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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49 호> "오정환의 환경이야기"

by e-bluespirit 2001. 9. 3.
땅에대한 윤리

땅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동물 좋은 호모사피엔스뿐이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자기영역을 표시하긴 한다. 그러나 땅에 번호를 매기고 등기를 할 뿐아니라 사고 팔기까지 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지구 위에서 인간이 살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되었단 말인가. 인간이 나타나기 이미 오래 전부터 다른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살고있지 않았던가. 이들은 생태계라는 커다란 조직을 만들어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이 거대 조직속으로 인간이 편입된 것은 지구의 오랜 나이에 비하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인간은 지금까지 그 속에서 순전히 덕만 보고 살아왔다. 그런데 머리가 좋아서 그랬는지 어느새 지구의 주인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인간이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며 지구의 새 주인으로 출세(?)를 했다고 치자. 주인노릇을 하려면 잘해야지 아무렇게나 자르고 파헤치고 죽이는 만행을 저질러서야 되겠는가.

그러면 왜 이런 못된 일이 생기는 걸까. 땅에 대한 윤리가 없기 때문이다. 땅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땅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땅 그 자체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땅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생명체들도 마찬가지다. 풀들이 그렇고 벌레 새같은 것들이 그렇다. 경제논리로 보면 있으나 마나 한 것들이다. 다 파헤쳐지고 다듬어 아파트를 반듯하게 올리기만 하면 돈이 되는데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항상 문제덩어리인 서부지역도 땅을 경제적 목적으로만 이용하려는 데서 발생한 무제이다. 돈독이 잔뜩 오른 사람들에게 골짜기 야산과 들을 그냥 놔두는 것은 좀이 쑤시는 일이다. 산과 들에서 꿈틀대는 수많은 생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숲의 상태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어 8등급이면 보존하고 6,7등급이면 파헤쳐도 된다는 발상도 잘못이다. 그 등급이라는 것이 어차피 인간의 잣대일 뿐이다. 그 잣대의 기준은 돈이다. 땅위의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생명체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기준이다.

땅은 단순히 흙덩어리가 아니다. 생명공동체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켜야 할 윤리가 있듯이 생명공동체 안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가 있다. 그 윤리의 시작은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이익만을 위하여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땅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시작하여 풀과 나무들,곤충과 작은 동물,사자 호랑이 인간 같은 구성원들이 그물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땅은 이런 생명공동체의 터전이다. 그래서 소중하다. 그 역할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땅에 대한 윤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오정환의 환경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