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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e—cr—life

나는 누구인가

by e-bluespirit 2013. 7. 7.














나는 누구인가


내 이름을 불러보고 지금 선 자리를 둘러보네

얼굴에 묻어나는 지난 세월의 흔적, 

내 얼굴에서 오는 세월의 모습 희미하게 보이네.



이름 없이, 이룬 일도 없이 나 지금 여기에 섰으나

지금 쉬는 숨은 수 십억 년 이어온 숨이요

이 몸은 수 십억 년 다듬은 신비요

이 맘은 수 십만 년 일구어온 밭이다.



나 이 땅에 나서 이 나라 사람되었네.

이 땅에 부는 바람, 

이 땅에서 솟는 물을 마셨고,

이 땅의 하늘과 산과 들에서 자라며

이 땅에서 생각과 뜻을 키우고 익혔노라.



나는 이 나라 사람이라

이 나라 사람의 피가 흐르고

이 나라 사람의 정신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이기 전에 나는 사람이다.

이 지구에서 사람인 다음에는 다 같다.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고 그린다.

믿고 느끼고 꿈꾸며 일하고 사랑한다.



내 속에 인류의 꿈과 생각이 살아 있다.

내가 일어설 때 온 인류가 일어서고

내가 쓰러질 때 온 인류가 쓰러진다.



그러나 사람이기 전에 나는 생명이다.

땅 위의 온 생명과 함께

숨쉬며, 먹고 싸고 낳는다.

흙에서 난 것 먹고 

햇빛과 바람과 물을 마신다.



나는 생명이라, 지구의 모든 생명과 서로 울리고 서로 느낀다.



모래알 하나에 우주의 신비와 숨결이 들어 있다지만

나는 속에 우주생명의 알짬과 생명진화의 끝을 쥐고 있다.




사람은 무한 광대한 우주 속의 한 티끌 같은 존재라지만

내 속에는 온 우주의 물질과 정신이 압축되어 있다.



무한한 시간 속에 잠시 스쳐 가는 인생이라지만

내 안에 우주보다 큰 하늘이 열리고

새 생명의 님을 보네

님의 얼굴 새기네. 


-박재순, ‘삶의 씨앗’ 65~6쪽









< 아무 것에도 쓸 데 없는 것 >     

아무것에도 쓸데없는 것이 정말 쓸데가 있는 것이다. 
하늘은 무엇에 쓰는 것인가. 
우리 인간은 무엇에 쓰는 것인가.
억만 별들은 무엇에 쓰는가. 
구만리 광활한 땅은 무엇에 쓰는가. 
서로 빼앗고 빼앗기고 죽이고 살리라고 있는 것인가. 
땅덩이를 통째로 삼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씨알의 메아리 다석 어록. 126쪽)



< 풀이 >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쓸데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욕심을 채우고 뜻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이 쓸데 있다고 여긴다. 무엇을 쓴다는 것은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다. 따라서 제 생각과 삶의 크기만큼 쓸 수 있다. 내 욕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쓰고 싶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사람을 쓰고 부리는데도 저보다 작은 사람을 제 필요에 따라 부리고 써먹지 저보다 한참 크고 힘 있는 사람은 써먹을 수도 부려먹을 수도 없다. 제 힘에 부치는 큰 물건도 써먹을 수 없다. 한 끼 밥을 담을 수 있는 크기의 밥그릇을 쓸 수 있지, 집채 만 한 밥그릇을 어디다 쓰겠는가? 칼도 손에 쥘 수 있는 칼을 쓰지 전봇대만한 칼을 어떻게 쓰겠는가? 큰 사람도 큰 물건도 쓸 수 없고 쓸데가 없다.







'너'의 다름


다르기 때문에 네가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음은

너에 대한 나의 폭력, 너 없으면 나도 없네.

하나님도 없고 아무런 '너'도 없는 '나'란 

생각할 수도 없지.



너를 세움으로써만 나도 선다. '너'의 다름을 지켜서만

함께 살 수 있지. 다름을 지키는 일이 사귐의 바탕.

'너'의 다름을 지켜서 '너'는 자유롭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구나.



'너'의 다름이 빛나면 나도 또렷해지고

다름을 품어 '너와 나'의 무지개가 피어나리. -박재순









< 우리의 마음에 심긴 선(善)의 씨 > 

우리 속에는 선(善)의 씨가 살아 있습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받은 것이요, 우리 조상들의 마음 밭을 거쳐서 그 특징이 생긴 것입니다. 그것이 있어서 우리가 있고 우리나라가 있습니다. 그것은 몇 해, 몇 십 년의 나쁜 정치로 결코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낙심하거나 겁을 집어먹어서는 아니 됩니다. 그 씨 속에는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시들었다가도 비만 오면 곧 파랗게 살아나는 이끼 모양으로 씨알의 마음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 

“같이 살기 운동의 알파 오메가”, 함석헌 전집 8권. 52쪽. 


< 풀이 >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는 하늘에서 받은 선(善)의 씨가 있다. 하늘의 햇빛과 바람 땅의 흙과 물을 한데 녹여 생명을 지어가는 생명활동 자체가 착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고 서로 협력하여 무엇을 지어내는 일 자체가 착하고 평화로운 것이다. 우리 조상은 오랜 세월 착하고 평화로운 본성을 잘 길러 왔다. 지난 150년의 역사가 아무리 사납고 거칠더라도 우리 민족의 착한 성격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조선왕조 말엽에는 무능하고 부패하고 사나운 지배권력에 눌려 지냈고 일제 식민통치 시대에는 나라 없이 살았고 남북분단과 민족전쟁을 통해 나라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살았다. 그 후 군사독재정부 시절에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눌려 살았다. 

어찌 보면 한민족은 지난 150년 동안 나라 없이 산 셈이다. 이것이 내 나라, 우리나라라고 내세울 수가 없었던 셈이다. 나라 없이도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렇게 이룰 수 있었던 까닭은 한민족의 마음 속에 선의 씨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선의 씨는 지극히 작은 것이라도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이 있다. 착한 마음이 사납고 거친 마음을 이긴다. 사납고 거친 마음은 잠시 이기는 것 같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착한 마음은 힘이 없는 것 같지만 끝내 이기고 오래 간다. -박재순






 7월 씨순길은 ...

7월의 순례에 대하여 ‘한참’ 생각했습니다. 올해 더위가 일찍 찾아왔고 또 장마도 곧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7월 첫 토요일 6일에는 구파발역에서 출발하여 이말산(진관근린공원)을 지나 진관사로 갑니다. 그늘진 숲길과 시원한 물이 흐르는 진관사계곡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세동잠하기 전 세계의 중심은 중국 대륙이었고 대륙으로 향하는 한양의 관문은 구파발이었습니다. 은평구의 구파발(舊擺撥)은 조선의 3대로(三大路) 파발 가운데 ‘서발’이 대기하던 파발터에서 비롯된 땅이름입니다. ‘참고로 3대로(三大路) 파발은 아래와 같습니다.

서발 : 평안도 의주 - 한양 1,050리 직발(直撥) 41참 간발(間撥) 45참
북발 : 함경도 경흥 - 한양 2,300리 직발(直撥) 64참 간발(間撥) 64참
남발 : 경상도 동래 - 한양   920리 직발(直撥) 31참

우리말에 ‘한참’이란 말이 있습니다. 역참(驛站)과 역참(驛站) 사이 한 구간을 말합니다. 역참과 역참의 거리는 25~30리였으니 우리의 하루 순례거리(10~12 Km) 정도일 것입니다. 

진관사는 원래 신라 원효가 창건한 신혈사라는 절로 고려 현종이 자신을 도운 진관스님을 위하여 그 터 위에 큰 가람을 짓고 진관사라 하였습니다. 지금의 건물은 6.25 때 소실되어 1964년 다시 지은 것입니다. 

진관사는 일제강점기 때 항일독립운동의 거점이었습니다. 진관사에는 임시정부와 독립군을 위해 군자금을 모금하는 등 일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1944년 6월 66세로 옥사하신 초월스님(1878~1944)이 계셨습니다. 

2009년 5월 진관사 칠성각 해체 복원 하던 중 불단 밑에서 비밀스럽고 귀한 보물이 발견되었습니다. 태극기와 독립운동 지하신문 등입니다. 이 태극기는 1919년 3,1혁명과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사용했던 그대로 이며 '자유신종보'와 단재 신채호 선생이 발간한 것으로 알려진 항일 지하신문 '신대한' 2호 3호는 역사상 최초로 발견된 유물로 초월스님이 긴급한 상황에 처하여 숨겨 둔 것으로 추정합니다.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초월스님은 이 발견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비로소 평가를 받았습니다. 

숲이 울창한 진관계곡은 1968년 1.12사태 때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휴전선 철책을 뚫고 평균 10 Km 씩 주파하였다고 하니 ‘한참’을 1시간에 달린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이번 씨순길에는 망국수치의 기억과 국토분단의 아픔을 묵상하며 걸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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