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길 위의 릴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저/김상영 역 | 모티브 | 2003년 10월
목차
시인, 삶의 진실을 노래하다.
러시아에 매료되다.
열정은 사그라지고 고독만 남다.
최고의 작품들을 쓰다.
육체와 영혼, 서로 투쟁하다.
고통과 침묵의 나날을 보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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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책속으로
……잘 지내시오. 당신의 존재는 내가 처음 열고 들어간 문과 같았소. 신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오. 나는 지금도 가끔씩 오래 전에 내 성장을 표시해두었던 문 앞으로 돌아가 기대어 서 있소. 이런 내 습관을 이해해주시오. 부디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해주시오.
1911년 12월 28일
--- 본문 중에서
나는 참 행복하오. 나는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보냈소. 그 성장이 매우 부분적이고 불안한 것이라고 해도, 당신에게 그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행복이오. 하지만 루, 보잘것없는 내 편지 때문에 당신 자신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진 마시오.……
1903년 8월 1일
--- 본문 중에서
루, 오, 사랑하는 루, 지금 이 순간을 보시오.
오늘 2월 11일 토요일 6시를. 나는 마지막 비가인 제10 비가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소. 이미 두이노 성에서 씌어진 것이자 내가 당신에게 수없이 많이 읽어주었던 그 첫 번째 12행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소. 그리고 나머지는 새롭게 씌어졌소. 그렇소! 지금 이 순간 비가는 매우 장엄하게 태어났소! 생각해보시오! 나는 이 시점에서 다시 살아났소. 며칠 동안 모든 것은 모든 것을 통해 기적과 은총으로 바뀌었소. 그것은 두이노 성에서부터 불어온 돌풍이었소. 나는 다시 나를 알게 됐소. 비가는 정말 내 마음의 불안을 잠재워준 것 같소.
1922년 2월 11일
--- 본문 중에서
리뷰
1. 릴케의 여신,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가 쓴 릴케 회고록
『하얀 길 위의 릴케』는 20세기 대문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평생 정신적 지주이자 연인이었으며 작가이고 정신분석학자였던 릴케의 여신,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가 직접 쓴 회고록이다. 릴케가 ‘처음 열고 들어간 문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할 만큼 살로메는 릴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었으며 평생 동안 우정과 연정의 대상이었다. 또한 릴케는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예술가로서의 성장을 확인하고,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용기를 얻기도 했다. 살로메는 천재 시인 릴케가 인간적 고통을 극복하고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준 사람이었던 것이다.
릴케가 사망한 뒤 살로메는 그의 삶이 잘못 알려지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 책을 썼다. 살로메는 그들의 만남과 여행, 『두이노의 비가』와 『말테의 수기』등의 작품,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세심한 분석과 깊은 통찰력을 발휘해 릴케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2. 릴케의 편지를 통해 본 천재 시인의 내면세계
『하얀 길 위의 릴케』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릴케가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사적인 편지들은 문학작품을 통해서는 알기 어려운 한 인간의 진솔한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릴케는 살로메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의 작품과 예술가로서의 고민뿐만 아니라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 가족과 가정생활, 생활고와 종교적 감정, 건강과 여행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으로서의 생활과 고민, 갈등과 감정 변화 등을 가감 없이 전했다. 따라서 살로메의 『하얀 길 위의 릴케』는 릴케의 문학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함께 당시 그가 겪었던 정신적 갈등과 고뇌, 방황 등을 보여줌으로써 20세기 천재시인의 내면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3. 20세기 대문호 릴케의 삶과 문학을 ‘정신분석학’으로 분석
작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살로메는 『하얀 길 위의 릴케』에서 20세기 최고의 서정시인이자 대문호인 릴케의 삶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릴케와의 특별한 여행이나 만남을 제외하고는 자신과의 사적인 언급을 피함으로써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살로메의 이러한 접근법은 예술가로서의 릴케를 부각시키고, 릴케에 대한 그녀의 통찰과 분석을 한층 확대시키는 데 기여한다.
● 인간적 고통의 산물로서의 시
살로메는 릴케의 시는 곧 인간적 고통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어린시절 부모의 불화와 이혼, 죽은 딸을 대신해 여자아이처럼 키우려고 했던 어머니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군사학교에 입학해 혹독한 환경에서 보내야 했던 성장기는 어린 릴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이었다. 또한 그 당시 릴케에게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던 삼촌의 죽음은 릴케의 시에 나타나는 이해하기 힘든 삶과 죽음의 의미들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살로메는 릴케의 불운한 어린시절이 시 속에서 승화되어 삶과 죽음에 대한 심미적인 평형상태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투쟁으로서의 문학적 시도
릴케는 자신의 시에서 새로운 표현과 형태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왔는데, 살로메는 릴케의 이러한 문학적 시도를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인의 투쟁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특히 프랑스 조각가 로댕과의 만남은 릴케의 시가 새롭게 변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릴케는 얼마간 로댕의 개인 비서로 일했는데, 그는 로댕이 사물을 조각하는 방법과 태도에서 영향을 받아 ‘사물시’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신시집』을 완성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원한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으로서 ‘사물시’에서 시의 형태적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파리에 머물면서 『신시집』을 집필하는 동안 겪었던 최고의 경험들은 차츰 잊혀져가고 있소. 그때 나는 어떤 것에도, 어떤 사람에게도 기대를 하지 않았소. 하지만 그때, 이 세상은 하나의 사명으로 다가왔고 나는 완벽하게 사명을 다 하면서 자신있게 대답했소. “내 학문이 깊다고 한들 신의 부르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내 창조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어떻게 시적인 표현이 가능했겠습니까?” ― p.64
릴케는 이후 『시도시집』에서 신의 드넓은 사랑을 노래하고, 마침내 『두이노의 비가』에서는 천사를 소재로 소외를 극복하고 영혼의 완성으로 가는 과정을 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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