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만든 무크지 [무대뽀]가 출간되었다. [무대뽀]는 기존의 잡지를 보충-대리하는 잡지형식의 단행본으로서, 첫 권의 주제는 '한국미술잡지의 색깔 논쟁'이다. 이는 우리나라 미술계의 대표적인 월간지 3사([월간미술], [미술세계], [아트 인 컬춰])의 논쟁을 통해서, 우리 미술잡지의 현주소를 들여다본 것이다.
[무대뽀]란? [무대뽀]의 "무대뽀"는 일상생활 속에서는 사용되고 있지만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말로서, "분별없이" "무모하게"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하지만 [무대뽀]는 이런 사전적인 의미보다 한때 미술잡지를 통해서 미술계에 쓴소리를 날려온 평론가 류병학의 필명이자, 그가 주축이 되어 움직이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 이름이다. 그러므로 [무대뽀]는 기존의 미술잡지가 감히 다루지 못하는 문제들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미술잡지를 보완하고 대리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는 성격을 띤다.
특히 "스톤 앤 워터 갤러리" 홈페이지에 개설된 무대뽀 게시판(http://www.stonenwater.org)은 미술계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개선을 촉구하는 독자들이 온라인상에 구축한 새로운 진지인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올려진 네티즌(독자)들의 의견은 다시 오프라인 [무대뽀]로 모아져 더 많은 독자와 만나게 된다.
엮은이들이 생각하는 [무대뽀]의 성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무대뽀]는 일종의 무크지다. 하지만 그 무크지에는 편집위원이나 고정필자를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대뽀]에서는 누구나 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뽀]가 '우리는 모두 저자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듯이 독자가 주요 필자로 참여한다. 전문 글쟁이들의 마당이 아니라 독자의 마당이다. [무대뽀]는 기존 잡지의 한계 가운데 하나인 지면의 한계를 넘어선다. 이를테면 글의 분량이 무제한이라고 말이다. 한 페이지일 수도 있고, 십수 페이지를 할애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두 독자의 글에 의해 [무대뽀] 한 권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무대뽀]는 맥락을 중시한다. 맥락에 대한 중요성이 간과된 채 단발성, 일회성의 무책임한 글이 양산되는 우리 미술계에 대한 비판으로써 한 작가나 필자, 잡지 등의 전체적인 문맥 속에 특정 사안을 조명하여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미 오래 전에 논의되어졌던 사안도 현재 시사성과 관련이 있다면, 다른 상황 속에 동기가 재부여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무대뽀]에 실린 글에 대한 반론도 실릴 수 있다.
[무대뽀]는 비체계성도 존중한다. 전문 글쟁이들의 체계적인, "익힌 글"들이 아니라 짜릿한 사유의 씨앗이 내장된 독자들의 비체계적이지만 생명력 넘치는 "날 것" 그대로의 글에도 문이 열려 있다. 때문에 [무대뽀]의 글은 논문식이라기보다 차라리 삶 속의 잡글을 지향한다. 하지만 이런 글은 다시 각 네티즌(독자)들의 "사유의 품앗이"에 의해, 매끄럽지 않은 문제제기도 서서히 탄탄한 육체미를 과시하게 될 것이다.
[무대뽀]는 미술을 중심으로 하되, 예술계 전반을 다룬다. 미술과 관련된 만화, 광고, 디자인, 공예, 건축, TV드라마, 영화, 문학 등의 분야도 함께 다루어, 미술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히고 미술을 통해 다른 분야에 대한 사유의 확장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무대뽀]는 예술의 각 파트들 사이의 네트-워크(net-work)을 통한 새로운 인식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무대뽀]는 "지방분권" 시대에 발맞추어 중앙(서울)중심주의로 보도되는 예술잡지의 한계에 딴지를 건다. 아날로그적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디지털(인터넷)의 장점을 십분 활용, [무대뽀]는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예술계 소식을 각 지역 네티즌(독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국 예술계의 따끈한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무대뽀]의 지역 예술계 소식은 기존 잡지의 편집방식과는 달리 뒤에 위치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무대뽀]에서 각 지역의 예술계 소식은 서울지방 예술계 소식과 옆으로 나란히 배치된다고 말이다.
[무대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속에서 출간된다. [무대뽀]는 예술계의 시의적인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온라인 "무대뽀"를 개설해두고, 나중에 그곳에서 이뤄진 논의의 성과를 오프라인 매체로 전이시켜 독자들과 만나게 할 것이다. 물론 온라인을 거치지 않고 발표되는 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글은 온라인상의 글과 전혀 관계가 이루지 않는 글이 아니라 오히려 온라인에서 논의되었던 논제와 문맥을 이루는 글이 될 것이다.
[무대뽀]는 "참여정부" 시대와 발맞추어 독자(네티즌)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무대뽀]는 문자 그대로 "무대뽀 정신"으로 뭉쳐진 네티즌(독자)들의 발언이라고 말이다. [무대뽀]는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글쓴이들의 목소리가 매끄럽지는 않으나 그들의 진정성으로 그 점은 충분히 커버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 예술계의 구각(舊殼)을 깨고 새 장을 여는 매운 "죽비소리"로서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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