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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85 호> "축구이야기"

by e-bluespirit 2002. 6. 10.






월드컵의 첫 주말





지난 주말 드디어 월드컵이 개막하고 어제까지 사흘간 8경기가 치러졌습니다. 4경기가



열린 어제는 그야말로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8시간 동안 축구를 봐야 했죠(보는 것도



힘들더군요.). 조금 피곤하긴 했어도 팀의 운명이 걸린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진지함과



희비가 교차하는 표정들, 멋진 승부들로 지루할 새 없는 주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세네갈,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이번 월드컵은 처음부터 이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개막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세네갈이 프랑스를 이겼죠. 첫 경기에서 강팀들이 고전하는 일은 종종 있어 왔고 지단이



빠졌다는 불리함이 있었으나 그래도 프랑스가 세네갈에 지리라는 예상을 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듯 합니다(저의 예상은 무승부였습니다).



경기를 보셨으니 다들 아실테지만 분명 프랑스는 운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골대 맞추기가



전 후반 하나씩 나왔고 그 외의 좋은 찬스들도 모두 세네갈 골키퍼 실바에게 막혀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실점 상황 역시 매우 혼란스럽고도 당황스러웠죠.




부바 디오프(세네갈)의 월드컵 첫 골, 프랑스를 무너뜨리다




그러나 지단의 결장, 불운 등이 겹쳤다고 하더라도 이 경기에서의 프랑스는 확실히 4년 전



보다는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팀이 최고조에 올랐던 때는 유로 2000



을 우승하던 2000년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그 때의 프랑스는 패색이 짙던 결승전의



결과를 기적적으로 돌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죠.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를 묻는다면 그렇지는 못할 것이라는 대답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4년전 월드컵을 가져갔던, 에메 자케가 만들어 놓은 팀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로제르 르메르는 자신이 물려받은 팀의 현상 유지에 만족할 뿐, 그



이상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죠.



물론 단 한 경기로 이 팀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팀의 야심찬 월드컵 2연패 계획은 상당 부분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리의 여신은 안주하려는 자를 외면한다




토요일에 열린 덴마크와 우루과이의 경기는 유럽과 남미의 첫 경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덴마크가 평소의 스피디한 공격을 보이지 못하는 사이, 우루과이는 레코바를



앞세워 상대를 공략해 나갑니다. 남미에서도 손꼽히는 수비진을 갖춘 우루과이는 그롱키어,



산, 토마손의 덴마크 공격진을 적절히 막아내었으나 전반 45분 종료 직전의 '결정적 시간'에



페예누르트 스트라이커, 토마손에게 첫 골을 내줍니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결코 그 일격



으로 나가떨어지지는 않았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로드리게스의 너무나 아름다운 골로



동점을 만들죠.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체력 부담 때문인지 우루과이는 더이상 상대편을 당황케 할



만한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고, 동점이라는 상황으로 경기를 끝내려는 듯한 분위기였죠.



그러나 이렇게 한 발 물러서는 것을 상대방이 느끼는 순간, 그들이 양보하려는 것보다 항상



더 많이 내주게 된다는 것을 그들은 잊은 것 같습니다. 우루과이가 적극성을 포기한 것을



감지하자 덴마크에서는 요르겐센을 들여보냈고, 요르겐센과 첫 골의 주인공 토마손은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내죠. 계획이 틀어져버린 우루과이가 뒤늦게 마가야네스와 모랄레스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승점 1점에 만족하려던 우루과이는



그것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결승골을 터뜨린 욘 달 토마손(덴마크)의 환호




한편 이러한 결과는 우루과이의 다음 상대인 프랑스에게도 달가울 것이 없는데, 나란히



조 최하위로 밀려난 우루과이가 이미 약점을 보인 세계 최강에 호락호락한 상대가 되어



주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A조도 꽤 흥미롭게 되어갑니다.



비슷한 경우가 파라과이와 남아공과의 경기에서도 되풀이됩니다. 객관적 전력의 우위에다



관중들의 응원까지 등에 업은 파라과이('미남' 산타크루스가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환호



하는 여학생들 목소리가 꽤나 요란했습니다)는 후반 10분까지 로케 산타크루스와 아르세



의 골로 2:0 앞서나가 낙승할 것이 예상되었죠. 그러나 앞서고 있다는 여유는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놓았고 점차 남아공의 공격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후반 18분 자책



골,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 킥을 허용해 다 이긴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문제는 파라과이가 더 이상 골을 넣으려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이긴 상황에



만족하며 그대로 경기를 끝내려 했다는 것입니다. 수세를 취하는 팀이 결국 지켜내기에



성공하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징크스를 깨뜨린 팀, 징크스를 안고 가는 팀




어제 저녁에 열린 에스파냐와 슬로베니아의 경기는 '예상대로' 에스파냐의 승리로 끝났



습니다. 그러나 이 팀을 잘 아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 경기가 첫 번째 경기란 사실 때문에



이기는 데(상대 팀의 실력 여하를 불문하고) 걸기가 좀 망설여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이 팀은 첫 경기를 잘 못 풀어가기로 유명했기 때문이죠. 첫 경기 승리한 게 무려 52년만



이랍니다. 그런 만큼 아마 후반 종료를 십여 분 남기고 시미로티치의 추격골이 나왔을



때는 또다시 승리를 놓치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5분 뒤 모리엔테스가 페널티 킥을 얻어냈고, 그들의 악몽은 끝나게 되었죠.



한편 잉글랜드는 이번에도 스웨덴을 꺾는 데 실패해 34년간 스웨덴 무승의 징크스를 깨뜨



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날 부상 재발의 우려를 무릅쓰고 선발 출장한 베컴은 멋진 코너킥



으로 팀의 첫 골을 어시스트해 녹슬지 않은 킥을 선보였으나 체력 부담으로 후반 10분만에



교체되었습니다. 잉글랜드의 전반전은 상당히 괜찮았죠. 골을 뽑았을 뿐 아니라 전체적



으로 어딘지 부담에 짓눌린 듯한 스웨덴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리드



로 끝난 전반 이후 경기 상황은 급변하고 있었습니다. 한 점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큰



듯한 잉글랜드는 그러나 전반과는 다른 멘탈리티로 피치에 들어선 스웨덴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결과는 수비들의 우왕좌왕에 미드필드 우위를 상대 팀에게 내주게 되었고



급기야 알렉산데르손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게 되었죠. 이후 F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승리가



필요한 양팀은 추가골을 넣기 위해 애를 썼으나 더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고 나이지리아를



이겨 3점을 챙긴 아르헨티나를 흐뭇하게 만들었습니다.







"잉글랜드에 질 순 없지!" 왼쪽부터 스벤손, 골을 넣은 알렉산데르손, 알박, 멜베리





8개 조 중 반의 첫 라운드 경기가 끝난 이 시점에서 섣불리 어느 팀이 16강에 간다는 예상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네갈이 프랑스를 이긴 것 빼고는 그다지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는 듯 하군요. 드디어 내일 우리 팀이 폴란드와 첫 경기를 갖습니다. 첫 경기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꼭 이겨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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