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irit/e—cr—life

역사의 음악

by e-bluespirit 2011. 5. 7.

 

 

 

 

 

 

 

 

 

 

 

 

< 역사의 음악 >

자연과 맘의 섞어 짜는 역사의 음악은
그래 무엇이라 아뢰던가?

영원의 이상, 영원의 찾음,
영원의 씨름, 영원의 벌어짐,

아아, 우주야 인생아 생명아
너는 영원의 미완성이더냐?

-“미완성” 함석헌전집 6권 124쪽 -

 

 

 

< 풀이 >

역사는 자연과 맘의 섞어 짜는 음악이다. 자연과 분리된 역사는 추상화, 관념화하기 쉽다. 역사가 사람의 역사, 생명의 역사라면 자연과 분리될 수 없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맘이다. 물질세계의 인과법칙, 이론이나 이념, 제도나 체제, 사회관계나 질서는 맘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맘이 만들었고 맘이 움직인다.
역사는 음악이다. 역사는 자발적 생명과 스스로 하는 맘의 의지들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고 서로 표현된 것이다. 스스로 하는 생명의 소리들이 만나고 서로 울리고 함께 어우러져서 역사를 이룬다. 서로 다른 소리와 뜻, 생의 신명과 맘의 가락이 어우러진 음악이 역사다. 인과법칙이 지배하는 물질세계나 논리와 개념이 지배하는 이론세계에서는 음악이 나올 수 없다. 맘이 참 생명을 맛보는 기쁨과 감격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고, 쓰라린 아픔과 좌절, 허무와 죽음을 경험할 때 슬픈 음악이 나온다. 역사는 작고 덧없는 인생이, 몸을 가진 생명이, 물질로 된 우주가 영원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몸을 가진 인생이 영원을 찾아가는 길은 물질세계에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우주도 역사도 인생도 생명도 다 미완성이다.

-박재순-

 

 

 

< 진리 >

진리는 슬퍼,
파랗게 슬퍼.

높이 드러나는
파란 하늘

깜박깜박하는
파란 별

아아슬하게
올려다볼 때같이,

진리의 얼굴 마주 대하면
파랗게 슬퍼.

파아란 바다···
파란 물결···

진리의 눈동자 건너다보면
파랗게 슬퍼.

-“진리” 함석헌전집 6권 93~4쪽 -

 

 

 

 

< 풀이 >

진리가 왜 슬픈가? 덧없이 늙어가는 몸, 욕심에 물든 맘으로는 영원한 하늘의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없다. 진리를 애타게 찾으면 찾을수록 진리는 멀어만 진다. 혼으로는 진리를 애타게 찾는데 마음은 게으르고, 마음은 진리를 그리워하는데 몸은 부질없는 일로 바쁘다. 몸의 감각과 이성의 생각으로는 하늘의 진리를 느낄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니 인생에게 진리는 슬픈 것이다.
왜 진리를 파랗다고 하는가? 진리는 늘 떳떳하고 변함이 없다. 파란 하늘처럼, 깜박이는 파란 별처럼, 파란 물결, 파란 바다처럼, 파란 것은 깨끗하고 영원한 것이다. 세상살이의 땟 국물에 절어 더럽고 아침 이슬처럼 덧없는 인생이 깨끗하고 영원한 진리의 늘 푸르른 얼굴을 보면 파랗게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몸에 든 멍이 파랗듯이, 맘의 슬픔도 파랗다. -

-박재순-

 

 

< 살리는 생각 >

머리를 무겁게 떨어뜨리며 하는 생각은
사람을 죽게 하는 생각이 되지만,

머리를 위로 우러러 들게 하는 거룩한 생각은
사람을 영원히 살리는 불꽃이다.

이런 생각을 못함으로
사람의 머리가 아픈 것이고,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
그의 머리는 성향로聖香爐의 상구上口로
거룩한 불꽃을 온전히 위로 정하게 올리는 임무를 하니,

그의 머리는 더욱 시원할 것이며,
전성단全聖壇(전신)의 제물祭物(에너지)도 치열하게 탈 뿐이니
장쾌 청정일 것이다.

-『제소리』328쪽 -

 

 

< 풀이 >

사람은 사르는 존재요 몸은 불꽃 제사를 지낸다. 몸 전체가 거룩한 제단이고 머리는 거룩한 향로다. 불꽃 중의 불꽃은 사람을 거룩하게 위로 올리는 생각이다. 위로 올라가게 하는 생각은 사람을 영원히 살리는 불꽃이다. 이런 생각은 머리를 맑고 시원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서 온 몸을 유쾌하고 깨끗하게 한다.

-박재순-

 

 

< 생각으로 타오르는 목숨의 불꽃 >


살림이란
물질을 불살라서 피어오르는 불꽃이다.

사람이 섭취한 식물도
필경은 피로 피고야만 꽃이요 불꽃이다.

위로 올라가는 거룩한 생각의 꽃내(향기)로
피를 살라 올려야 한다.

사람이 사름(삶),
말씀을 사름(사룀),
불을 사름은
같은 일, 같은 말이다.


-『제소리』328쪽 -

 

 

 

< 풀이 >

먹이인 물질을 불살라서, 힘을 얻는 것이 살림이다. 신진대사로 밥을 태워서 피가 되고, 숨으로 묵은 피를 태워서 새 피를 낸다. 거룩한 생각으로 피를 씌우고 불사를 때, 사람이 살고, 말씀을 사뢰고, 목숨 불을 사르는 것이 같은 일, 같은 말이 된다. 사람이 사는 것도 말씀을 사르는(사뢰는) 것도 목숨 불을 사르는 것도 모두 사름이다. 사람은 사름이다. 삶을 살고 말씀을 사뢰고 목숨 불을 사른다. 거룩한 생각으로 피를 살라 올리면, 피 속에 거룩한 생각의 향기가 배고 사람은 사람답게 사르는 존재가 된다.

-박재순-

 

 

< 얼굴 >

이 세상에 뭘 하러 왔던고?
얼굴 하나 보러 왔지,
참 얼굴 하나 보고 가잠이 우리 삶이지.

시간의 끝없는 물결 들고 또 나는 영원의 바닷가에,
한없는 모래밭에, 오르며 또 내리며 헤매어 다니면서
진주 한 알 얻어 들잠이 우리들의 삶이지.


-“얼굴” 함석헌전집 6권 89쪽 -

 

 

< 풀이 >

덧없는 이 세상에서 잠깐 살다 가는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 참된 얼굴을 보고 참된 얼굴이 되자는 것이다. 얼굴은 육체로 된 것이지만 정신과 얼을 드러낸다. 그래서 얼굴은 얼의 굴이요 얼의 골짜기라고도 한다. 얼굴에는 관상(觀相)뿐 아니라 심상(心相)이 있고 심상뿐 아니라 신의 형상(形像), 신의 얼굴이 들어있다. 사람의 얼굴에서 영원한 신의 얼굴을 보자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시간의 끝없는 물결 속을 떠돌며 막막한 모래밭 같은 세상을 헤매는 인생길에서 영원한 생명의 씨알맹이를 얻는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 그 씨알맹이를 얻은 사람의 얼굴에는 그 씨알맹이가 심겨져 있다. 영원한 생명의 얼굴을 찾고 또 찾고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함으로 제 얼굴을 제가 그리는 것이다.

-박재순-

 

 

 

 

 

 

 

 

 

 

 

 

 

www.crlife.org

'Spirit > e—cr—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의 영광  (0) 2011.06.12
생각은 그리움에서 나온다   (0) 2011.05.30
  (0) 2011.04.20
큰 기운  (0) 2011.04.03
하루를 일생처럼 - 다석 류영모 선생 귀천 30주기 추모 문집  (0) 201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