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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17 호> "친구 찾기"

by e-bluespirit 2001. 7. 4.

기행서문


 


                              일상에서


                           before
traveling


                           


 



내게 있어 여행이란 살면서 설레임을 가장 고조시켜주는 두 번째 놈에 해당한다. (물론 첫 번째는 사랑예감이란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 그것에 대한 언급은 접어두자)


 정작 실제 여행 일수에 비해 서너배정도는 됨직한 일정기간을 미리 당겨서 설레임 속에서 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3일 이상을 넘지 못하는 여름휴가나 결혼기념여행조차도 어디를 갈까?, 언제쯤할까? 생각하기 시작하는 날로부터 설레임은 그렇게 내 곁에 내내 붙어있게 되곤 하기 때문이다.


 몇 년전 아들녀석과 둘이서만 일본으로 7일간 배낭여행을 다녀올 때는 설레임의 농도도 보통것의 2배정도는 찐한 것이었는데다가 여행 출발일로부터 한달 보름전에 찾아 왔었다.


 도서관에서 여행관련책자들을 읽고 필요한 부분은 카피하고.. 부분적인 루트들을 몇가지로 요약해서 짜 보고 궁금한 것은 여행사이트의 Q&A를 이용하고.. 간단한 여행일어를 알아가기 위해 테이프를 빌려오고..아들과 함께 매일저녁 따라하고.. 인터넷을 통해 숙소를 예약하고.. 뭐 그런 것들로 한달 반을 보내고 났더니 막상 떠나기도 전에 벌써 일본을 한번 가보고 온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이렇듯 나는 사서 고생하는 타입으로 여행전의 설레임을 찾아서 즐기는 편이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장기간 설레임과 함께 하려면 세부사항까지 스스로 알아내서 계획을 짜야하는 배낭여행을 택해야 함은 당연한 결론이다.


 막연히 평생의 소원에 가까웠던 이번 여행또한 그런 맥락에서 어떤 고민도 없이 배낭여행으로 결정하고 일찌감치 설레임을 불러들였다.


 1년전부터 벽에 붙여 놓았던 이태리 전도가 제 구실을 했고.. 컴의 즐겨찾기에는 이태리에 관한 사이트목록들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이태리와 관련된 책읽기에도 몰입했다. '괴테의 이탈리아기행'조차 다 읽지 못하긴 했지만..


 가고 싶은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천지이지만 예산과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과감한 결정이 필요했고.. 그렇게 현지에 땅을 밟기도 전에 이것 저것을 선택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주부로서는 간이 졸여지는 예산이 책정되자.. 살림도 짠순이처럼 군소리없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때로는 즐겁게.. 집청소만 한번 해도 갈라진 날카로운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원성이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일상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족들에게도 고마운 설레임이었을 게다. 근 한달을 평온한 집에서 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여행전에 이미 일상탈출이었다.


 어떤 일에도 장점과 단점은 공존하듯이 이일도 마찬가지다. 설레임이란 놈을 그렇게 일찌감치 끼고 있다가 보면 정작 실제 여행중에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설레임들이 나를 피해 갈 때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와 '아는만큼 보이지 않는다' 가 같은 의미의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내 말의 뜻을 이해 했으리라 생각한다.


  말인즉슨 설레임을 오래끼고 있다보면 그만큼 여행준비를 오랜기간 한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만큼 여행지에 대해서 아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지에서 참고로 할 여행일정에 따른 상세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작은 책자를 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그러므로 여행지에서 덜 당황하고 시간도 절약하게 될 것임을 보장 받았지만 미리 알아가지 않은 정보에 대한 무심함 때문에 한정 된 것만 보고 오게 될지 모른다는 추측을 감수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여행전 설레임을 일찌감치 불러들여 미리 일상탈출을 하는 습관은 마치 나의 오랜 지병과도 같은 것이어서 나의 설레임은 항시 앞으로도 늘 그렇게 여행전에 찾아 오는 손님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예감하며 한달전에 이미 상봉한 설레임을 데리고 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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