으로 참회하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 삶과 상처를 딛고 차마, 아무도 하지 못하는 용서를 하려는 사람들... 그분들과 함께 나는 감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나를 많이도 울렸으며,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하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 그 이외의 것은 모두가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 을 가르쳐주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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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괴물처럼 대하면 그 사람은 괴물이 된다.

˙

범죄 심리학

 



상처투성이 生, 그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올린 찬란한 빛의 조각들

소설 속에서 작가는 각기 다른 여러 인물의 시각에서 신산한 세상살이와 삶의 상처들을 들여다본다.
겉으로는 아주 화려하고 가진 게 많은 듯 보이지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가족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냉소적인 삶을 살아가며 여러 번 자살기도를 했던 서른 살의 대학교수 문유정. 그리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세상의 밑바닥으로만 떠돌다가 세 명의 여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스물일곱의 정윤수. 그 둘은 처음의 만남에서부터 마치 자신을 보는 듯 닮아 있는 서로의 모습을 ‘알아본’다. 그것은 이미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본 자, 생의 절망을 뼛속 깊이 체득한 자, 생의 벼랑 끝에서 웅크리고 두려워하는 자 특유의 눈빛과 몸짓으로 소설 곳곳에 표현된다. 오히려 그 닮아 있음 때문에 만남 자체가 힘들고 버겁기만 했던 두 사람은 한 주일, 두 주일... 마치 세상의 마지막 시간을 대하듯 일 주일에 세 시간씩, 일 년 동안의 만남을 갖는다.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고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기 안의 어두운 방을 비로소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애써 외면해왔던 어둠의 밑바닥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시간은 때로는 아프고 잔인하게, 때로는 슬프도록 아름답게, 읽는 이의 마음을 툭, 툭, 치면서 이어진다.
그 일 년간의 시간은 겉으로는 그저 무심하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시간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사는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생생하게 살아 있는 시간으로, “때로는 서로가 빛이 되고 때로는 어둠이 되어 화석처럼 굳어 있는 고뇌의 심층에서 찬란한 빛의 조각들을 캐”(신영복)내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생애 처음 자신의 말에 온몸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가장 따스한 눈빛을 보내주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주었던 만남을 가져본 두 사람에게는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과한 후의 삶은 이제 더 이상 그전과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비로소 흉터투성이 생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 고된 성장의 의례를 치른 듯,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자기 앞의 생과 사람들을 마주 보고 그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또하나의 감동을 전하고 있는 모니카 수녀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은 작가가 오랜 취재 기간 동안 직접 만나고 전해들은 실존 인물들을 형상화해낸 부분이 많다고 한다. 유정의 곁에서 언제나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고, 가장 먼저 달려와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는 유일한 사람. 윤수와 같이 세상의 밝은 손길이라곤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이 그늘진 곳에서 못내 시들어가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진심을 다해 손잡아주고 위로해주는 것을 평생의 삶으로 삼는 사람들.
그들을 소설 안에 끌어오면서 작가는 스스로를 참 많이도 돌아보고, 또 그 충만함에 감사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났던 많은 이들을 통해, 또한 그들이 살아 숨쉬는 이 소설을 통해, 작가 역시 고된 성장통을 치르고 난 듯 한결 성숙하고 보다 생생하게 세상에 감응하는 문학의 장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 때문일까. 소설의 마지막에 모니카 고모를 보내며 유정이 읊조리는 말이 단순히 모니카 고모를 향한 것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고모의 손은 평생을 쓸어내린 빗자루처럼 거칠었다. 흰 면양말을 신고 있는 발은 아기처럼 작았다. 고모는 저 발로 많은 곳을 걸어다녔을 것이다. 팔십에 가까운 생애 동안 우리들이 ‘몰랐다’라는 말로 간단히 외면해버린 어두운 뒷골목과 버려진 숲, 공포의 골짜기와 진리의 사막, 그리고 도도하고 가혹했던 강들을...... 그리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다른 이름을 가진 작은 개울물로 시작하지만 흘러흘러 도달하는 곳은 바다라는 한 이름의 장소라는 것을...... --본문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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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게도 사람이 삶을 배우는 데 일생이 걸린다.

더더욱 신비롭게도 사람이 죽음을 배우는 데 또 일생이 걸린다.

˙

세네카

 

 


생명의 이유와 삶의 이유로서의, 사랑과 참회의 어떤 절정을 보여주는 소설

소설 안에서 또하나의 큰 축으로 자리하는 블루노트가 전하는 감동과 그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읽는 이의 가슴에 오랫동안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냉혹한 세상에 던져진 두 형제의 파란한 삶과 그로 인해 상처받은 짐승처럼 세상을 향해 울부짖기만 했던 젊은 청년이 생애 마지막 순간에 진정한 만남과 완벽한 영혼의 교감을 이루어내고, 비로소 죽음 앞에서 참회와 용서에 다가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과정은 소설가 황석영씨의 지적처럼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한다.
작가는 윤수로 대표되는 여러 사형수들을 만나는 과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했다고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최고의 형벌 앞에 선 그들이 오히려 천국에 가까이 다가간 듯 보이고, 어떠한 진리에 근접해 있는 듯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과 악, 죄와 벌, 진정한 인간의 조건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


나는 내가 그들보다 착하고 아니 내가 그들보다 죄가 적을까,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 정녕 회개한 인간이 뿜어내는 그 기운은 이 세상의 모든 잘난 사람들의 냉정함을 덥히고도 남는 것인지, 인간이 정말로 실은 사랑받고 사랑해야 하는 본질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지... --312쪽

작가 공지영에게 이렇듯 크고 무거운 질문들을 남기고, 그러면서도 인간 본연의 심층을 파고들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준 이번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작가뿐 아니라 많은 독자에게, 더 나아가 아직은 세상이 살 만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고루 뿌려지는 따스한 빛의 감동으로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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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못된 행실을 한 자라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을 내가 기뻐하겠느냐?

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라도 그 가던 길에서 발길을 돌려 살게 되는 것이

어찌 내 기쁨이 되지 않겠느냐?

˙

구약, <에제키엘서>

 

 

 

공지영 孔枝泳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작가,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당당한 정직성,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 공지영.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구치소 수감 중 탄생된 작품「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 2011년 월간 「문학사상」에 발표한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를 쓰고, 착한 여자로 살면 결국 이렇게 비참해진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그녀는 7년 간의 공백기를 가지면서 선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확신을 갖고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그녀는 공백기 이후 『별들의 들판』을 내고 나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랑 후에 오는 것들』『즐거운 나의 집』 등 정력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 이르러 그녀는 역사나 지구, 환경, 정치 같은 거대한 것들이 아니라 작고 가볍고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풀잎이나 감나무, 라디오 프로그램, 반찬, 세금 같은 이야기를 정말 ‘깃털처럼 가볍게’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워져도 공지영의 글은 사회 문제라는 단단한 바닥에 닻을 내린다. 가벼운 이야기, 읽히기 쉬운 이야기를 쓰는 듯해도 우리 사회의 모순과 편견, 불균형에 대한 자각이 느껴진다.

다양한 소재로, 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체로, 보다 가볍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을 향하면서도 그녀만의 중심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녀의 오랜 독자들은 여전히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2010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엮어 같은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깨달은 것 중의 하나가 젊은 시절 내가 그토록 집착했던 그 거대巨大가

 실은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우리에게 체험된다는 사실이었다.

말하자면 고기압은 맑은 햇살과 쨍한 바람으로, 저기압은 눈이나 안개, 구름으로 온다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 젊은 것들이 시대와 피투성이의 싸움을 벌이던 그 무렵에 글쟁이들은 마음이 답답해지면 서로들 ‘인해문’을 하자고 그랬던 적이 있었다. 인간해방문학의 준말이라나. 나는 쉽게 ‘인생파’라고 고쳐 말했다.
평소 공지영의 글은 쉽게 읽힌다. 그 점이 장점이자 불만인데. 이번 소설은 나도 한복판에서 겪은 얘기이건만 읽기가 힘들고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아, 그맘때 누군가 스쳐지나간 독방 벽 구석에 조그맣게 흘린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지.
“존재하는 것은 행복합니다.” --황석영(소설가)

 


 

오래도록 만나고 싶었다. 나를 뒤흔들고 눈물 흘리게 만드는 소설을.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는 내내 나는 울었다. 공지영에게만 허락된 이 특별한 능력, 그것은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살고 나만을 위해 존재하다가 나 자신만을 위해 죽고자 하는, 그러나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아기처럼 취급받는다는 것에 은밀한 기쁨을 느끼는 이 시대 키덜트(Kidult)들의 흉터투성이 生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성인이 되었지만 실은 열다섯 살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우리 시대 한 키덜트는 이제 마주 앉는다.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면 매를 드는 아버지를 죽여버리고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기다리는, 그 인생의 첫 기억이 살의로 시작되는 한 사형수와. 그리고 말한다. 실은, 나도 같은 부분이 손상된 동종의 불구자라고. 그러니까 이제는 당신과 내가 진짜 이야기를 해보자고. 이들이 나누는 이 진짜 이야기는 착한 사람에게나 나쁜 사람에게나 골고루 빛을 뿌리는 저 햇살과도 같아서, 듣고 있으면 심지어는 쓰레기통에 처박힐 나의 생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 이제부터의 세상은 이제껏 당신이 살아왔던 세상과 절대로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랑(소설가)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고 정리하였던 때가 있었다. 내가 사형선고를 받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그것은 저항의 언어이기도 하였고 이념적 결의(決意)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러한 결의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는 거대한 상실감(喪失感)을 충격적으로 안겨주고 있었음을 숨길 수 없다. 그 상실감의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소중한 것을 두고 떠나는 아쉬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뒤돌아보며 떠나는 모든 죽음은 결코 삶을 완성하는 것이 못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 후 나는 화두처럼 걸어놓게 된다.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공지영은 물론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정답을 보여주려고 하는 작가가 아니다. 정답이 없기도 하려니와 그는 정답을 보여주는 대신 블루노트의 주인공인 불우한 사형수와 외형은 화려하지만 세 번이나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여인의 작은 만남과 엄청난 이별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 엄청난 이별을 완성해가는 동안 두 사람은 때로는 서로가 빛이 되고 때로는 어둠이 되어 화석처럼 굳어 있는 고뇌의 심층에서 찬란한 빛의 조각들을 캐낸다.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빛이 되는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죽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생명의 이유와 삶의 이유로서의 사랑과 참회의 어떤 절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신영복(성공회대 교수)

 

 

 

 

작가의 말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진정으로 참회하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

삶과 상처를 딛고 차마,

아무도 하지 못하는 용서를 하려는 사람들,

그분들과 함께 나는 감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Blowing In The Wind

Bob Dylan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fly,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And how many times must a cannon ball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How many years can a mountain exist,
before it is washed to the sea?
How many years can some people exist,
before they're allowed to be free?
And how many times can a man turn his head,
and pretend that he just doesn't see?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before he sees the sky?
And how many ears must one man have,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
And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l we know,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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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높은 산이 씻겨 바다로 흘러들어갈까 사람이

자유를 얻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사람이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봐야 진정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걸

알게 될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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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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