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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e—cr—life

은행나무 단풍

by e-bluespirit 2013. 11. 24.












은행나무 단풍

내가 사는 동네에 은행나무가 많다. 노란 은행잎이
장관을 이룬다. 은행나

무 단풍이 아름답고 넉넉하고 
뚜렷하다. 곱고 풍성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 감동을 
준다. 내 인생의 끝도 저렇게 아름답고 넉넉하고 
뚜렷할 수 있을까?

얼마나 나를 녹여야 저렇게 아름다울까?
얼마나 나를 비워야 저렇게 넉넉할까?
얼마나 나를 깊이 파야 저렇게 뚜렷할까? -박재순






< 자연은 자연대로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 

서양에는 
자연을 정복해야 잘 살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있는데 
동양에서는 그 따위 소리 하지 않는다. 

사람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자연은 자연대로 되게 하는 것이지 
이를 사람이 되게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맘은 맘대로, 몸은 몸대로 되게 해야 한다. 
부족한 것이 있어도 부족하려니 하고 그냥 놔두는 것이다. 
마음이란 물건에 걸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마음 제대로 있다.  

(씨알의 메아리 다석 어록. 135쪽)   


< 풀이 >
자연과 격리된 도시국가의 성벽 안에서 철학을 했던 서양인들은 자연과 타민족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서양인은 자연을 인식과 지배의 대상으로 여겼을 뿐 주체로 보기 어려웠다. 농본국가사회에서 자연에 의지하며 자연의 품에서 농사지으며 사상을 형성했던 동양인은 사람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생각했다. 농사는 자연과 사람이 주체로 참여하는 일이다. 동양인은 사람을 자연 속에서 보았고 자연을 사람 안에서 보았다. 사람은 자연에서 피어난 꽃이며 사람의 마음과 정신은 자연에서 맺어진 열매요 씨알맹이다. 자연은 사람 안에서 완성되고 고양된다.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서 살았던 동양인은 자연을 인식과 정복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주체로 생각한다. 사람도 자연도 서로 주체다. 따라서 자연은 자연대로 되는 것이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도 자연의 일부인 몸도 주체다. 자연은 자연대로 몸은 몸대로 되게 놔두어야 한다. 사람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억지로 자연과 몸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마음대로 주체로 자유로워야 한다. 물건이나 물질이나 기계가 마음을 지배하거나 속박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물건에 걸리거나 매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마음은 제대로 자유롭다. 마음이 마음대로 자유로울 때 몸은 몸대로 몸의 본성과 이치에 따라 실현되고 완성된다. -박재순



  < 산처럼 > 

산꼭대기는 해가 제일 먼저 뜨고 해가 제일 늦게 진다. 
산이라는 것은 높아서 언제나 빛나는 것이 산이다. 
사람의 마음도 산처럼 언제나 독실하고 휘광(輝光)해야 한다. 
무겁고 빛나는 곳에 인격이 무럭무럭 자라서 그 속알이 날로 새로워진다. 
속알(德)이 자꾸 되어나가야 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다.  

(씨알의 메아리 다석 어록. 133쪽)  


< 풀이 >
구름을 뚫고 높이 솟은 산꼭대기는 늘 시원한 바람이 불고 얼음이 얼고 눈이 쌓이고 해가 비치는 곳이다. 맑은 하늘에 머리를 둔 산꼭대기는 하늘을 향해 깨어 있는 곳이다. 늘 맑고 시원하고 빛나는 산꼭대기는 누가 보거나 말거나 늘 변함없이 의젓하고 우뚝 서 있다. 사람의 마음도 산꼭대기처럼 홀로 충실하고 밝고 환하게 빛나야 한다. 마음이 홀로 충실해서 무겁고 밝고 환해서 빛이 날 때 인격이 무럭무럭 자라고 속 알(德)이 날로 새로워진다. 속 알이 자꾸 깊어지고 새로워지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다. - 박재순








이 몸을 찢어 주오

오늘 겨레의 바른 기운이 꺾이고 정치 판이 
혼란스럽게 된 것은 나라를 시작할 때 기초를 
잘못 놓았기 때문이다. 일제에서 벗어났으나 
친일파들이 여전히 정치, 경제, 교육, 종교계를 
장악하고 독립운동 하던 애국자들은 암살 
당하거나 박해를 당했고 그 후손들은 가난과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그 때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 했던가? 
1948년에 새 나라를 세우고 반민특위를 구성하여 
친일파를 청산하는 일을 시작했다. 3.1독립운동의 
주도자로서 민족대표 33인의 하나였던 최린은 
친일파가 되어 부귀와 권세를 누렸다. 최린이 
법정에 세워지고 고발되었다. 민족대표 33인의
명단을 보던 최린이 비장하게 말했다:  

"이런 재판과정으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나를 광화문 네 거리로
끌고 가서 소 네 마리에 묶어서 능지 처참하여
찢어진 몸을 내걸어 민족에게 널리 알리고 
민족의 정신이 바로 서게 하시오." 이 말을 
듣고 법정을 가득 메웠던 청중이 흐느끼기
시작하여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를 짓밟고 
친일파를 우뚝 세웠다. 김구를 죽이고 
장준하를 죽인 나라에서 곧고 바른 사람이 
우뚝 서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 박재순






< 마치고 시작하다 >
  
우리는 이 세상 끄트머리의 긋(點)이다. 

이 긋이 
진실무한의 적광체(寂光體: 한아님)를 찾아가는 것이 
종시(終始)이다. 

하늘 아들(얼)은 종시(終始)이다. 
사람의 아들(몸)은 시말(始末)이다. 

사람의 아들(몸)은 태어났다 죽지만 
하늘의 아들(얼)은 왔다 간다.  

(씨알의 메아리 다석 어록. 133쪽)  




< 풀이 >
사람은 우주의 한 끄트머리이고 생명의 새 순이고 정신의 한 점이다. 끄트머리 점을 긋이라고 한다. 이 긋이 우주 물질의 매임과 속박을 끊고 생의 욕망과 정신의 허영을 한 점으로 찍어버리고 진실 무한의 하나님을 찾아간다. 사람의 정신과 영혼은 물질적이고 세상적인 삶을 끝내고 하나님을 찾는 영적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육체적인 삶은 시작했다가 끝나는 것이지만, 영적인 삶은 육체로 시작한 삶을 끝내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몸 생명은 시작했다 끝내는 시말(始末)이요 얼 생명은 끝내고 시작하는 종시(終始)다. 몸 생명이 죽기 전에 몸 생명에 집착하는 나를 죽이고 얼 나로 살면 몸 생명이 죽어도 얼 생명은 죽지 않는다. 하늘의 아들 얼 생명은 죽어도 죽지 않는다. -박재순





일은 되게 하자

좋은 일은 되게 하자. 욕심부리거나 
고집 부리지 말고 일이 일 되게 하자. 
남을 내세워서라도, 내게 그늘이 지더
라도 일은 되게 하자.  

공인(公人)으로 나선 사람은 공적인
일을 위해 자유롭게 헌신해야 한다.
속에서 힘이 솟고 위로부터 사명감을
느끼는 이만이 자유롭게 헌신할 수 있다. -박재순






< 진리의 빛 >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빛은 
자연계를 비치는 해와 달의 빛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비치는 
고요하게 가라앉은 진리의 빛이다.

이 빛을 가지고 인류가 깨어나 
대우주의 무한히 찬란한 빛처럼 

이 세상에도 
찬란한 정신문명의 빛이 밝아졌으면 한다.  

(씨알의 메아리 다석 어록. 132쪽)  


< 풀이 >
서울 대학교 표어는 라틴어로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이다. 이 글귀가 지금도 뚜렷이 머릿속에 새겨져 있지만 그 뜻을 마음에 새긴 것 같지는 않다. 당시 동숭동 서울대 문리대 캠퍼스에는 고풍스러운 건물도 있고 마로니에 나무도 있고 자유로운 학풍도 있어서 학교는 정겹고 아름다웠다. 자유로운 학문 탐구의 열정을 품은 적은 있지만 진리 의식을 사무치게 가져보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서울대가 진리 탐구의 도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배우는 철학이 나의 삶과 정신을 비추는 빛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진리의 빛은 생명과 정신의 빛이다. 그 빛은 물질과 몸을 뚫고 탐욕과 편견과 평면적인 이론을 깨트리고 마음을 깨워 일으키고 속 생명을 살린다. 죽어도 죽지 않는 속 생명의 정신과 얼을 깨워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진리다. 진리는 내 속에서 죽어도 죽지 않는 얼 생명의 불꽃이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내 속의 속 생명이 불타서 나오는 빛이 진리의 빛이다. 사람은 저마다 이성과 영성의 알맹이를 태워서 저 자신의 혼을 태워서 진리의 빛 정신의 빛이 비치게 해야 한다. 여전히 햇빛은 밝고 물질과 기계문명은 갈수록 눈부시고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는데, 속 생명과 정신의 빛은 꺼져가는 등불처럼 희미하다. 사람이 생명과 정신의 씨알이고 마음 속에 신적 생명의 불씨를 품고 있다면 사람 노릇하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속에서 생명의  불씨가 타오르게 해야 한다. 대우주의 찬란한 별빛처럼 사람마다 제 혼을 불태워 정신문명의 빛이 환하게 빛나게 해야 한다. -박재순










순례일 : 2013-12-07(토)







12월 씨순길은...

한양을 지키는 동쪽 방벽 낙산도성길을 걷습니다. 임진란 때 왜군은 동대문으로 한양성에 들어왔습니다. 동대문의 이름은 흥인지문으로 옹성(甕城)으로 쌓았습니다. 이 곳 지형이 한양성을 지키기에 너무 평탄하기에 공략이 어렵게 철옹성(鐵甕城)을 쌓은 것입니다. 그러나 임진란 때 모두 성을 버리고 도망하여 소서행장이 이끄는 왜군은 싸우지도 않고 동대문으로 무혈입성을 했습니다. 철옹성도 필요 없었습니다. 선조 25년 1592년 음력 5월3일의 일이었습니다. 

같은 역사가 반복되었습니다. 병자호란이 그렇고 구한말 망국의 국치가 그렇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적과 국력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열세였기 때문입니다. 비분강개로도 안 되고 정신만으로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념에 몰입하여 제대로 격변하는 국제정세를  읽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제대로 대책을 내지 못하고 평화시절 제대로 국난에 대비하지 못한 탓입니다. 

지금 동북아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대국굴기(大國堀起)하는 중국과 우경화 하는 일본이 군비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저들 못지않은 백범(白凡)이 말하는 부력(富力)과 강력(强力)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문화력(文化力)이, 우리의 이상(理想)이, 우리의 명분이 국제사회에서 세계 속에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의 가르침입니다.  

낙산성곽길은 2.2Km의 평탄한 길입니다. 철옹성 동대문을 지키지 아니하고 왜군에게 텅 빈 한양성을 내주었던 우리 역사를 생각하며 이 길을 걷습니다. 이 길을 걸은 후 우리나라 유학의 본산 성균관을 탐방합니다.

성균관은 13세기에 세워진 국립대학으로 조선 유교의 본산입니다. 성균관의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성종11년 992년 설치한 국자감부터입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는 1088년 설립된 볼로냐 대학교(Universit di Bologna)입니다. 성균관은 우리나라 유교의 본산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문묘(文廟)제례의 원형이 남아있는 세계 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중국은 공산혁명 이후 사라진 문묘(文廟)제례를 복원하기 위하여 오래전 이 곳에 와 동영상으로 담아가기도 했습니다. 

성균관의 대성전에는 공자와 직제자 15명, 주자를 비롯한 중국 성리학자 6명, 신위, 퇴계 등 우리 성리학자 18명, 합계 39명의 신위가 모셔져 있어 매년 두 번 2월과 8월 크게 석전제라고도하는 제사 문묘(文廟)제례를 드립니다. 

다석의 신앙은 부자유친(父子有親)의 유교적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석은 말합니다.  "유교에서는 우(上)를 받든다는 것은 부모나 조상을 받드는 것을 말한다. 예수는 우(上)를 하느님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유교가 태극에서 음양만 말하듯 그 윗자리인 무극(無極)을 잊은 것이다....“ 또 중용(中庸)을 ‘줄곧뚫림‘ 곧 성령이 마음속에서 생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풀이하였고 격물치지(格物致知)는 진리를 파악해서 생명을 완성시키는, 온갖 시비를 넘어서서 ”물건을 완성시켜 나를 완성”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다석의 유교이해는 매우 깊었고 유교는 다석사상의 기름진 토양이 되었습니다.



< 1차 답사보고(사진) >

동대문부터 걷는 순서입니다. 1차 성균관까지 답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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