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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62 호> "그림읽기"

by e-bluespirit 2001. 10. 17.

개미같은 인생





개미같은 인생.


늦잠을 깨우고 현관문을 열었다.

속에서 어떤 기사들로 아우성치든..

마치 아무일 없다는 듯이 조용히

접혀있는 신문을 들고는 문을 닫았다.



꿀차라도 마시고 싶다는 위장의

외침을 잠시 잠재우다 물 끓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선반위의 컵을 꺼내 놓고 꿀병을

찾았다.



아무생각 없이 꿀병을 집어들고

뚜껑을 열려는데..

"헉~! 에고 깜짝이야.." 잘못하단

꿀병을 떨쳐 깰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새까만 개미떼가 들러붙어서는

어느 놈은 일찍이 세상을 버렸고

어느 놈은 덜러 부터 아마도 지옥의 맛을

보고 있나보다. 5개의 발만 버둥거린다.

==> 한개는 꿀에 붙어 떨어졌음.



이렇듯,,달콤한 꿀이라지만 그 곳에

다가갈수록 목숨이 위태로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미 병정들은

줄지어 꿀병아구리로 몰려든다.

세상 모두는 이것을 본능이라 부른다.



물이 끓다 못해 이미 쫄아서는

냄비까지 탈 지경이지만,,그런

개미의 움직임을 보노라니..

괜시리 마음이 씁씁해진다.





이유인즉, 회사에선 항상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지만 언제나

직장 상사와는 마음을 맞출 수 없고

동료와는 마음을 틀 수가 없다.

이 무한경쟁의 시대에 무한속도로

무한질주하는 나의 인생에 지쳤고

오늘은 무슨 깡다구인지 회사에 결근을

해버렸다.

아마도 난 틀림없는 사회부적응자일것이다.



순간 개미들을 손바닥으로 쫘악~!훑어낸다.

그러면서 출입구를 찾을 수 없이복잡한 생각을

대충접어 버렸다.

냄비의 물방울이 다 졸아서는 탁탁거리며

소리를 낸다

마지막 물방울이 뜨겁다 아우성 치는 모양이다.

물을 다시 부어 놓고는 신문을 다시 뒤척인다.

오늘 역시 '오늘의 운세'는 잊지 않고 읽어 본다.

뱀띠의 오늘의 운세는,,,,,

'특별한 일을 경험한'단다.



햐~~~~ 특별한 일을 경험한다구??

뭘까? 괜시리 가슴이 울렁거린다.

뜨건 꿀차를 훌렁 단숨에 마셔버렸다.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머리라도 식힐겸 공원엘

갔다.

이리저리 걷고 벤취에도 앉아보고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했지만 특별한 일은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에이.. 집에서 구들이나 지고 있어야겠다.'

이런 생각 끝에 발길을 돌려 한참을

내려오는데.. '히야~~! 저게 뭐야?'

난 맘 속으로 소리쳤다.

마치 내가 그 작은 개미새끼들을 바라 보듯이

누군가 나의 조물락 거리는 삶을 바라보는

생각이 들게 하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로 놀랍고도 놀라웠다.

'세상에나,,모종삽이 저리도 크다니..'

화분갈이 할 때마다 모종삽을 쓰지만

손가락이나 팔목의 남아도는 힘이란 것이

쓰잘데기 없이 느껴질 정도로 그것은

작은 물건이었거늘,,





Trowel I, 1971-76

Cor-Ten steel painted with polyurethane enamel (blue)

41 ft. 9 in. x 11 ft. 3 1/8 in. x 14 ft. 6 3/4 in. (12.73 x 3.43 x 4.44 m).

Sited: 38 ft. 4 1/2 in. x 11 ft. 3 1/8 in. x 7 ft. 4 1/2 in. (11.7 x 3.43 x 2.25 m)



'어랍쇼,, 저건 또 뭐람,,'

공원을 빠져 나온 거리의 큰 빌딩에

도대체 누가 먹다 버린 아이스크림이란 말인가..

평소 내가 먹는 아스크림이란것은

내 입의 공간이 허전할 정도로 크지 않은

것이거늘..






Dropped Cone, 2001

(그 밖의 정보는 생략.)



점점더 날 놀라게 하는 물건들,,

평소때야 어디 눈에나 차던 물건인가?

발길에 거슬리면 차버리고,

나의 작은 눈에도 차지 않을 작디작은

물건들이... 무얼먹고 저리도 커서

빌딩의 키를 능가한단 말인가..










크~~! 저 볼링핀을 보니.. 인간의 삶이란것이

월매나 작고,,하잘 것 없이 느껴지는가..

특히나 회사에서 있었던 갖가지 갈등들이란

정말로 작고도 하찮은 일처럼 느껴졌다.

고작 볼링핀보다 작았던 나의 모습이여,,

한낱 개미의 목숨을 구경하면서 나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올덴버그가 설명하고

있었다.

뭔가 다를 것이라 여겼던 인간인 나의 모습 또한

작디 작았던 것을...





Flying Pins, 2000



올덴버그는 나로 하여금 꿀병에 들러붙어

팔다리만 버둥이는 그 개미의 삶을 내가 보듯이

나의 아둥바둥하는 삶을 스스로 보게 만들었다.

커다란 조각,, 것도 우리의 주변에 넘쳐나는

가까이 하는 물건을 크게 조각하므로써

충격을 줌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바라보며

여유을 갖게 하는가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집에 다다랐다.

무심코 리모콘을 작동시켰더니

만화영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핫~! 고것 참 잼있네.'

<개구장이 스머프>. 어렸을 적 많이 보던

만화 영화인데..

그런데.. 가가멜이 스머프를 잡아다

스프를 끓이려 하고 있다.

숟가락에 담긴 스머프...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큰 가가멜을 신통한

꽤로 물리치니...것도 속이 시원타.



때론 올덴버그의 작품을 거울삼아

내 삶을 볼 것이며

때론 작은 존재이나 스머프처럼

용기있게 살것이다.



이러고 보면 오늘의 운세가

제범 신빙성이 있나보다. 특별한 일을

경험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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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운 여름은 잘 보내셨나요?

허지만 것도 이젠 마지막이죠.

여름도 마지막... 이순간도 마지막....



정말 오랫만이죠?

저의 요즘 삶이 이번 이야기주인공의

삶과 비숫하네요.

기냥~~ 아둥바둥,,

먹구 살려구 아둥바둥하다보니

칼럼에 신경을 못썼군요.

개미가 그렇듯,,아마도 무의식중에

아둥바둥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아...

갈길이 멀고 험하네요. ^^



제 칼럼을 잊지 않고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가끔 멜로 용기주시는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빠른시일에 다시 찾아 뵐게요.

여러분 모두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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