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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e—cr—life

역사를 창조하는 씨알

by e-bluespirit 2011. 2. 27.

 

 

 

 

 

 

 

 

 

 

 

  < 역사를 창조하는 씨알 >

창조하는 힘은 씨알에게만 있습니다.

모든 시대를 죽음에서 건져내어
새 문화로 부활하게 하는
영원한 역사의 메시아는
씨알 속에 숨어 있습니다.

다만 하늘 소리 땅 소리가
그 속에서 결합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땅에서 올라온 양분과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열매 속에서 하나로 결합되듯

씨알은 지나간 역사를 씹어
그 의미를 깨닫고
영원한 앞을 내다보아 비전을 얻어
그것을 자기 속에서 결합시켜야 합니다.

- “서풍의 소리” 함석헌 전집5권 12쪽 -


풀이

역사와 사회의 주체인 민중의 삶이 새롭게 될 때 역사와 사회는 새롭게 된다. 아무리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해도 민중의 삶에 변화가 없다면 역사와 사회는 새롭게 된 것이 아니다. 정치가 사업가 과학자 예술가가 아무리 큰 업적을 남겼다 해도 역사와 사회의 씨알인 ‘민’을 새롭게 하지 못했다면 역사와 사회를 새롭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누가 민을 새롭게 하는가? 민을 새롭게 하는 것은 민 자신밖에 없다. 민이 스스로 깨달아 새로운 주체가 되어 새 삶을 살 때 비로소 민이 새롭게 되고 민이 새롭게 될 때 사회와 역사도 새롭게 된다.  결국 역사와 사회를 새롭게 창조하는 힘은 씨알(민)에게 있다. 그래서 함석헌은 영원한 역사의 메시아는 씨알 속에 숨어 있다고 했다.

예수와 석가,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 같은 성현들이 한 일이 무엇인가? 한 마디로 그들의 가르침도 씨알의 자각과 새로움을 목표로 삼고 있다. 씨알이 지나간 역사를 씹어서 그 의미를 깨닫고 앞날을 뚫어보아 비전을 얻을 때, 역사를 창조하고 사회를 새롭게 할 수 있다.

-박재순 -



 

   < 윤리가 논리를 구원한다 >

모든 이론은 저를 판 밖(局外)에 세우려고 애씀이다.

저는 삶의 사슬(連鎖)에서 빠져나와
선 듯이 생각하는 것이 이론을 펴는 때의 심리다.

그것은 자유를 바라는 생명의 바탈에서 나오는 일이다.
그러나 작은 자유, 작은 평안은 판 밖에 섬으로 될 수 있지만

정말 큰, 참 자유, 참 평안은
삶의 사슬, 역사의 판 밖에 서 가지고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저를 거기 던져 넣어서만,
틈을 메꾸는 볼개로 끊어진 데를 잇는 고리로 집어넣어서만 될 수 있다.

논리는 윤리를 가지고만 구원된다.


  -“열 두 바구니” 함석헌 전집 4권 394쪽 -

 

 

 

< 풀이 >

이론을 그리스말로 테오리아(theoria)라고 하는데 테오리아는 ‘본다’는 말이다. 이론이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온 것이다. 이론에서는 주체의 참여가 배제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주체인 ‘나’와 무관한 현실과 문제는 없다. 모든 현실과 문제는 ‘나’, 나의 나, 너의 나, 그의 나가 만든 것이고 또 ‘나’가 풀 수밖에 없다. 모든 ‘나’가 구경꾼으로 관찰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론이 이론으로 머물면 안 된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마땅히 자기가 할 일을 하겠다는 윤리가 있어야 이론과 논리가 쓸모 있게 된다.

- 박재순 -

 

  < 잠자는 어린아이 >


잠자는 어린이는 영원과 짝해 있는 듯 평안히 잔다.
우주라는 것도 마치 잠든 채 자라는 아기와 같다.

우리를 우주의 세포로 본다면
우리에게서 우주생명의 율동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다석 어록 272쪽 -

 

 

< 풀이 >

잠자는 어린이에게서 영원한 우주의 생명을 느낀다. 어린이, 우주 그리고 ‘내’가 한 생명의 율동 속에 있다. 어린이도 우주도 나도 자라는 생명이다. ‘전체 하나’이면서 끊임없이 자라는 생명의 율동을 느끼는 것이 건강하고 참 되게 사는 것이다. 생명은 사랑의 감동 속에서 늘어나고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이다.

- 박재순 -

 

 

   < 허파와 염통이 드리는 몸 제사 >


앞서 나가 살고
돌아온 묵은 피와 그 피에 실려 온,

위에서 오늘날 새로 주신
짐승을 밤낮 없이 불살라 새 피를 내는 허파 앞에.

새 피를 받아 온몸에 벌려 있는 60조 살알[세포]에
돌려 이바지어 드리려는 맘밖에 먹음이 없는

‘염통’(pope , 드림 마튼 이)이 있는 가슴에 네 나가 설 데다.


 - 다석일지 1956년 1월 18일 -

 

 

< 풀이 >

허파는 묵은 피를 불살라 새 피를 만들고 날마다 먹는 밥과 고기를 밤낮없이 불살라 새 피를 낸다. 염통은 허파에서 나온 새 피를 받아서 온 몸의 육십조 세포들에게 돌려 드린다. 허파는 곡식과 짐승을 불태우는 제단이고 염통은 깨끗한 피를 드리는 제사장이다. 염통은 드림(offering) 맡은 이, 제사장이며, 염통이 내는 ‘폽, 폽’하는 소리는 교황(Pope)을 가리킨다.

묵은 피를 불사르고 짐승을 불태워 깨끗한 피를 내는 허파, 오직 깨끗한 피를 드리려는 맘밖에 먹지 않는 염통처럼 그렇게 지성으로 사심 없이 살아야 한다. 내가 나가서 설 곳은 허파와 염통이 있는 자리다.

- 박재순 -

 

 < 마음의 왕국 >

마음의 왕국은 없음의 왕국이다.
마음대로는 마음이 모든 주장을 내버린 때에야 있다.

그것이 자유다.
인생을 버린다 할 때 나는 인생에 달라붙어 잡힌 것이다.
내버린다는 것은 나의 주장을 내버려야 되는 것이다.

버린다 하는 생각조차 버린 지경,
순수한 부정, 아무것도 없는 지경이다.

-“열 두 바구니” 함석헌 전집 4권 393쪽 -

 

 

< 풀이 >

마음은 몸속에 하늘이 열린 것이다. 마음은 본래 물질이 아니다. 물질의 차원에서 보면 마음은 없는 것이고 빈 것이다.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마음의 본성에 따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물질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 모든 욕심과 집착과 주장은 바깥의 물질이 마음속에 들어온 것이다. 물질의 지배에서 벗어나 마음이 자유로우려면 모든 욕심과 집착과 주장을 버려야 한다. 버린다고 하는 생각과 주장조차도 버려야 빈 마음이 되고 마음이 비면 마음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 박재순 -

 

 < 너는 씨알이다 >

너는 씨알이다.
너는 앞선 영원의 총결산이요,
뒤에 올 영원의 맨 꼭지다.

설움은 네 허리를 묶는 띠요,
네 머리에 씌우는 관이다.

너는 작지만 씨알이다.
지나 간 5천년 역사가 네 속에 있다.

5천년만이냐,
5만년 굴 속에 살던 시대부터의 모든 생각,
모든 행동, 눈물, 콧물, 한숨, 웃음이
다 통조림되어 네 안에 있다.

아니야, 5만년만이겠나,
파충류시대, 아메바시대, 양치류시대, 조산(造山)시대,
허공에 소용돌이치던 가스 성운 시대까지도,

그보다도 절대의 얼이 캄캄한 깊음을
암탉처럼 품고 앉았던 시대의 모든 운동이 다 네 속에 있다.
그럴 때 너는 늘 설웠다.


- “씨알의 설움”, 함석헌전집4, 76쪽 -

 

< 풀이 >

아메바 시대, 물고기 시대, 파충류 시대, 포유류 시대를 거쳐 사람이 진화되어 나왔다. 사람의 뇌세포에는 이 모든 시대의 유전자와 경험과 의식이 새겨져 있다. 사람 속에는 뱀이나 공룡 같은 잔인한 감정과 의식이 숨겨 있을 수 있고 호랑이나 늑대 같은 사나운 감정과 의식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진화사적으로 보면 사람의 의식과 경험은 매우 짧다.

그러나 생명진화의 역사는 땅의 물질에서 하늘의 영으로 발전해 온 과정이었다. 땅의 물질 속에서 꼬물거리던 아메바가 하늘 기운을 숨 쉬면서 물고기 파충류 포유류를 거쳐 하늘을 향해 머리 들고 일어선 존재가 되었다. 사람은 하늘이 그리워 하늘로 머리를 들고 일어선 존재요, 하늘을 품은 존재다. 하늘은 더불어 살고 서로 살리는 사랑과 정의의 세계다.

5천 년 민족의 역사, 수 십 억 년 생명 진화의 역사가 내 속에 있다. 민족 역사와 생명 진화의 끝을 내가 쥐고 있다. 내가 이것을 깨닫고 바로 살면 생명 진화의 역사가 완성되고 민족의 역사가 꽃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내가 허투루 아무렇게나 살면 수 십 억 년 생명진화의 역사를 망치고 5천 년 민족의 역사가 허무해진다.

- 박재순 -

 

 

씨알정신을 밝히고 씨알사상과 철학을 탐구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씨알정신과 사상을 공부하는 씨알님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씨알사상』(박재순 지음) 2010년  

 - 동서문명의 만남과 한국현대사의 맥락에서 안창호, 이승훈의 삶과 정신을
    이어받은 유영모,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체계적으로 서술한 책.

2.『모색 - 씨알철학과 공공철학의 대화』한일철학포럼 논문집. 2010년

  - 씨알재단 씨알사상연구소가 일본 교토포럼 공공철학공동연구소와 함께
     저명한 철학자들 25인을 모시고 3박4일 동안 치열하고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나눈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3.『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 유영모·함석헌의 철학과 사상』세계철학대회
   논문집. 2010.

  - 2008년 세계철학대회 발표 논문 13편과 씨알재단 학술대화마당에서 발표된
     논문 4편을 묶은 책이다. 유영모와 함석헌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학자들의
      최신 연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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