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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live—Library

천사의 시 Poetry of Angel 조광호 정호승

by e-bluespirit 2010. 5. 24.

 

 

 

 

 

 

 꽃 속의 천사

 

 

 

 

십자가 위에 꽃이 핀다

십자가 위에 꽃이 진다

내 꽃으로 밥을 해먹고

내 꽃으로 물을 마셔라

내 꽃으로 사랑을 하고

내 꽃으로 관을 덮어라

 

 

 

 

 

꽃 피는 날에 찾아오는 천사

 

 

 

 

이 세상에 꽃이 피는 건

죽어서도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사람이 태어나는 건

죽어서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꽃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녕 그렇지 않다면

왜 꽃이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왜 사람들이 가끔 꽃에 물을 주는가

 

 

선으로 악을 이긴 천사

 

 

 

 

모든 인간은 다 천사다

모든 천사는 다 인간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

선이 없으면

천사도 다 인간이 아니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의 천사

 

 

 

 

그 어떠한 죽음이 다가와도

말해야 할 때는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해야 한다

목숨을 내어놓고 말할 때는 말의 향기가

죽음을 기다리며 침묵할 때는 침묵의 향기가

세상을 골고루 어루만질 때

내 온몸이 다 입이요

내 영혼이 다 혀다

 

 

 

하늘을 나는 천사

 

 

 

 

나는 가끔 초승달 위에 앉아

당신을 내려다볼 때가 있다

나는 가끔 은하수 사이로 손을 내밀고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때가 있다

당신의 가난한 어깨에

기도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서

 

 

 

 

꽃 속에 잠든 바람 같은 천사

 

 

 

 

나는 꽃 속에 잠든 바람이다

나는 그 바람을 타고 가는 향기다

나는 그대의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대의 일생을 휘감고 돈다

 

 

 

 

 

꿈꾸는 천사

 

 

 

 

천사의 얼굴을 보고 싶으면

잠든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아라

꿈꾸는 천사의 얼굴에 어리는 미소를 보고 싶으면

잠든 아기의 배냇웃음을 고요히 들여다보아라

 

 

 

 

 

관세음 觀世音 천사

 

 

 

 

천사는 관세음

이 세상 모든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

당신의 절규

당신의 분노

당신의 욕망의

아름다울 수 없는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

오늘 밤은

인간의 소리를 너무 많이 보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꽃과 사랑과 천사

 

 

 

 

붉은 꽃 한 송이 너에게 주마

푸른 꽃 한 다발 너에게 주마

피는 꽃의 아름다움도 너에게 주고

지는 꽃의 아름다움도 너에게 주마

꽃피는 곳에 사랑이 있고

사랑이 머무는 곳에 천사가 있다

 

 

 

 

추락한 천사

 

 

 

 

날기 위해서는 떨어져야 한다

떨어지기 위해서는 날아올라야 한다

날개는 날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기 위해서도 있다

추락할 때에 내 상승의 기쁨이 더 크듯이

절망할 때에 내 희망의 기쁨 또한 더 크다

 

 

 

 

 

모세의 숲속에서 만난 천사

 

 

 

 

당신이 버림받은 곳에 내가 있다

당신이 버려진 곳에 내가 있다

당신이 쓰러진 곳에 내가 있다

당신이 통곡하는 곳에 내가 있다

그리하여

당신의 미소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미소의 눈물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기쁨의 눈물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평화의 기도 속에 내가 있다

 

 

 

 

 

 

 

 

 

 

내가 그린 천사는 이 세상에서 언제 어디선가 내가 만난 사람들이다. 꽃의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모습을 닮은 날개 달린 천사도 내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수천수만의 사람들, 그들 가운데 나의 천사들은 때로는 눈부신 빛과 바람, 또 때로는 황홀한 설렘으로 내 곁에 엄연히 존재했다. 나의 일상 가운데 그들은 마치 날개를 단 천사처럼 예기치 않은 순간에, 눈부신 지혜와 아름다움으로 나를 찾아왔다. 이 책을 '세상에서 천사처럼 살고자 노력했던 우리들의 친구, 고(故) 정채봉 시인'의 영전에 바친다. - 조광호 (화가, 신부) 

 

 

 

 

 '세상에서 천사처럼 살고자 노력했던' 고(故) 정채봉 작가의 영전에 바치는 시화집이다. 화가이자 성직자인 조광호 신부가, 자신에게 마지막 고백성사를 하고 세상을 하직한 작가 정채봉을 기리기 위해 '천사'를 주제로 한 수십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고인이 살아생전 가장 절친했던 정호승 시인은, 조광호 신부의 그림을 토대로 운문 형식의 글을 썼다.

 

 

 

그림 조광호

 

1947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1977년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그림 공부를 하여 198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여러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드물게 재료와 장르를 넘나들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회화, 판화, 이콘화, 유리화, 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왔다. 대표 작품으로는 부산 남천성당 유리화, 서울 당산철교 외벽의 벽화, 서소문 현양탑 등이 있으며, 지금은 인천가톨릭대학교 종교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 정호승 鄭浩承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이, 어른이 읽는 동화로 『연인』,『항아리』『모닥불』,『기차 이야기』 등이, 산문집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언제나 부드러운 언어의 무늬와 심미적인 상상력 속에서 생성되고 펼쳐지는 그의 언어는 슬픔을 노래할 때도 탁하거나 컬컬하지 않다. 오히려 체온으로 그 슬픔을 감싸 안는다. 오랜 시간동안 바래지 않은 온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따스한 언어에는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의 감정이 가득 차 있다. 언뜻 감상적인 대중 시집과 차별성이 없어 보이지만, 정호승 시인은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승인하고, 그 운명을 ‘사랑’으로 위안하고 견디며 그 안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시편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하였다.

‘슬픔’ 속에서 ‘희망’의 원리를 일구려던 시인의 시학이 마침내 다다른 ‘희생을 통한 사랑의 완성’은, 윤리적인 완성으로서의 ‘사랑’의 시학이다. 이 속에서 꺼지지 않는 ‘순연한 아름다움’이 있는 한 그의 언어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화가 조광호 신부와 시인 정호승이 전하는 천사의 메시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천사가 자리하고 있다.
꽃의 향기가 눈에 보이지 않듯, 사람의 모습을 닮은 날개 달린 천사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랑이 머무는 곳 어디에나 천사가 있다.
그동안 당신이 만났던 수천수만의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어머니라는 천사’였으며, 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천사’였으며, 나의 꽃과 새들도 모두 ‘꽃과 새라는 천사’가 아니었는가?
눈부신 빛과 바람, 또 때로는 황홀한 설렘으로 당신 곁을 지켜준 천사들…….

 

 


천사처럼 살다간 시인에게 바치는 《천사의 시》
화가 조광호 신부님이 정호승 시인에게 기회가 닿으면 내 그림에 당신이 글을 써 책 한 권 묶자고 제안했다.
사실 조광호 신부가 정호승 시인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은 나름대로 또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시인 정채봉이 왕성한 집필로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할 때 그는 신부님에게 몇 차례 “신부님께서 그림 그리고 제가 글을 써서 예쁜 책을 한권 만듭시다”하였다. 그러나 그때 신부님은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신부님은 조금 거칠고 어두운 그림을 즐겨 그리고 있었기에 정채봉 시인의 작품과는 잘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몇 해가 지나서 정채봉 시인은 조광호 신부님에게 마지막 고백성사를 하고 이 세상을 하직하였다. 정채봉 시인의 장례미사를 집전하면서 조광호 신부님은 시인의 제안에 선뜻 응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정채봉 시인을 기리는 마음에서 그가 살아생전 가장 절친했던 정호승 시인에게 책을 묶어 내자고 제안하였다.


이 모든 사연을 알고 있는 정호승 시인은 “천사가 된 정채봉 형을 만나게 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며 조광호 신부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해서 조광호 신부님의 천사 그림과 그 그림을 언어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글이 어우러진 《천사의 시》가 완성되었다.
이런 사연이 있기에 조광호 신부님의 그림 하나하나 정호승 시인의 글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의 천사가 될 수 있다. 천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천사의 시》를 통해 당신도 누군가의 천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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