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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e—cr—life

알 생명

by e-bluespirit 2011. 1. 17.

 

 

 

 

 

 

 

 

 

 

 

 

 < 알 생명 >

정말 있는 것은 알이며 알은 한 알뿐이다.
그것이 알 혹은 얼이다.

그 한 알이

이 끝에서는 나로 알려져 있고
저 끝에선 하나님, 하늘, 브라만으로 알려져 있다.

민이란

곧 그러한 모든 우연적·일시적인 제한, 꾸밈을 벗고
바탈대로 있는 인격이다.

옷으로 말미암아 즉 밖에서 오는 것을 덧붙임으로 말미암아
있던 모든 우상들은 없어지고야 마는 날이 와도

이 알 사람, 알 생명은 없어지는 날이 없다.
알 사람 곧 난 대로 있는 ‘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전체다.

그것이 민이다.


 -“씨알의 설움”, 함석헌전집4, 66쪽 -

 

 

 

< 풀이 >


정말 있는 것은 알맹이뿐이다. 생명과 정신의 알맹이는 주체인 ‘나’다. 주체로서의 ‘나’는 물질적 이해관계나 인과법칙에 매이지 않는 것이다. 물질적 욕망이나 집착, 바깥의 원인이나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나’는 참된 나가 아니다. 참된 나는 존재와 활동의 이유와 까닭을 자신 안에 가진 존재다. 내가 나의 까닭이다.

참 나는 전체이신 하나님과 이어져 있다. 하나님과 이어질 때만 다시 말해 전체 생명의 자리에 설 때만 나는 참 나가 될 수 있다. 폭력과 거짓이 지배하는 역사와 사회 속에서 민은 비교적 전체 생명의 자리에 가까이 있는 존재다.

가난한 농민이 돈벌이가 안 되는 농사를 대대로 짓는 것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이다. 청소부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청소하는 것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대가를 받으면서 사회에 꼭 필요한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전체 생명을 위해 희생, 봉사하는 것이다. 가난한 민중은 내세울 것이 몸과 맘뿐이다. 몸과 맘 속에 전체 생명의 알맹이가 있다.

- 박재순 -

 

  < 씨알이 뭐냐? >  

민중이 뭐냐?
씨알이 뭐냐?
곧 나다.

나대로 있는 사람이다.
모든 옷을 벗은 사람 곧 알 사람이다.
알은 실(實), 참, real이다.

임금도 대통령도 장관도 학자도 목사도 신부도
군인도 관리도 문사도 장사꾼도 죄수도 다

알은 아니다.
실재는 아니다.
그런 것 우주 간에 없다.

그것은 다
허망한 욕심의 만신당(萬神堂) 속에 있는 우상들이다.
이것들은 그 입은 옷으로 인하여 서 있는 것들이다.


 - “씨알의 설움”, 함석헌전집4, 66쪽 -

 

 

< 풀이 >

씨알은 생명과 정신의 알맹이다. 생명과 정신의 알맹이는 스스로 하는 주체인 ‘나’다. ‘내’가 살면 산 것이고 ‘내’가 죽으면 죽은 것이다. 숨을 쉬어도 내가 쉬고 밥을 먹어도 내가 먹는다. 생각을 해도 내가 하고 일을 해도 내가 한다. 이 세상에 내가 하지 않는 일은 없다. 어떤 일도 나의 나, 너의 나, 그의 나가 하는 것이다. ‘내가 나’라고 하는 데는 아무 차별이 없고 평등하다. 하나님조차도 ‘나는 나다’(야훼)고 하시는 이다. 양심도 이성도 ‘내’게 속한 것이다. 참으로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사회관계에서 붙은 지위나 신분, 명칭은 모두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껍데기에 매달리고 껍데기에 굴복하는 것은 모두 ‘나’를 잃은 우상숭배다. 그런 것들은 다 인간의 허망한 욕심이 빚어낸 우상들이다. 씨알은 껍데기, 우상에 매이지 않고 속알맹이에 충실한 존재다. 나를 잃은 사회는 죽은 사회요, 속 알맹이가 없는 사회는 빈껍데기다.

- 박재순 -

 

 < 인생은 놀이다 >

이 세상의 일을 잘 들여다보면,
잠을 자고
일어나고 깨어
활동하는 것을
죄다 놀이로 볼 수 있다.

세상에 나올 때부터
하나님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이 세상을 지나가면
말끔히 놀이가 될 수 있다.

이 사람이 늘 말하는
유희삼매(遊戱三昧)는
아이들이 놀이에 심취하는 것처럼,
한 세상 취해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석강의』466~467쪽 -

 

 

< 풀이 >

욕심 부리지 않으면 놀이 하듯 살 수 있다. 마음을 비우면 인생살이가 놀이 아닌 것이 없다.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 빈 마음의 하늘에서 신선처럼, 어린이처럼 자유롭게 놀이 하듯 살자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집착이나 명예, 물욕과 유혹을 떨쳐 버리고 참과 사랑의 세계에서 함께 놀자. 큰 생명의 바다에서 참과 사랑의 놀이에 빠져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자.

- 박재순 -

 

 < 나는 숨 쉬는 점(點)이다 >

우주는 소식이요,
하나님은 소식주(消息主)시요,
나는 소식ㆍ이다.  

 -“소식(消息)1”,『제소리』343쪽 -

 

 

< 풀이 >

우주 전체가 살아서 숨을 쉰다. 우주가 쉬는 숨의 주인이 하나님이다. ‘나’는 하나의 숨 쉬는 점(點)이다. ‘숨 쉬는’ ‘점’이 됨으로써 시간과 공간에서 해방되어, 우주의 숨(생명)과 일치되고, 시간의 ‘이제’와 공간의 ‘여기’의 주인이 된다.

숨 쉬는 점이 됨으로써, 사람은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며 숨(消息, 생명)의 주인인 하나님과 소통하고 관계할 수 있다. 하나님과 사귐으로써 사람은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고 숨과 생명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 수 있다.

- 박재순 -

 

  < 내가 하나님과 연락되면 >


하나님과 직접 연락된 내가 ‘한’ 곧 큰 것이요,
그 직선을 중축으로 삼으면 온 우주를 돌릴 수 있다.

그러니 나에까지 뚫리지 못한 종교,
나와 하나님을 맞대주지 못하는 종교 참 종교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위대한 문학 없는 것은
민중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직접 만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교도 유교도 기독교도 아직 그것을 하지 못했다.


   -“씨알의 설움”, 함석헌전집4, 65쪽 -

 

 

< 풀이 >

이 우주 안에 크고 깊은 존재가 있다면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우주보다 크고 깊은 존재다. 사람이 비록 작고 힘없는 존재요 잠깐 살고 사라지는 존재라 해도 하나님과 직접 연락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랍고 벅찬 일이겠는가? 이 우주는 언젠가 소멸하더라도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하나님 안에서 참되고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만 아니라 사람 안에서 온 우주만물이 허무와 파멸의 사슬에서 벗어나 보람과 뜻을 지니게 될 것이다.
나와 하나님 사이가 뚫리게 하는 종교가 참 종교다. 하나님과 연락된 나는 우주보다 깊고 커서 우주의 중심과 꼭대기가 될 수 있다. 하나님과 하나가 된 나는 우주의 보람과 사명과 목적을 이루는 자다. 오늘의 종교가 할 일은 사람마다 하나님을 만나서 우주의 중심과 주인이 되게 하는 일이다.

- 박재순 -

 

 

  < 큰 종교 >


참 종교 예술 없는 것은
위대한 종교 없기 때문이다.

내 종교가 큰 종교다.

민중으로 하나님을 직접 못 만나게 했기에 예술 없다.
위대한 예술 없는 것은 위대한 종교 없기 때문이다.

불교가 아니 들어왔단 말 아니요,
기독교가 아니 들어왔단 말 아니다.

다 위대한 종교지.

하지만 내거 되지 못한 종교, 종교의 허울이
무슨 위대한 종교일 수 있을까?

제 종교만이 큰 종교다.


 -“씨알의 설움”, 함석헌전집4, 65쪽 -

 

 

< 풀이 >

생명과 정신의 보람과 목적은 깊은 주체와 큰 전체의 하나 됨에 이르는데 있다. 주체인 ‘나’ 속에서 전체 하나에 이르자는 것이 종교다. 이스라엘 백성을 에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하려는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 대담하게 하나님의 이름을 물었을 때 하나님은 “나는 나다”(야훼)고 말했다. 참된 전체이신 하나님 안에서 비로소 ‘나’는 ‘나’가 될 수 있다. 내가 나대로 있을 때 제소리가 나오고 아름다움이 표현된다.

이 세상에 하나님보다 크고 아름다운 존재가 없다. 하나님을 만나는 일보다 큰 일이 없다. 종교는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다. 주체인 내가 전체인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종교, 그 종교가 참 종교요 큰 종교다.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내가 나대로 나답게 살고 네가 너대로 너답게, 그가 그대로 그답게 살도록 이끌 수 있다. 나와 너와 그가 각각 ‘나답게’ 살 때 삶은 참되고 아름답다.

- 박재순 -

 

 

 

 

 

 

http://www.crli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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