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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26 호> "너희가 신지식인을 아느냐?"

by e-bluespirit 2001. 7. 12.
♣묶어서 좋은 것과 찢어서 좋은 것 2001년 07월 11일


어릴 적 아버지가 군인이셨던 관계로 저는 가끔 위문품을 받아 본 경험이 있습니다.
아버지 몫으로 온 위문품 중 제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가져다주신 것이지요.
흰 포대를 열어보면 거기에 과자며, 사탕이며, 초콜릿 등 여러 종류의 먹을 것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가게에 가서 사먹는 과자는 한 두 가지를 살뿐인데, 한꺼번에
왕창 여러 가지를 받을 수 있으니 좀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휴가라도 다녀온 아버지의 부하 군인 아저씨들이 선물로 주는 '종합선물 과자
세트'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것이었지요.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
습니다.

이렇게 과자 선물을 얘기하는 이유는 마케팅의 전략 중에 묶어서 좋은 것과 찢어서
좋은 것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말한 위문품이나 종합선물은
묶어서 좋은 예이지요. 따로따로 사야만 했던 먹고 싶은 과자를 묶어서 더 좋은, 그래서
잘 팔리는 그런 방법을 말하는 겁니다.

기존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단일 상품에 대한 매출이 한계를
드러내거나 경쟁업체의 제품에 밀릴 때, 돌파구로 모색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이
'묶는 것과 찢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가며 그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얼마 전, 학생들의 공작용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주로 공작용
수수깡이나 찰흙 같은 종류의 제품들을 만들어 문구점에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물론 회사사정이 어려웠으니까 얘기가 나온 것이지요.
그들의 입장에선 제품을 만들어 납품을 하지만 그걸 사는 아이들 입장에선 공작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점점 매출이 떨어지는 겁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여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대개가
그 자체의 문제에 더 골몰하게 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찢거나 묶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는 재료의 상태이기 때문에 묶는 방법을 권했습니다.

가령 어린이들이 공작용으로 재료를 사서 책에 혹은 수업시간에 정해진 공작물을
만들지만, 그걸 거꾸로 먼저 만들어질 공작물을 제시하고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묶어서 판매를 하는 것이지요. 그럴 경우 완성품이 주는 만족감이나 이미지가 아주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그걸 만들기 위한 재료세트를 파는 것이지요.
매뉴얼도 함께 말입니다. 먼저 권한 것은 '우리 나라 집 시리즈'입니다.
움집부터, 초가집, 기화집, 너와집, 통나무집 등 수수깡과 찰흙, 나무조각 등을 이용하여
만들어 보는 약화된 미니어처를 패키지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겁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양만큼 재료들을 넣어 설명서와 함께 팔 경우 공장의 생산라인을 변경하지 않고도 기존의
재료를 효과적으로 팔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대개의 경우 패키지의 제작비용이 별도로 추가되는 단점이 있지만, 포장상품의
가격은 들어간 재료들의 합산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익성은 더 향상됩니다.

이런 식으로 묶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경우는 주변을 돌아보면 아주 많습니다.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있듯이 집들이를 갈 경우 세제나 휴지 등을 사가던 풍습에서
아예 종합적으로 묶은 '집들이 선물세트'가 탄생한 것도 그것입니다. 또 공사현장이나
작업장에서 주로 쓰이고 가정에서는 가끔씩 기능을 필요로 하는 공구의 경우도
가정에 알맞은 구색으로 갖춰 '집들이 공구세트'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고급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코스요리가 일식, 한식, 패스트푸드 등 다른 업종에서도
이것저것 맛볼 수 있도록 등장하는 것도 그 예로 볼 수 있고,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단일한 품목으로도 매출이 가능하지만 묶어서 새롭게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잘 살펴보시죠.

그렇다면 반대로 찢어서 되는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2년 전 도심에 있는 한 빌딩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컨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1층에는 자동차 매장, 2층은 병원, 3층은 학원 같은 식으로 꼭대기까지 전부가 상업용
임대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변의 상권이 점점 죽어 가는 중이었지요.
각 층마다 텅텅 빈 그 빌딩에 제안을 한 것은 사무실 겸 주거용으로 쓸 수 있는
소형 '원룸텔' 이었습니다. 한 층마다 최소 20개씩의 원룸텔이 가능하고 이걸 쪼개서
임대분양하는 걸로 결정을 냈습니다. 덩치가 컸던 것을 찢어서 나눠 파는 형식입니다.

그런가 하면 부대찌개집에서 볼 수 있는 '사리면'의 경우도 이채롭습니다.
전에는 일반 라면에서 스프만 빼고 면을 넣어서 찌개와 함께 끓여먹었는데, 이제는
아예 면만 따로 사리용으로 팔고 있으니 말입니다.
찢는 경우 역시 그 외에도 많습니다. 용기에 담겨있는 단위로 팔던 세제나 샴푸류에
등장한 리필제품도 그 예라 할 수 있고, 덩치 큰 회사를 헐값에 받아 따로 따로
찢어서 높은 값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업종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이처럼 보통 우리가 인식하는 일반적인 것들을 잘 살펴보면 찢거나 묶을 경우 새로운
수요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당연한 것처럼 인식될 때가 오겠지요.
불황에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업체의 경우 현상에만 몰두하지 말고, 한 발짝 물러나
전체를 보면서 묶어도 보고 찢어도 보고 하다보면 길이 보입니다.
마케팅의 교묘한 원리 같지만 사고의 출발점을 항상 소비자에게 두고 있다면 아주
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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