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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e—cr—life

참 얼 굴

by e-bluespirit 2012. 12. 8.












 

< 참 얼 굴 > 

이 세상에 뭘 하러 왔던고? 얼굴 하나 보러 왔지.   
참 얼굴 하나 보고 가잠이 우리 삶이지.
시간의 끝없는 물결 들고 또 나는 영원의 바닷가에,
한없는 모래밭에, 오르며 또 내리며 헤매어 다니면서
진주 한 알 얻어 들 잠이 우리들의 삶이지.


(「얼굴」중에서, 함석헌전집 6권 89쪽)



< 풀이 >
사람의 정신과 인격은 얼굴에 새겨진다. 얼굴은 사람의 정신과 인격이 몸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얼굴은 얼의 굴이고 얼의 골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온 것은 얼굴에 참된 인격과 정신을 새겨 넣기 위한 것이다. 내 얼굴에서 참 얼굴 하나를 보러 온 것이다. 참 얼굴 하나를 보고 가자는 것이 우리 삶이다. 내 얼굴에서 참 얼굴을 보지 못하니까 남의 얼굴에서라도 참 얼굴을 보려고 헤맨다. 

사람의 얼굴은 세월이 지나면 늙어 주름이 잡힌다. 젊고 고운 얼굴도 덧없이 시들고 추한 얼굴이 된다. 그러나 주름이 잡혀 쭈글쭈글한 얼굴에서도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소설가 황순원은 남강 이승훈의 늙은 얼굴에서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보았다. 다석 유영모의 늙은 얼굴에는 거룩한 기운이 감돌고 씨알 함석헌의 젊은 얼굴에서는 신령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내가 하늘 바람을 숨 쉬고 하늘에 기도하는 것은 내 얼굴에 하늘 바람과 기운이 깃들게 하려는 것이다. -박재순




참과 거짓

교사는 참과 거짓을 가르치는 이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우리말 사전에 보면 참의 어원은 알기 어렵다면서 ‘알이 차오름’, ‘알 참’에서 참이란 말이 온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매우 그럴 듯 하다. 곡식의 낟알과 열매의 알맹이가 알 찬 것이 참이다. 거짓은 거죽에서 온 말이라고 국어사전이 밝히고 있다. 예전에는 ‘거즛’이라고 했는데, 거즛은 거죽에서 온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짓은 알맹이가 없이 쭉정이, 거죽만 있는 것이고, 거죽에 매달리고 집착하는 것이다. 착실(着實), 진실(眞實)이란 말도 열매, 알맹이가 충실한 것이 참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참과 거짓에 대한 이런 설명에는 심오한 생명철학과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생명과 정신, 사회와 역사, 정치와 경제, 종교와 문화에서 알맹이와 껍데기를 가르고 알맹이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 참 교육이다. 아름답고 참된 교육은 사람과 사회에서 알맹이가 무엇인지를 따져 묻고 알맹이에 충실한 사람과 사회가 되게 하는 것이다.

‘알 찬’ 것이 참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알 찬 것이 알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알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앎다운-아름다운’ 것이다. 교육은 알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알이 찬 것, 아름다운 것을 드러내고 실현하는 것이다. 실현(實現)이란 말도 열매, 알맹이를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삶과 말과 일에서 열매가 열고 알맹이가 드러나게 해야 한다. -박재순






 

 < 생각만이 영원하다 >

영원히 갈 것은 
오직 생각 하나만이다. 

영원무한(하나님)을 아는 것은 
생각 때문이다. 

생각이 없었다면 
말도 없었을 것이고 

말이 없다면 
이렇다 저렇다 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런 물질(몸)말고 
오직 생각뿐인 데가 있을 것이라 해서 
하나님, 니르바나님이라 한다. 

우로 올라가는 게 
영원한 생명이지 

그렇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이 아니다. 

영원히 가는 것은 
하나님을 생각하는 얼나뿐이다.

참(法)이라, 
말씀이라 하는 게 이것이다.

다석 어록 92쪽

< 풀이 >
오랜 생명진화 끝에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가 되었다. 생각함으로써 사람은 물질의 감각과 본능을 넘어서 영원무한을 알게 되었다. 생각이 없다면 말이 없고 말이 없다면 소통과 사귐, 협력과 약속도 없고 사회와 역사도 없었을 것이다. 물질과 몸을 초월한 오직 생각뿐인 지경을 하나님, 니르바나라고 한다. 물질과 몸을 넘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영원한 생명이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 위로 올라가는 것이 얼 나이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가르친 것이 참(法)이고 말씀이다. -박재순




김구의 문화국가론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의 법적 정통성은 삼일독립운동과 이 운동으로 생겨난 임시정부에 있다고 하였다. 삼일독립운동의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임시정부를 조직하고 이끈 안창호와 김구는 높은 품격을 지닌 문화국가를 지향했다. 

식민지 백성으로서 한국민족은 삼일독립운동을 일으켰다. 삼일독립운동은 국가의 이념과 철학으로 민주, 민족자주, 세계평화의 원칙을 제시하고 높은 도덕과 정신을 추구하였다.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나 움직였으니 민주이고, 식민지 백성으로서 나라의 자주독립을 선언했으니 민족자주이며, 나라를 빼앗고 억압 수탈하는 일본과도 사이좋은 국가가 되기를 바라며 세계평화를 내세웠으니 세계평화다. 일제의 총칼에 맞서 비폭력 평화의 정신을 지키고 도의와 정신의 시대를 선언했으니 높은 문화를 지닌 품격 있는 나라와 민족임을 드러낸 것이다. 

김구는 아름다운 문화국가를 염원하였다. 백범일지에서 김구는 이렇게 말했다.“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 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 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 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임시정부 주석으로 독립운동을 이끈 김구는 동학군의 소년 접주로서 갑오농민전쟁에 참여하고, 일본군 장교를 때려죽이고, 일제의 요인을 척살하였다. 그런 김구가 해방 후에는 문지기나 청소부가 되어도 좋다고 하고, 문화국가를 내세우며 당파심과 권력욕에서 벗어나 민족통일을 위해 헌신한 것은 비폭력 세계평화를 내세운 삼일독립운동의 정신과‘사람이 하늘’이라는 동학사상을 이어받은 것이다. 안창호의 흥사단에 특별회원으로 가입하고 안창호와 함께 임시정부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김구가 높은 도덕과 정신을 내세운 안창호에게서도 깊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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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 경복궁역 - 사직공원 - 단군성전 - 인왕산길 - 윤동주시인의 언덕 - 청와대 - 삼청동 - 인사동


12월1일 토요일 10시에 경복궁역 1번출구를 출발하였습니다. 엊저녁 한파걱정과 달리 청명한 하늘에 쌀쌀한 초겨울 날씨가 숲길을 걷기에는 오히려 안성맞춤입니다. 사직단을 지나 단군성전에 이르러 단군성조께 숭모의 예를 드렸습니다. 순탄한 산책길이라 빠른 속도로 진행하였습니다. 인왕산길을 따라 목적지 윤동주시인의 공원에 도달하니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빨랐습니다. 

공원에서 마주보는 백악마루가 눈이 시도록 푸른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준수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다석이 구경각을 체험한 백악은 과연 신령한 산마루입니다. 우리는 그곳을 씨순길을 시작한 후 창의문에서 삼청동에서 두번 올랐습니다. 오를 때마다 다석의 깊은 진리의 체험이 우리에게 공명하는 듯 했습니다.  

공원에는 시인윤동주 영혼의 터(Restig Place of Poet Yun Dong-ju's Soul)이라는 표지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윤동주의 무덤은 중국 용정에 있습니다. 시인은 그의 고향이며 동시에 타향인 땅에 묻혔습니다. 이곳 윤동주공원은 그가 연희전문 유학시절 자주 오르며 생각과 시상을 가다듬던 곳입니다.

윤동주 詩碑와 문학관 영상물과 전시물을 둘러보고 송년오찬 장소인 인사동길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창의문에서 청운동길로 내려와 청와대를 거쳐 삼청동을 지나 인사동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작년 12월3일에 씨순길을 시작하여 만 일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임진년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 일년동안 씨알성지에 남겨진 우리의 발자국은 씨알운동의 씨앗입니다. 
내년에는 싹 트고 옹골차게 자라 당당한 品勢를 이룰 것입니다. 

일주년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함께 길을 걸었던 모든 도반에게 감사와 평화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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