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irit/e—cr—life

다석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

by e-bluespirit 2013. 4. 13.










<다석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 박재순 지음
한울아카데미, 2013. 3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필자가 연구·성찰한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이미 발표된 글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새로 보완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고 전체의 틀과 순서를 바꾸면서 글을 수정했다. 특히 제8장 "한글 철학 I: 한글과 십자가의 만남"과 제9장 "한글 철학 II: 우리말과 글에 담긴 철학"은 필자가 새로 쓴 부분으로, 시간과 주체가 통합된 다석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소개 : 박재순

1950년 충청남도 논산군 광석면, 강경평야 언저리 작은 마을 말머리에서 태어났고 대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신앙생활을 하게 되어 새벽예배도 열심히 다녔으며, 고등학교 때는 머들령이라는 문학동인회에 가입하여 시를 쓰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여 베르그송의 생명철학에 매력을 느끼며 공부했다. 문리대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독재정권의 억압과 최루탄 가스가 싫었다. 대학 졸업 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대문 구치소에서 4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1981년 전두환 정권 때 한울공동체 사건으로 다시 2년 6개월 옥고를 치렀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면서 책 읽고 공부하며 생각할 시간을 넉넉히 가질 수 있었다.

1974년 가을 한신대학교에 입학하여 자유롭고 실천적인 신학공부를 할 수 있었다. 안병무 교수에게서 성서신학과 민중신학을 배우고, 박봉랑 교수로부터 카를 바르트 신학을 배웠다. 학사·석사학위 논문은 카를 바르트 신학, 박사학위 논문은 디트리히 본회퍼의 신학으로 썼다. 서구 주류 전통 신학자 카를 바르트에게서 복음적인 신학의 깊이를 배우고, 서구 전통 신학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본회퍼에게서 신학적인 자유와 영감을 얻었다. 

1980년부터 안병무 박사가 세운 한국신학연구소에서 번역실장으로 일하면서 국제성서주석 번역을 하였다. 독일 성서주석서 폰라트의《창세기》, 요아힘 그닐카의《마르코복음》I, II, 독일 여성신학자 도로테 죌레의《사랑과 노동》등 10여 권을 번역했다. 당시 한신대학교에서 해직 상태였던 안병무 박사는 매주 1~2회 연구소 직원들에게 성서와 신학에 관한 강의를 들려주었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자 신학자였던 안병무 박사를 가까이 모시고 자유롭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고 특권이었으며, 연구소 번역실에서 아홉 살 어린 아내를 만나 결혼한 것은 그에게 축복이었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민중신학, 생명신학, 씨알사상 연구에 몰두했다. 대학 4학년 때부터 함석헌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시작하여 함석헌의 정신과 사상을 연구하게 된 것은 보람이고 사명이었다. 함석헌은 그가 만난 가장 뛰어난 인물이고 위대한 정신이었다. 씨알사상연구회 초대회장(2002~2007)을 지낸 박재순은 2007년 재단법인 씨
알을 설립하고 씨알 사상연구소장으로서 함석헌과 그의 스승 유영모의 씨알 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함석헌의 철학과 사상》, 《씨알사상》,《다석 유영모》,《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유영모·함석헌의 철학과 사상》(공저),《모색: 씨알철학과 공공철학의 대화》(공저),《씨알·생명·평화》(공저),《예수운동과 밥상공동체》,《민중신학과 씨알사상》,《한국생명신학의 모색》등이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여는 글 유영모 연구의 토대와 실마리
1. 한국 근현대와 유영모의 사상/ 2. 유영모 연구의 계기/ 3. 다석 사상의 연구 자료에 대한 비판적 검토/ 4. 연구의 동향

제1장 신선 같은 삶: 빈탕한데 맞혀 놀이
1. 신선 같은 삶과 사상/ 2. 신선처럼 자유롭게/ 3. 죽음을 넘는 자유의 길: 빈탕한데 맞혀 놀이

제2장 ‘나’를 불사르는 생각: 데카르트와 유영모
1.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 2. 존재 행위로서의 생각/ 3. 신통과 영감

제3장 생명 사상
1. 생명의 본성과 진실/ 2. 생명의 때/ 3. 생명의 전체성/ 4. 생명의 자유: 맘대로 하고 몸대로 되게

제4장 민중 이해
1. 배경과 역사/ 2. 민의 눈으로 민을 보다/ 3. 민이 주다

제5장 서양의 이성 철학에 대한 반성과 유영모의 철학
1. 서양 철학의 문제와 반성/ 2. 유영모의 철학

제6장 천지인 합일 사상
1. 천지인 합일 체험과 귀일 사상/ 2. 천지인 합일 철학/ 3. 모름지기와 천지인 합일의 실천

제7장 존재와 삶의 중심 잡기: 가온 찍기
1. 가온 찍기: 이제, 여기 나의 삶 속에서 영원한 생명의 중심을 찍기/ 2. 가온 찍기와 알맞은 삶/ 3. 가온 찍기 무등 세상

제8장 한글 철학 I: 한글과 십자가의 만남
1. 한글로 철학하기/ 2. 한글의 구조와 철학/ 3. 고디(곧음) 철학/ 4. 한글과 십자가의 만남

제9장 한글 철학 II: 우리말과 글에 담긴 철학
1. 우리말과 글에 대한 풀이와 의미 부여/ 2. 때의 철학/ 3. 긋과 끗으로 나타낸 인간 이해

제10장 동서 문명의 만남 속에서 형성된 철학
1. 동서 정신문화의 창조적 만남과 유영모의 철학/ 2. 서구 문화의 주체적 수용과 세계 평화 철학/ 3. 유영모·함석헌과 한국 철학

제11장 참된 주체와 참된 전체
1. 기축 시대의 영성과 유영모의 철학/ 2. ‘나’의 깊이에서 만난 ‘전체 하나’의 절대자/ 3. ‘나’와 절대자의 소통과 사귐/ 4. 한국 현대 철학으로서 유영모 철학의 의미와 위치

마치는 글 새 문명의 실현을 위한 주체와 회통의 철학
1. 한국 주체 철학/ 2. 동서 사상을 회통한 세계 철학/ 3. 낡은 문명의 극복과 새 문명의 실현

각 장의 주
참고문헌  

책 속으로

물질문명의 휘황찬란함은 저물어가는 물질문명의 저녁노을 같은 것인지 모른다. _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 --- p. 9

유영모의 민중 이해는 민중을 피치자로서 돌봄과 배려의 대상으로 본 유교의 민중 이해와도 다르고 민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았던 서양 계몽철학의 민중관과도 구별된다. 유영모에게 민중은 무지몽매한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받들어 섬길 주체이자 주인이며, 다스릴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의 주체이고, 가르침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배워야 할 어른이고 어버이다. 유영모에게 민은 정치 교육의 대상이나 혁명의 동원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주체이고 주인으로 남는다.


유영모는 민을 씨알이라고 함으로써 민중에게 가장 품위 있고 의미 있는 이름을 부여했다. 백성을 씨알이라고 한 것은 백성 속에 하늘 생명, 영원한 신적 생명의 씨앗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씨알은 자연 생명, 인간 생명, 신적 생명을 함께 나타낸다. 민을 씨알이라고 함으로써 역사와 자연이 통합되고 인간과 신적 생명이 소통한다. 씨알로서의 민은 유식하거나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민은 진화하는 자연 생명의 씨눈이며 역사적 생명의 중심이고, 신적 생명의 씨앗이다. 영원한 생명의 씨앗인 민중은 자연 생명의 바닥이며 우주 생명의 중심과 꼭대기다. 씨알은 모든 사회적 특권과 인위적인 치장, 의식과 관념에서 벗어난 인간 생명의 씨알맹이, 속알맹이를 나타낸다. 
--- pp. 94~95

참된 세계 철학은 몇몇 천재들의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 속에서 싹트고 자라나는 것이다. 세계 철학은 뛰어난 사상가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다듬어지고 정리되겠지만 세계 철학을 만들어내는 것은 동서 정신문화를 합류시키고 통합하는 세계 역사와 문명 자체일 것이다. 동서 정신문화의 합류는 서세동점의 역사를 통해 동양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동서 문화를 아우르고 동서 사상을 종합하는 사상은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알 플라톤 철학을 계승하며 서양 이성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Vittorio Hoesle)는 한국에서 열린 2008년 세계철학대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문화만으로 봤을 땐 종교적 다양성이 흥미롭다. 유교·불교·샤머니즘이 공존할 뿐 아니라 기독교적 전통도 강하다. 일본과 다른 측면이다. 이런 한국적 토양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상적 종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중앙일보≫, 2008.8.2)”.   --- p. 279

출판사 리뷰

우리말과 글로 사유한 사상가이자 민족 주체 철학자, 다석 유영모
동서 정신문화의 창조적 융합을 추구한 그의 사상을 통해 문명의 자취를 쫓다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필자가 연구·성찰한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이미 발표된 글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새로 보완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고 전체의 틀과 순서를 바꾸면서 글을 수정했다. 특히 제8장 "한글 철학 I: 한글과 십자가의 만남"과 제9장 "한글 철학 II: 우리말과 글에 담긴 철학"은 필자가 새로 쓴 부분으로, 시간과 주체가 통합된 다석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석은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을 회통시킨 20세기의 한국 철학자로 동양의 종교 사상, 서양의 기독교 사상, 서구 근대 이성 철학에 두루 통하는 사상가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의 제자 함석헌을 제외하고는 그만큼 동서고금의 사상에 회통한 사상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석의 사상에는 철학과 종교, 이성과 영성이 통합되어 있다. 정치와 경제의 바탕은 문화이고, 문화의 토대는 철학과 정신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혼란은 철학과 정신이 바로 서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필자는 사회의 기본이 서려면 사상과 철학이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석은 동서의 사상과 문화가 융합하는 한국 현대사에서 주체적이고 세계적인 철학과 사상을 형성하기 위해 평생 헌신했다. 그의 주체적이고 구도자적인 탐구와 실천을 담은 이 책은 참된 세계 철학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성과 물질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생각과 얼의 깊은 세계로 이끄는 다석의 철학이 산업자본과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물질문명의 번쩍거림 속에서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생각과 얼에 깊이가 없으면 물질문명의 주인으로 살 수 없다. 어쩌면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가 말했듯이 물질문명의 휘황찬란함은 저물어가는 물질문명의 저녁노을 같은 것인지 모른다. 오늘의 번쩍거리는 물질문명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돈과 기술을 넘어서는 새 문명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석의 철학에서 위로와 힘을 얻을 것이다.












www.crlife.org

'Spirit > e—cr—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중신학에서 씨알사상으로 - 박재순  (0) 2013.04.27
생명은 영원한 모험  (0) 2013.04.27
잡은 손을 놓쳤다가는  (0) 2013.04.13
늘 삶  (0) 2013.03.30
빟[空]님을 보오  (0) 201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