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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e—cr—life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

by e-bluespirit 2010. 3. 22.

 

 

 

 

 

 

 

 

 

 

 

 

 

<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 >

하늘은
무한 막막한 허공에 떠 있지 않고 땅에 와 있다.

땅 중의 땅, 흙 중의 흙이 어디냐?
네 가슴이요, 내 가슴 아닌가?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혹은 속에 혹은 너희 사이에) 있다.


-“한국기독교의 오늘날 설 자리” 함석헌전집3 10쪽 -

 

 

< 풀이 >

과학으로 보면 하늘은 빛의 입자와 파동이 지나가고 물질과 가스의 덩어리들이 떠다니는 어두운 우주공간이다. 신화로 보면 하늘은 신과 천사들과 죽은 영혼들이 사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하늘은 우리 정신과 생명의 본성과 바람이 투영된 것이다. 하늘이 저렇게 푸르고 깊고 하나로 뚫려 있는 것은 우리 생명과 정신이 푸르고 깊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푸르고 깊은 하늘이 있어서 사람이 하늘의 푸름과 깊음을 우러르는 게 아니라 사람 속에 푸름과 깊음을 바라고 우러르는 맘이 있어서 하늘이 그렇게 보인 것이다. 우주의 허공에는 하늘나라가 없다. 참이고 얼이신 하나님은 물질적인 허공에 있지 않고 내 가슴 속에 내 마음과 얼 속에 있다. 하나님이 내 가슴 속에 계실 때 하늘이 열리고, 하늘이 열리면 그것이 하늘나라다.

- 박재순 -

 

 

 

 

 

< 우리나라는 하나님 나라 >

우리나라는 믿음 나라,
아버지 하나님 나라입니다.

아드님 밑 등걸 임금 터 예서
드디드디드디어는 디드 올라

올흠 옳기--씨.  


- 다석일지(영인본) 하 1725쪽 -

 

 

< 풀이 >

다석은 이승훈, 안창호, 함석헌과 마찬가지로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헌신했다. 이승훈과 안창호가 나라를 찾고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섰다면, 다석은 나라를 바로 세울 정신과 철학의 토대를 놓는 일에 힘썼다. 말년에 갈수록 다석은 우리나라, 등걸(단군) 나라, 예수의 하늘나라를 자주 언급하였다. 다석에게 우리나라는 믿음의 나라, 다시 말해 종교와 철학의 나라다. 하나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를 믿고서 등걸(단군) 임금이 나라를 세운 이 땅에서 땅을 굳건히 딛고 딛어서 드디어 딛고 올라서 옳음(正義)을 옳게 드러내는 씨이 되어야 한다.

- 박재순 -

 

 

 

 

< 바람과 물, 소리와 빛을 먹고 살 수 있을까? >


2~3일만 안 먹고 안 마시고 보면
살에 닿는 바람이나 낯에 닿는 물이
마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과 같이 시원하다.

저(自己)가 받을 수 있게 되는 터라고 느끼는 것
(빛, 소리, 냄새, 맛, 맨치[만짐], 올[이치])은
모두 먹이(食物)가 되는 생리가 있는 것 같다.


- 다석일지(영인본) 중. 191쪽 -

 

 

 

 

< 풀이 >

하루 한끼만 먹는 다석이 자주 금식하였다. 줄이고 줄여서 먹는 밥을 끊으니 몸이 얼마나 예민해졌을까? 살에 닿는 바람과 얼굴에 닿는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음식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다석은 빛, 소리, 냄새, 맛, 촉감, 이치(理致)까지 모두 먹이가 되는 생리가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바람과 빛과 소리만으로 배부르고, 냄새와 촉감만으로 힘이 나고, 이치를 깨닫기만 해도 몸과 맘이 충만해진다. 책만 읽어도 배가 부를 수 있겠다.

- 박재순 -

 

 

 

 

< 오래 하면 뚫린다 >

생명은 지속이다.
살려니 되려니 믿음이다.
믿음으로 있다.
있음으로 살았다.

그러므로
수양에는 ‘오래’가 비결이다.
오래하면 뚫린다.

베르그송의 순수지속은 이것일까?
바울의 믿음은 이것일까?
참선의 선은 이것일까?
무는 유보다 크다.

무한히 돕는 놈,
지키는 놈한테는
견딜 자가 없다.
놓지 않는 야곱에게는 하나님도 못 견딘다.

그렇다.
하나님과 영원·무한·절대와
씨름을 하잔 것이 생명이요
도(道)다.

씨름하는 밖에 씨름하는 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요,
이기는 자밖에 진 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을 알면 5천년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여반장이다.

-“살림살이” 함석헌전집 2. 324-325쪽 -

 

 

< 풀이 >

생명은 한없이 약하고 덧없어 보이지만 또 한없이 깊고 무궁하다. 생명은 무한·절대에 닿아 있고, 거룩한 얼인 하나님과 통해 있다. 따라서 인격수양과 도 닦는 일을 오래 하면 신적인 무궁한 정신세계로 들어간다. 오래하면 뚫린다.
작고 유한한 생명체 속에 있는 생명은 물질의 위협과 변화에 쉽게 상처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생명은 물질세계를 넘어서 영원 무한한 절대, 하나님과 맞서는 존재다. 무한한 절대의 얼인 하나님을 붙잡고 그 하나님과 맞서 씨름하는 생명은 결코 썩거나 죽지 않는다.

-박재순

 

 

 

 

< 양심, 생명진화의 씨눈 >

자라는 모란의 연한 순이 꺾이고 말면 영 꽃을 볼 수 없듯이
우리 마음의 끝에 피는 연한 꽃망울인 양심(良心)이 한번 꺾이면 다다.

사람이 동물의 지경을 벗어나
요 미미한 한밤중의 등잔 같은 마음 하나를 피워내기에는
참 길고 긴 세월이 들었다.

생명진화의 장래는 오직 요 연한 끝에 달렸다.
그러므로 때로는 떡잎을 제치고 지나친 가지를 자르면서도,
그것을 키워야 한다.

-“살림살이” 함석헌전집 2. 314-315쪽 -

 

 

 

 

< 풀이 >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 곧게 선 존재이다. 하늘 땅 사이에 서면 하늘과 땅과 내가 하나임을 몸과 맘으로 느낀다. 땅의 힘과 하늘의 원기가 내 몸과 맘을 통해 하나로 통한다. 하늘과 땅이 내 속에서 하나로 될 때 비로소 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생명진화를 완성하고 우주 만물의 목적을 이룬다.

- 박재순 -

 

 

 

 

<늠실늠실 춤을 추는 꿈 >

아픔과 쓴 맛을
같이 맛볼 때에만

나와 남 사이를
가로 막는

산과 골짜기를
넘어서서

온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늠실늠실 춤을 추는 꿈을
이룰 수가 있을 것이다.

- "속알", 다석일지(영인본) 상. 863쪽 -

 

 

 

< 풀이 >

정의로운 세상이 오려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과 쓴 맛을 같이 맛볼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아무리 내세워도 국민의 아픔과 쓴 맛을 함께 맛보지 않으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삶의 아픔과 쓴 맛을 함께 맛볼 때 대동정의(大同正義)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 땅에 하늘나라를 펼칠 수 있다. 다석의 표현은 아주 시적이다. “나와 남 사이를 가로 막는 산과 골짜기를 넘어서서 온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늠실늠실 춤을 추는 꿈”, 이 꿈은 반드시 이루질 것이다. 우리가 그 꿈을 이루어야 한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이 꿈을 생각이라도 할까?

- 박재순 -

 

 

 

 

< 밥값은 밥의 가치의 몇 억분의 일도 안 된다 >

하나님의 은혜로
수많은 사람의 덕으로
대자연의 공로로 주어져서 먹는 것이다.

돈은 밥의 가치의 몇 억분의 일도 안 된다.
사람들이 수고한 대가의 일부를 지불하는 것뿐이다.
(밥은) 순수하며 거저 받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맙” 다석일지(영인본) 상. 858쪽 -

 

 

 

 

< 풀이 >

밥 한 그릇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대자연의 공로가 담겨 있다. 우주 생명의 신비와 조화 속에서 밥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지불하는 밥값은 밥 가치와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것이다. 이렇게 밥은 순수한 것이고 거저 받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므로 밥값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밥은 사람에게 조건 없이 주어져야 한다.

- 박재순 -

 

 

 

< 네 몸 대접 네가 해라 >


귀한 어른 대접은 심부름꾼 아니 시키는 법이다.

네 몸 대접 네가 해라.
옷·신발·모자·책상·네 방, 네 손으로 치워야 한다.

제 신발도 닦지 않는 청년이
이 다음 사회봉사, 인류공헌이라니 곧이들리지 않는 말이다.

네 몸 거둠 네가 하는 것이
데모크라시의 첫 걸음이요, 하늘나라 준비다.


-“살림살이” 함석헌전집 2. 314쪽 -

 

 

 

< 풀이 >

유영모나 함석헌은 남에게 심부름시키지 않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았다. 삶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남을 부리는 것은 민주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제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고 스스로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첫 걸음이다. 내 몸에 필요한 일을 내가 하고, 불편한 맘을 추스르는 일도 스스로 해야 한다. 게으른 사람은 제 몸 생활을 남에게 의존할 뿐 아니라 제 맘의 불편한 감정과 찌꺼기조차 남에게 떠넘긴다. 씨알이라면 제 몸 제가 거두고 제 맘 제가 닦아야 한다. 내 몸이 소중하고 내 맘이 존귀하니까 내가 대접하고 내가 받들어 섬겨야 한다. 귀찮고 힘들고 성가신 일 내가 먼저 해야 한다. 그것이 인격수양이고 도를 닦는 일이고 민주주의를 이루는 길이다.

- 박재순 -

 

 

 

 

 

< 나는 나다 >


모세가 신에게 이름을 묻자
신은 “나는 나다”고 말했다.


신에게는 이름이 없다.
상대 세계에서 ‘하나’라면 신이다.

절대의 ‘하나’는 신이다.


 - 다석강의 322~3 -

 

 

< 풀이 >

사물에는 이름이 있지만 생명과 정신의 주체인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늘 자유로운 주체이기 때문에 고정된 이름을 가질 수 없다. ‘나’는 그저 그렇게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생명과 정신, 얼과 신의 주체는 주어진 존재가 아니며, 주어진 존재에 매여 있지 않다.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추구한 히브인들의 신은 “나는 나다”고 하는 자유로운 주체일 뿐 고정된 이름을 갖지 않았다. 참된 신은 관계를 맺고 약속하고 다짐할 뿐 소유와 지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박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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