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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34 호> "좋은세상 만들기"

by e-bluespirit 2001. 7. 22.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딸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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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공부





전성호



햇살은 어떤 색으로 어떻게 떨어질까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한달음에 내려앉는 선연한 모습.



서쪽 하늘 해 빠지는 절망의 벼랑에서

불끈 솟는 대작대기 빛의 높고 큰 힘처럼, 그것은

한여름 뙤약볕에 등줄기 까맣게 끄슬러 생채기를 남긴

그림자를 따뜻하게 덥혀주는 언어의 무늬들,

해의 외길 앞에 서서 구름이 가리게 되어 숨길 때

부끄럼으로 제 빛 뽑아내는 햇살.

쓰러지고 꺾일지언정 끊어지지 않는 빛의 절개는

공전과 자전에서 터득한 신비로운 발색 반응.

그 빛 따라가는 물 속의 불립문자 같은 고기떼도

옆구리의 눈부신 비늘을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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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눈부신날에

가로수가 푸른빛에 반짝반짝

물기머금었던날들은

이렁저렁

저만치 보내고

좋은생각만으로

좋은기억만으로

다 즐거움으로

어려움도 웃을수 있어야지요





7/19 들풀꽃























좋은세상 만들기






11/09 이해인님의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14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약속, 첫여행, 첫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새해 첫 날
첫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학교로 항하는 아이들의
나팔꽃 같은 얼굴에도
사라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가족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는
어머니의 겸허한 이마에도
아침은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새 아침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밤새 괴로움의 눈물 흘렸던
기다림의 그 순간들도
축복해주십시오. 주님

'듣는 것은 씨 뿌리는 것
실청하는 것은 열매 맺는 것' 이라는
성 아오스딩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겉돌기만 했던 좋은 말들
이제는 삶속에 뿌리내리고 열매 맺는
은총의 한해가 되게 하십시오

사랑과 용서와 기도의 일을
조금씩 미루는 동안
세월은 저만치 비켜가고
어느새 죽음이 성큼 다가옴을
항시 기억하게 하십시오

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
우리의 청 열정을 새롭히며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하는 일
정을 나누는 일에도
정성이 부족하여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는 우리

가까운 가족끼리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
잘못해서 부끄러운 일 많더라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밝은 태양속에 바로 설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길위의 푸른 신호등처럼
희망이 우리를 손짓하고
성당의 종소리처럼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새해 아침

아침의 사랑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 이해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