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다석은 하늘과 땅과 하나로 된 자신의 체험을 표현하였다. 그에게 천지인 삼재의 합일은 이론이나 철학 이전에 몸과 마음으로 체험되는 사건이고 실재였다. 천지인 합일의 철학과 논리는 우주와 인간의 존재와 삶을 설명하는 것이기 이전에 삶의 실재이고 실천의 논리였다. 따라서 그는 ‘하늘과 땅과 자신’이 하나임을 체험하고 ‘하나’를 붙잡고 ‘하나’를 지향하였다.
유영모의 천지인 합일에서는 몸이 하늘과 하나로 되고 맘이 땅의 중심과 하나로 된다. 땅의 흙으로 된 몸이 하늘과 통하고, 하늘과의 만남에서 생겨난 맘이 땅의 중심과 통하는 천지인 합일은 지천태(地天泰)를 나타낸다. 주역에서 지천태는 하늘이 땅 아래 오는 것인데 크게 길하고 평화로운 것을 나타낸다.
- 박재순 -
삶의 진리, 앎의 진리, 사람[삶앎]의 진리
함석헌의 일생의 화두는 생명, 평화, 진리라는 세 마디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 셋은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함석헌은 ‘생명’을 한마디로 ‘살라는 하늘의 뜻’으로 풀이한다. 생명체는 그러한 하늘의 뜻을 받고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개체들이다. 따라서 우주에서의 생명체의 등장은 우주의 역사를 본래의 역사인 생명의 역사로 전환시키는 하늘의 뜻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개개의 생명체들은 다 살라는 하늘의 뜻을 받아 자신의 개체 생명을 불살라[에너지로 태워] 우주 곧 생명의 역사를 돌리는 데 동참한다. 생명체의 본래적인 삶의 목적은 우주 역사의 전개에 참여하여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다. 생명체는 자기 안에 새겨진 하늘의 뜻을 읽고 그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이 생명체가 추구하고 이행해야 하는 진리이다. 진리를 이런 의미로 알아들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인식론적 진리가 아니고 생명학적 진리이다.
함석헌의 진리는 인식의 진리가 아니고 삶의 진리이다. 서양의 진리는 그 시작부터 사태인식과 그에 대한 명확한 표현에 맞추어져 있다. 우리에게 진리는 우선적으로 삶의 진리였다. 그것을 우리는 무엇보다도 진리를 표현하는 우리말 사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말 안에는 민족의 기억이 갈무리 되어 있고 존재의 소리가 담겨 있고 하늘의 뜻이 새겨져 있음을 염두에 둘 때 우리는 우리말에 결과 무늬로 아로새겨져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삶의 진리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함석헌은 바로 우리말에서 우리 겨레의 삶의 진리를 읽어내려고 노력하였다. 그 말은 양반과 지식인들이 백성들을 속여서 지도자로 군림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빌려온 어려운 외국어[한문이나 일본어나 영어]가 아니라 이 땅의 씨들이 반만 년의 역사와 전통 속에 매일같이 사용해온 우리말이다. 함석헌은 우리 삶에서 우리의 말과 글, 우리의 글월[문화(文化)]이 돋아나온다고 하며 우리말로 할 수 없는 종교 · 철학 · 예술 · 학문이 있다면 아무리 훌륭해도 그만두라고 외친다.
함석헌의 모든 말과 글들은 씨알들의 삶에서 길어낸 삶의 진리이다.
6기 씨알사상강좌(금요)
9/ 4 박영호: 유영모의 삶과 영성 9/11 박영호: 유영모의 깨달음
9/18 박재순: 인간과 역사 9/25 박재순: 세계와 종교
10/ 9 이기상: 다석의 씨알생명 10/16 이기상: 함석헌의 씨알생명
10/23 이규성: 함석헌의 생명사상 10/30 이규성: 함석헌의 민주사상
11/ 6 정양모: 유영모와 그리스도교 11/13 정양모: 유영모의 영성
< 맘 거문고 >
脊柱(척주)는
律呂(율려), 거믄고
(다석일지 1955.4.27)
< 풀이 >
율려(律呂)는 풍류, 음악을 뜻한다. 율은 음의 조율(tuning)을 뜻하고 려는 풍류를 뜻한다. 옛날에는 새 나라를 세우면 법과 제도, 도덕과 풍습을 바로 잡을 뿐 아니라 음악의 기본음을 정하고 기본음에 맞추어 악기들을 조율하고 가락을 정했다. 옛날에는 음을 측정하는 기계장치가 없으므로 기본음을 정하고 이 음에 따라 악기들을 조율하는 일이 중요했다.
다석은 척주를 율려라고 함으로써 몸을 음악의 기본으로 보고 ‘’을 거문고라고 함으로써 맘을 악기로 보았다. 몸과 마음의 예술적 일치를 말한 것이다. 몸과 마음의 중심을 척주로 보고 척주가 곧고 바르게 조율이 될 때 마음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역사와 사회에서 다툼과 갈등이 사라지기를 누구나 바란다. 그러나 생명이 있고 역사가 있는 한 싸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모두 현상에 만족하고 머물면 저항도 싸움도 그칠 것이다. 그러면 역사는 그치고 삶은 죽음에 삼켜질 것이다.
삶은 자라고 변하는 것이요, 역사는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다. 또한 역사와 생명의 주체는 정신인데 정신은 하나님을 향해 영원히 나가자는 것이므로 결코 자기 안에 머물 수 없다. 자기와 싸워 이겨서 자기를 깨트리고 넘어서서 끊임없이 줄기차게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야 한다.
- 박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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