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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e—art—exhibit

일상의 연금술전 Alchemy of Daily Life

by e-bluespirit 200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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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서부터 신진까지 전 세대를 망라한 작가 23명의 작품 70여점의 오브제 작업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일상’과 ‘연금술’의 개념을 핵심으로 한다. ‘일상’은 미술 속에 끌어들여진 일상의 사물들에 초점을, ‘연금술’은 예술가들의 작업과 상상력을 통해 범상한 사물이 비범한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는 현상에 주목하는 것이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을 통해 이러한 의미 있는 현상을 개괄하여 살펴보고, 그것이 한국사회의 모습과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가에 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전시기간 : 2004. 4. 24(토) - 6. 27(일), 제 2전시실

전시 설명회 : 토요일(오후 2시), 일요일(오후 1시 · 4시) 제 2전시실


 

20세기의 벽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은 일상 속에서 만나고 이용하게 되는 하찮은 사물들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에 도입해왔다. 입체파의 콜라주에서부터, 미래주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다다,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누보 레알리즘, 팝 아트, 아르테 포베라,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의 사물과 미술이 만나왔던 양상을 추적하다보면, 우리는 현대미술의 역사를 고스란히 되밟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미술 속에 등장하는 일상의 사물이 보여준 변전의 모습은 그 자체가 바로 현대미술의 역사인 것이다. 《일상의 연금술》전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은 제목에 드러나듯, ‘일상’과 ‘연금술’의 두 가지 주요어이다. ‘일상’은 앞서 제시하였듯, 본 전시가 미술 속에 끌어들여진 일상의 사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나타낸다. ‘연금술’은 이미 마르셀 뒤샹, 요셉 보이스 등 현대미술의 주요 거장들을 익히 사로잡았던 개념인 바, 예술가들의 작업과 상상력을 통해 범상한 사물이 비범한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는 현상에 주목한 용어이다.

20세기의 현대사회는 산업사회로 불리는 만큼, 오늘날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사물들은 대부분 산업생산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전시에서도 이러한 현대사회의 대량생산물들에 주로 주목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이제 산업사회로부터 정보화사회로 옮아가고 있기에, 산업적으로 대량생산된 사물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 철지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삼스러이 사물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러한 이행의 와중에 미술에 있어서 ‘사물’의 문제에, 마침표는 아니라 하더라도 쉼표정도는 찍어주고 넘어가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먼 미래의 미술사에서, 지금 우리의 시대는 사물로서의 예술에서 정보로서의 예술로 옮아가는 전환기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한국의 작가들이 반예술의 의도를 가지고 집단적인 움직임을 통해 일상적 사물을 도입한 것은 1967년에 이르러서였다. 이 해에 <무동인>, <오리진>, <신전(新展)>이 연합하여 개최한 《청년작가연립전》은 한국현대미술에서 일상의 사물이 차지하는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 , <앙데팡당> 등의 집단으로 이어지던 이 흐름은 그러나 사회의 몰이해 속에서 잊혀지게 되고, 미술시장에서도 확고히 자리잡지 못한다.

당시의 미술에서 일상적인 사물이 대거 등장하는 현상은 한편으로 고도성장을 통해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당시 상황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과 같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드러나듯, 당시 한국의 미술에서는 인공적인 사물보다 자연의 사물들을 활용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이 점이 서구의 팝 아트나 누보 레알리즘과 크게 다른 점이라 하겠다. 이 시기 우리의 미술을 아르테 포베라나 모노하의 작품들과 더욱 가까워 보이게 만드는 이런 특질은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단계의 모습과 전근대적인 환경이 혼재하고 있었던 사회상황과 일정 부분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1960-70년대의 실험미술이 한때의 열기로 사라진 이후 단색회화가 주류를 형성하고, 80년대에 들어 미술계의 상황이 제도권 미술과 민중미술의 대립구도로 요약되면서 미술에 일상의 사물을 도입하는 것은 중심적인 문제로 떠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다만 , <메타복스>, <난지도> 등의 소집단들을 통해 조금씩 탐구되던 일상적 사물의 문제는 1990년대 들어 전면에 부각된다. 이러한 현상은 권영우, 조성묵과 같은 원로급 작가의 90년대 작품들이나, 임옥상, 박불똥 등 평면작업을 주로 하던 작가들이 오브제 작업으로 뛰어든 양상, 80년대의 소그룹 활동과 90년대의 소위 신세대미술운동을 통해 성장한 노상균, 이불, 최정화 같은 작가들의 급부상 등으로 드러난다.

우리의 미술사에서, 3?1 고가도로가 놓이던(1969) 시기의 관심사가 이제 철거되는(2003) 시대에 다시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정희집권기의 경제정책은 1979-80년의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1997-8년의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운명을 다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산업사회가 지식정보화사회로 변화하고, 우리의 환경과 생태의 문제에 관심을 돌리게 되면서 ‘사물’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은 1980년대 후반에 3저호황기를 맞아 마침내 외채위기를 극복하고 무역흑자를 실현하게 되었으며, 80년대 전반의 구조조정과 그 후반의 누적된 무역흑자가 거품잔치의 재료를 넉넉히 제공하여, 1990년대의 한국사회는 꽤 오랫동안 거품경제의 단꿈에 젖어있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극소전자(Micro-Electronics)기술에 기초를 둔 반도체, 컴퓨터, 통신기기공업을 중심으로 첨단산업이 빠르게 성장하였다. 인터넷 이용과 전자상거래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경제위기 이후 급성장하였다. 새로운 물결로서 대두한 지식정보화시대에서 한국은 출발이 늦었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를 축소하여 21세기로 전환하는 시점에서는 선진국과 거의 동시대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고도소비사회의 발달을 촉진시켰으며, 압구정 문화로 대표되는 소비문화가 사회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들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은 예술가들에게 새롭게 변화한 일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상징되는 동구권 몰락 이후,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종말은 거대담론/서사의 죽음을 이끌어내었고, 학계에서도 그 관심을 일상성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한편 시야를 좀더 좁혀 미술계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1988년 올림픽 개최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는 미술시장도 앞서 언급한 거품경제의 수혜를 입어 상당한 활황을 누렸다. 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은 생산자 측에서도 공급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따라서 시장에서 여전히 회화나 조각이 거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주류로부터 비껴나 있던 오브제 미술의 비중이 높아진 데에는 이런 상황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한편 1995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을 개관하였고 전수천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 광주 비엔날레가 창설되어 1백6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하였다. 비엔날레와 관련한 활발한 움직임에서 감지되듯, 90년대 우리 미술의 발전은 미술계의 국제적인 흐름과 거의 동시대적으로 발맞추어 이루어졌다. 이는 특히 설치작업의 방법이 널리 확산된 것으로도 드러났는데, 화랑에서도 역시 설치작업들을 빈번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쿠르트 슈비터스 이래의 전통을 돌이켜 볼 때도 확인되는 바, 설치작업의 번성은 필연적으로 일상적 사물의 도입을 수반하게 된다. 또한 최근에 여러 전시공간들에서 교육과 연계된 각종 특별기획전들이 열리고 있는 점 또한 오브제 미술의 번성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학기간들을 자주 겨냥하여 열리고, 마케팅의 측면이 매우 강해 보이는 이 특별전들 속에서, 대중적 친화력을 높이려는 의도와 결합된 오브제 작업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의 한국미술에서 일상의 사물이 주요한 논점으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대략 이와 같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1969-70년에 200달러 대이던 1인당 국민총생산이 5000달러를 넘어 10,000달러를 향해 달려가던 90년대에 우리는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 속에서 주변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고, 따라서 자연히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을 높여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 1996년 시화호 사건 등과 같은 사례를 통해 대표된다. 미술분야에서도 이러한 주제가 부각되었으며, 1993년에 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열린 리사이클링 특별미술전이 주요한 실례라 할 수 있다. 산업쓰레기의 자원재활용을 주요 주제로 내건 이 전시에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사용하는 토니 크랙이 참여했으며, 한국의 작가 중에서 조성묵, 임옥상 등이 참가했다.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평범한 사물들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정크 아트 류의 작업활동은 이런 배경 속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띠게 되기도 하였다.

현재의 시점에서 재탄생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재탄생은 죽음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본래의 기능을 떠난 사물은 일단 그 생명력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물로 제작한 미술은 우리 시대의 나튀르 모르트가 아닐까? 먼 훗날의 미술사에서, 우리 시대의 미술이 보여주고 있는 일상의 사물들은 산업사회가 저물어 가는 시기를 맞아, 서서히 죽음을 맞이해 가는 사물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향수를 담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재탄생'이 시사하듯, 죽음 이후의 부활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까? 이 시대는 이전까지의 사물과는 다른, 새로운 사물이 등장하는 새로운 시대의 첫 장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회화나 조각이 여전히 굳건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듯이, 평범한 사물로 만든 미술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며 여전히 미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정보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와중에, 미술분야에서도 사물의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제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사물의 생과 사, 부활의 긴박한 드라마가 펼쳐질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 전시를 통해 펼쳐질 드라마는 작품제작의 방법론에 따라 조합/변형, 반복/집적 그리고 모조/가상의 3막으로 구성된다. 물론 이 세 가지 각각의 것이 칼로 잘라 나누듯 확연히 구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며, 작가와 작품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이 혼용되기도 한다. 작가와 작품의 분류는 상대적으로 그 성격이 두드러진 것에 따라 판단하여 묶은 결과일 뿐, 언제나 그래왔듯,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조합 · 변형

    피카소 작 <황소의 머리>에서 자전거 손잡이는 황소의 뿔이 되고 안장은 머리가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두 사물의 간단한 만남은 그 시각적 재치를 뽐내며 관람객을 미소 짓게 만들고, 거장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콜라주를 통해 일상의 사물들을 조합하고 변형시켜 신선한 조형적 체험의 세계를 열었던 장본인은 이렇듯 유희적인 조각적 결합에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사물, 이미지, 텍스트를 조합하고 변형시키는 이 같은 방법은 오늘날에도 많은 작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반복 · 집적

    1960년대 프랑스의 작가들은 사물들을 그저 쌓아올리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미적체험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많은 작가들은 일정의 단위를 반복함으로써 전체형태를 구성하는 방식의 작업들을 다양하게 탐구하였다. 특히 인위적 흔적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에서 기계적 반복은 창작의 중요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규격화된 상품의 대량생산과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는 반복과 집적이라는 조형적 방법에 의해 은유될 수 있다.

모조 · 가상

    오늘날엔 현실보다는 가상의 세계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진짜 곤충보다 문구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곤충이, 살아있는 쥐보다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가 훨씬 더 익숙하다. 이 사물들은 진실을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들의 일상임에는 분명하다. 최근에 많은 작가들이 이런 식의 일상과 이것이 주는 독특한 감성에 주목한다. 특히 오늘날의 환경은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간접적인 체험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실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우리는《일상의 연금술》을 통해서, 사소하고 평범한 물건들이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의 소산이 되어 귀중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이 과정은 20세기의 벽두부터 산업사회 속에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체제가 갖추어져 가는 모습을 반영해온 것이기도 했다. 본 전시는 현대미술의 역사를 통하여 중요한 단계마다 개발된 혁신적 방법론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어떠한 방식으로 운용되어 우리 미술의 모습을 일구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사소하고 평범한 물건들이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의 소산이 되어 귀중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산업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대량생산과 소비의 사회체제가 갖추어져 가는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술에서도 소비사회의 고도화에 따른 주변의 일상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현대미술의 역사를 통하여 중요한 단계마다 개발된 혁신적 방법론들과 결부되어, 우리 미술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일구어가고 있다. 본 전시는 이러한 의미 있는 현상을 개괄하여 살펴보고, 그것이 한국사회의 모습과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가에 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고상한 예술의 지위에 반기를 들고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권위를 파괴하려 했던 예술가들의 몸부림은 유서 깊다. 그중 일상의 사물을 미술에 끌어들인 현대미술이 거둔 성과는 단연 두드러진다. 전시를 통해 미술의 이 같은 유서 깊은 몸부림이 오늘의 한국미술에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차분하고 주의 깊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시는 작품제작의 방법론에 따라 조합 · 변형, 반복 · 집적, 모조 · 가상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조합 · 변형은 서로 다른 몇 가지 사물을 결합시키거나 특정사물을 변형시킨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복 · 집적에서는 특정사물이나 일정한 단위의 사물을 계속 반복시키거나 쌓아올려 만든 작품들과 만나게 된다. 모조 · 가상에서 관람객들은 일상적이고 키치적인 사물 또는 가상으로 존재하는 사물을 베끼거나 흉내 내어서 만든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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