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에서 씨알사상으로>, 박재순 지음
한울아카데미, 2013. 4
“고난의 역사를 품은 씨알들이 여는 상생과 평화의 시대”
씨알사상으로 꽃피는 21세기 세계 민중의 민주생활철학
민중신학의 성찰을 씨알사상의 깊이와 폭으로 확장하는 철학적 시도
서구 철학의 한계를 넘어 영성과 이성이 통합된 세계시민의 공공철학을 다루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970년대부터 민중신학자이자 생명신학자로서 유영모와 함석헌의 사상을 연구해온 성과를 엮고 다듬어, 민중신학과 씨알사상의 역사적 뿌리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동서양 사상사의 한계를 넘어선 보편철학으로서 씨알사상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20세기 초 식민지 백성을 일깨우려 했던 안창호와 이승훈의 교육운동, 유영모와 함석헌의 철학, 1970~1980년대 한국 민중의 저항과 고난을 증언했던 안병무의 민중신학이라는 연속성 안에 있다. 그 중심에서 화두가 되어온 민중의 참된 주체성, 즉 씨알의 존재를 깊이 성찰하고 동서 문명사 속에서 씨알사상이 제기하는 상생과 평화의 철학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1부에서는 한국 민중신학의 사상적 연원을 밝히고 그 토양을 제공한 씨알사상의 맥락에 따라 민중신학의 성과가 새롭게 포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비유적, 사상사적, 역사적 관점에서 씨알의 존재가 담고 있는 깊이를 탐색하고, 씨알사상의 실천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세계화 흐름 속에서 이성 중심의 서구 철학이 지닌 한계를 넘어선 생명철학으로서 씨알사상의 전망을 제시한다. 아울러 최근 한국 사회 대중에게 주목을 받았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을 비판하면서 그 기원이 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 철학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이성과 영성을 통합한 씨알사상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시민들의 민주생활철학이자 공공철학으로서 지닌 의의를 제시한다.
신간 출간의의
20세기 후반에 에 민중신학이 세계 신학계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민중을 구원의 주체로 내세워 새로운 신학의 과제를 제시한 데 있었다. 이제 그 민중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은 좀 더 깊고 폭넓게 다뤄져야 할 때다. 민중론에 대한 재검토, 국가주의의 한계와 개인의 윤리 문제, 세계화의 그늘, 조화로운 공동체 사회의 건설이라는 화두가 제기된 지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구태여 서구 사조의 담론을 통해 그 해답을 찾는 데 급급하지 않더라도, 세계시민으로서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독자들이라면 한국 근현대사의 유산에서 길어낸 씨알사상을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 박재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신대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신학연구소 번역실장, 한신대 연구교수, 성공회대 겸임교수,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씨알사상 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재단법인 씨알 상임이사, 씨알사상연구소 소장, 다석학회 이사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다석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유영모.함석헌의 생각 365], [함석헌의 철학과 사상], [씨알사상](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다석 유영모](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두 번째 기축(基軸)시대의 도래와 씨알사상
1부 / 민중신학에서 씨알사상으로
1장 민중신학의 반성과 새로운 모색: 민중신학에서 씨알사상으로
1. 민중신학의 반성2. 민중신학의 뿌리 3. 민중신학에서 씨알사상으로
2장 안병무 신학사상의 뿌리와 계보: 씨알사상에서 민중신학으로
1. 안병무 신학의 기본 내용과 성격 2. 유영모, 함석헌, 안병무의 관계3. 맺음말: 민중의 삶과 영성
3장 씨알사상과 민중신학
1. 들어가는 말 2. 씨알사상의 핵심과 기본 성격 3. 씨알사상과 민중신학의 관계
2부 / 씨알사상의 핵심과 의미
4장 씨알의 비유와 의미
1. 씨알의 유래와 의미2. 생명의 은유: 자연생명의 바탕인 씨알 3. 씨알: 민중의 은유
5장 씨알사상의 배경과 기본 원리
1. 함석헌의 삶과 사상의 원리 2. 사상적 배경과 현대적 의미 3. 씨알사상의 핵심 4. ‘스스로 함’과 새로운 공동체의 전망
6장 씨알사상의 기본 내용
1. 씨알은 어떤 존재인가?2. 씨알을 통해 드러나는 삶의 본질: 스스로 함 3. 스스로 하는 나: 하늘과 땅 사이에 곧게 선 사람 4. 씨알이 곧 나라다 5. 믿음: 나를 자르고 전체의 자리에 섬 6. 맺음말: 동양과 서양의 정신을 꿰뚫은 공동체사상
7장 씨알사상의 실천적 의미
1. 씨알이 품은 실재 2. 씨알사상의 실천적 의미 3. 씨알사상의 실천 원리4. 씨알사상의 윤리적 의미
3부 / 씨알, 정의, 평화
8장 씨알과 씨알교육
1. 씨알교육의 역사적 뿌리2. 씨알의 인간관3. 씨알의 스스로 함과 더불어 삶 4. 씨알교육 5. 맺음말
9장 "씨알의 소리"와 씨알사상
1. "씨알의 소리"를 낸 목적 2. "씨알의 소리"의 기본 내용 3. "씨알의 소리"에 나타난 씨알사상 4. 맺음말
10장 씨알, 정의, 평화: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비판과 대안
1. 들어가는 말 2. 샌델의 정의론 3. 씨알, 정의, 평화 4. 맺음말: 온전한 사회 정의를 위한 이성과 영성의 통합
11장 21세기 세계화와 씨알사상
1. 21세기의 세계화가 요구하는 철학과 사상 2. 동서 문화의 융합을 추구한 세계통일철학 3.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서 피어난 풀뿌리 민주철학 4. 한국인의 삶에서 피어난 생명평화철학 5. 믿음과 생각의 통일 6. 맺음말
나가는 말: 씨알사상의 의미와 전망
참고문헌
책 속으로
씨알은 정치.사회적 권리와 의무의 주체를 넘어서 생명의 근원적 본성과 사명을 지닌 주체로 파악된다.
(/ p.33)
민중신학은 절박한 상황과 절실한 증언을 담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하나님과 민중이 동일시되는 신학적 논리구조를 효과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하나님이 민중 속에 완전히 해소되고 하나님과 민중이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면, 신학은 성립할 수 없고 신학이란 말이 구태여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 p.98)
씨알로서 인간의 꿈과 사명은 개체의 죽음을 통해서 전체 생명을 살리고 이어가며, 몸 생명이 죽어서 영원한 얼 생명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씨알은 이러한 인간의 꿈과 의지에 대한 은유다.
(/ p.114)
영을 부정한 이성의 자주는 생명과 영의 깊이를 잃고 인간 생명과 공동체를 파괴한다. 이성의 자주와 함께 마음과 영혼의 자주, 하나님과 맞닿은 신앙의 자주를 추구하는 씨알사상은, 이성의 주체와 기계의 발달이 공동체 파괴와 정신 황폐화로 귀결되는 현대 과학문명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안목을 열어준다.
(/ p.120)
씨알사상이 오늘 힘 있게 살아나서 민중의 생활철학이 되려면, 유영모, 함석헌의 시대적 제약과 경향에서 벗어나 씨알사상의 근본 정신과 깊이를 밝혀내야 한다. 더 나아가 씨알사상과 정신이 널리 알려지고 힘차게 펼쳐지기 위해서는, 소박하고 느슨하면서도 창조적이고 살아 있는 조직이 형성되어야 한다.
(/ p.222)
서구의 정치철학에서는 ‘서로 주체’를 말하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은 이성적 자아의 사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성주의 철학이 사회적 신분과 제국주의의 관점에 매이게 되면 부당하게 수난당하는 사람들의 주체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 타자들은 ‘내’ 목적의 도구가 되고 대상이 되며 사물화된다.
(/ p.237)
자본주의 체제, 사회주의 체제, 복지국가의 근본 문제는 자발적 주체성과 헌신성, 공동체적 나눔과 섬김의 정신, 깊은 영성과 강인한 생명력이 부족한 데 있다. 한마디로 맘을 씻어 맑게 하고 삭히고 깊이 파서 맘을 곧고 힘 있게 하는 생활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일찍이 유영모는 큰 나라 미국이 벌이를 잘하고 작은 나라 덴마크가 실속을 차려도, 사납고 거친 맘을 삭힐 철학(맘 삭힐 줄)이 없으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 p.271)
출판사 리뷰
우리말과 글로 사유한 사상가이자 민족 주체 철학자, 다석 유영모
동서 정신문화의 창조적 융합을 추구한 그의 사상을 통해 문명의 자취를 쫓다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필자가 연구·성찰한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이미 발표된 글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새로 보완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고 전체의 틀과 순서를 바꾸면서 글을 수정했다. 특히 제8장 "한글 철학 I: 한글과 십자가의 만남"과 제9장 "한글 철학 II: 우리말과 글에 담긴 철학"은 필자가 새로 쓴 부분으로, 시간과 주체가 통합된 다석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석은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을 회통시킨 20세기의 한국 철학자로 동양의 종교 사상, 서양의 기독교 사상, 서구 근대 이성 철학에 두루 통하는 사상가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의 제자 함석헌을 제외하고는 그만큼 동서고금의 사상에 회통한 사상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석의 사상에는 철학과 종교, 이성과 영성이 통합되어 있다. 정치와 경제의 바탕은 문화이고, 문화의 토대는 철학과 정신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혼란은 철학과 정신이 바로 서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필자는 사회의 기본이 서려면 사상과 철학이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석은 동서의 사상과 문화가 융합하는 한국 현대사에서 주체적이고 세계적인 철학과 사상을 형성하기 위해 평생 헌신했다. 그의 주체적이고 구도자적인 탐구와 실천을 담은 이 책은 참된 세계 철학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성과 물질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생각과 얼의 깊은 세계로 이끄는 다석의 철학이 산업자본과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물질문명의 번쩍거림 속에서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생각과 얼에 깊이가 없으면 물질문명의 주인으로 살 수 없다. 어쩌면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가 말했듯이 물질문명의 휘황찬란함은 저물어가는 물질문명의 저녁노을 같은 것인지 모른다. 오늘의 번쩍거리는 물질문명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돈과 기술을 넘어서는 새 문명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석의 철학에서 위로와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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