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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e—intro—intercolumn

칼럼소개 특 2 호> "시가 있는 아침"

by e-bluespirit 2001. 7. 1.












슬픈 도시락




-- 이영춘




춘천시 남면 발산중학교 1학년 1반 류창수

고슴도치같이 머리카락 하늘로 치솟은 아이

뻐드렁 이빨, 그래서 더욱 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

점심시간이면 아이는 늘 혼자가 된다.

혼자 먹는 도시락,

내가 살짝 도둑질하듯 그의 도시락 속을 들여다 볼 때면

그는 씩- 웃는다

웃음 속에서 묻어나는 쓸쓸함.

어머니 없는 그 아이는 자기가 만든 반찬과 밥이 부끄러워

도시락 속으로 숨고 싶은 것이다.

도시락 속에 숨어서 울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은 왜 싸우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인지?'

깍두기 조각 같은 슬픔이 그의 도시락 속에서

빼꼼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작은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을지 모릅니다.

어디일지 모를 개울 너머의 곳을 향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

그러면서 가끔은 개울에 발이 빠져 깜짝 놀라기도 하고

또 가끔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재촉하기도 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징검다리 위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개울 반대편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사람들...

때로는 급한 발걸음으로 나를 밀치고 휭~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지친 내 발걸음을 멀찍이서 바라보다

자신이 서 있는 징검다리의 끝에 신발 끝을 좁게 세우고 서서

내 발걸음이 조금은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지금껏 자신만이 걸어오던 길을 멈추고 남은 길을 나와 함께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지요.

퍼즐 조각 하나가 모자라 완전할 수 없었던 내 삶에 있어

만남이란, 내게 소중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일은

단지 내게 필요한 퍼즐 하나를 얻었음이 아니라

나 또한 그에게 필요한 퍼즐 하나가 되어야 함을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내 삶에 그를 끼워 맞추려고 하고 더 많이 욕심내고 더 많이 바라게 되니까요.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보다는 끝없는 기대로 그렇게 흔들리는 퍼즐...

결국 그 퍼즐은 허물어지고 서로에게 소중했던 마지막 퍼즐의 의미도 사라지게 됩니다.



지금 세상엔 이렇게 슬프게 허물어진 퍼즐이 많이 있습니다.

행복을 꿈꾸었던, 아름다운 만남에 기뻐했던 많은 퍼즐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버리고 난 뒤...

남겨진 아픔은 쉽게 이겨내기 힘듭니다.



행복한 만남이기를 꿈꾸었던 만큼

아니 그 보다 더 많이... 아픈 이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



오늘도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는

수많은 '창수'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만남의 의미가

더 이상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침하늘...









시가 있는 아침