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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live—Library

유림 - 최인호

by e-bluespirit 2005. 10. 2.

 

 

 

 

유림

 

최인호

 

 

 

적려 유허비.
약방 주인에게 물엇던 것은 내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곳인 적려유허비인 것이다. '적려'라 함은 귀양 또는 유배되어 가는 곳을 말하는 것으로 '적려유허비'는 문자 그대로 능주로 귀양가서 죽었던 사람들 기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는 곳인 것이다.
격려유허비의 원 이름은 '정암 조광조 선생 적려유허비.' 그러므로 내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곳은 조광조란 역사적 인물이 귀양 와서 비참하게 죽은 바로 그 장소인 것이다.


조광조.
1519년(중종 14년) 11월. 이곳 능주로 유배되어 온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정치가. 이곳으로 유배되어 온 지 불과 한 달 만인 12월 20일 조광조는 바로 이곳에서 사약을 받고 죽는다.
그러므로 거의 5백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求?약방 주인이 자기 손바닥 안의 고장에 있는 유적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고 해서 그의 무관심을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능주로 가는 29번 국도로 접어들자 다시 세설이 흩날리기 시작하였다. 터널을 지날 때보다 조금 더 알이 굵어진 가량눈이었다. 나는 윈도브러시를 작동시킨 후 히터를 틀었다.
문득 내 머릿속으로 조광조가 불과 1개월간 머물렀던 바로 이곳 능주에서 지은 시 한수가 떠올랐다. 이곳 능주를 가리키는 옛 이름, '능성에서 유배 중에 지은 시' 라는 「능성적중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누가 활 맞은 새와 같다고 가련히 여기는가
내 마음은 말 잃은 마부 같다고 쓴웃음을 짓네
벗이 된 원숭이와 학이 돌아가라 재잘거려도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
독 안에 들어 있어 빠져나오기 어려운 줄을 어찌 누가 알리오.



이곳에 유배되어 온 자신을 '말 잃은 마부'와 같아 '독 안에 들어 있어 빠져 나오기 어렵다'고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조광조.
그는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곳에 유배를 와서 아까운 37세의 젊은 나이에 왕 중종으로부터 역적의 죄명을 쓰고 사약을 받아 비참하게 죽게 되었는가.

 

 

 

儒林

 

유교의 가르침을 소설 형식으로 그려낸 최인호의 신작 장편. 작가 최인호는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청렴하고, 청빈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꼿꼿한 자존심으로 무장하였던 ‘선비’사상을 낳은 국가의 이념은 부패한 관리들과 국민보다는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어두운 지도자들에 의해서 혼돈과 무질서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도덕으로 얼룩진 사회를 구원할 정신은 바로 '유교'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찍이 공자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말했다. 『유림』은 바로 그 “…다워야 함”을 일깨우며 “공자나 퇴계나 조광조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자, 노자, 맹자, 퇴계, 율곡, 조광조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대사상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소설 형식으로 쓰여져 쉽게 읽힌다. 작가 최인호는 독일 철학자 피히테가 「독일 국민에게 고함」을 썼듯이「조선 국민에게 고함」을 쓰는 심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孝, 忠, 禮, 敬으로 가득한 유교의 숲
2천5백 년 동양사상의 숲속을 주유하다!

최인호의 새 장편소설 『유림』(전 6권) 1부 3권이 출간되었다. 2천5백 년 유교의 역사를 소설로 형상화한 거대 서사시로, 작가는 “혼탁한 현실을 걸러주는 한 줄기 빛을 찾고 싶다”는 의욕으로 유림을 써내려갔다.

올해로 등단한 지 사십 년째가 되는 최인호는 어느 작가보다도 소설의 시절인연을 중요시해온 작가다. 이십대 초반부터 숱한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며 시대보다 한 발 앞서나간 그가 『유림』을 화두처럼 가슴에 품은 것은 이미 15년 전이다. 최인호는 유교가 불교와 함께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유산임을 깨닫고, 『유림』이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의 시기를 기다렸다. 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공자의 고향인 곡부와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 공자가 주유열국을 시작하였던 제나라의 수도 임치에 올라 여러 차례나 사전답사를 하였으며, 가슴과 머릿속으로는 공자와 노자와 이퇴계와 조광조를 초혼하고 있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유교의 미덕과 지혜가 필요한 시절임을 절감하며『유림』을 내놓았다.

일전에 작가 조경란이 “대패처럼 문장을 쓸 줄 아는 작가”라고 정의했듯 특유의 대담하고 거침없는 문장으로, 유교의 기원인 공자에서부터 유교의 완성자인 퇴계에 이르는 유교의 역사를 유교가 찬란히 꽃피운 인문과 문화를, 시대가 낳는 동양의 대사상가들을, 지금 이곳에 시공을 초월해 되살려 놓았다. 소설『유림』을 읽는 것은 2천5백 년 유교의 숲을 거닐며, 근본으로 되돌아가는 신비하고 가슴 떨린 여행이다.

유명 작가들이 앞다투어『삼국지』의 새로운 번역을 시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유교 사상’을 근본 담론으로 들고 나온 최인호의 작업은 분명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5년 전에 이미 불교의 세계를 다룬 소설 『길 없는 길』을 세상에 내놓았던 최인호만큼 유교의 역사를 경쾌하고 명민하게 그려낼 작가는 드물다.

『유림』은 유교의 기원인 공자에서부터 유교의 완성자인 퇴계, 유가 사상을 잇는 제가백가들의 행적과 사상이 시공을 초월해 빠른 전개로 펼쳐진다.
공자, 노자, 맹자, 안자, 장자, 주자, 묵자, 순자, 왕양명, 조광조, 퇴계, 율곡……
유가, 도가, 성리학, 양명학, 주자학……
동양 교양과 고전의 원형인 대사상가들은, 『유림』에서 드라마틱하고 우주적인 조우를 갖는다.
아울러 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소크라테스와 예수, 붓다의 이야기 등도 곁들이며 성인의 출생이 지닌 시대적 필연성을 되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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